"일본 앞잡이냐며 잡으러 온다고도 했다"

함양군청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어탕국수 전문점 '조샌집'. 30년 전 가게 문을 연 임명자(68·사진 오른쪽) 할머니는 "지나가는 꼬마들도 '조샌, 조샌'하면서 지나가고…. 은자(이제) 며느리한테 물려주면 가게 이름 좀 바꿨으면 좋겠구만"이라고 했다. '조샌집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30년 동안 똑같은 설명을 입 아프도록 해야 했으니 그 심정을 모를 바 아니다.

"30년 전에 부산서 빚만 지고 여기 왔는데, 할 게 없더라. 바깥양반 친구 한 사람이 '아저씨가 물고기 잘 잡으니까 그걸로 식당 한번 해봐라'해서 시작한 거지. 50만 원 빌려서 가게 얻고 솥단지·그릇 사고 그렇게 시작했다. 아저씨 친구가 관청에 등록하러 갔는데 이름 없으면 안 된다고 했다지. 그래서 '아저씨 성이 조씨고, 선생할 때 샌을 써서 조샌집이라 하자' 그렇게 즉석에서 지어버렸다. 조생원 집, 뭐 그런 뜻이지."

   
 

'조샌집'이라는 어감이 일본인이 한국인을 비하해 불렀던 '조센진'을 떠올리게 하는 만큼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다. "한번은 누가 전화로 '일본 앞잡이냐? 잡으러 가겠다'고 하데. 그래서 내가 '무슨 소리고, 뜻이나 알고 하는 소리가. 가게로 온나'라고 성을 냈는데, 오지는 않데. 어딜 가나 조샌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 아이고…. 안 되겠다 싶어 진미식당·모퉁이식당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그러니까 또 장사가 잘 안되네. 주위에서 '조샌집'이 돈 모으는 이름인가보다 해서 다시 되돌려서 하고 있다. 그래도 나는 이름 바꿨으면 싶그만…."

할머니는 이제 며느리(김윤점·37)에게 물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 "가게 처음 할 때 친정아버지가 장사는 상놈들이나 하는 거라며 내 얼굴도 안 봤다. 원래 냇가 마을에서 고기 잡아서 끓여 먹고 했는데, 장사로는 잘 안 했지. 내가 시작할 때 한 집 있었다. 산청 어탕국수는 함양보다 뒤에 나왔고. 이제 우리 며느리한테 물려줘야지."

지금은 6000원에 내놓는 어탕국수 한 그릇이 시작 때는 400원이었다는 점이 30년 세월을 말해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