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공룡군단의 선택' 김경문 감독

경남이 뜨겁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변방에 머물렀던 경남에 ‘NC다이노스’라는 공룡 구단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로야구 출범 30년 만에 600만 관중 돌파라는 고조된 야구 열기를 고스란히 이어받을 준비를 하는 NC다이노스 또한 개막 준비에 한창이다.

신인 드래프트부터 차곡차곡 영입한 선수단의 규모가 40명을 훌쩍 넘겼고,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기간 국내 프로 1군 팀과의 연습 경기에서도 만만치 않은 실력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 중심에 바로 NC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이 있다. 지난 2004년부터 두산을 이끌며 지난해 중도 사퇴하기 전까지 그는 두산 야구를 한 단계 고급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는 통산 8시즌 동안 512승, 5할 4푼 2리의 높은 승률을 거뒀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으로 세계를 정복했지만, 그에게 국내 프로야구는 한국시리즈 우승 타이틀을 허락하지 않았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박일호 기자

2011년 6월 13일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유니폼을 벗었던 김경문 감독은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8월 31일 NC다이노스의 사령탑으로 야구계에 복귀했다. 미국 전지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김경문 감독을 만나 올 시즌 각오와 전지훈련 성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NC의 선택 김경문

NC다이노스가 창단을 발표하면서 야구팬의 궁금증은 과연 초대 감독을 누가 맡을지에 쏠렸다. 당장 1군 무대도 서는 것도 아니고 1년을 2군에서 머무르는 조건이기에 그 성배를 용감히 들 자가 누구일지 궁금해 했다. 창단만큼이나 관심 있었던 이 사안에 대해 다이노스가 내린 최종 결론은 김경문이었다.

NC다이노스는 김경문 감독 선임이유에 대해 “2008년 한국에 금메달을 안기는 등 풍부한 현장 경험과 리더십으로 승리를 원하는 연고지 창원 팬의 기대에 부응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잠깐 야인(野人) 생활을 했던 김경문 감독은 다이노스 군단의 야구 열정에 반해 유학길도 포기한 채 공룡구단의 새로운 수장이 될 것을 천명했다. 준비된 이에게 기회가 가는 것은 응당 그래야 할 흐름이었지만, 어떤 토대도 다져지지 않은 초짜클럽이라는 점에서 그의 선택은 사실 모험에 가까웠다. 두산에서 이루지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의 꿈과 그를 따르던 수많은 팬을 멀리 한 채 그는 낯선 땅 창원에 이륙했다.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NC 행은 그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도전목표가 생겼다는 점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2000년 이후로 초점을 맞춘다면 김경문 감독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감독을 손에 꼽을 정도로 그의 지도력은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 재임 시절 뛰어난 외국인 선수 없이도 누구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주면서 어린 선수들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로 키워낸 지도력으로 언제나 그의 이름 석 자 앞에는 ‘화수분 야구’라는 닉네임이 늘 따라다녔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박일호 기자

김경문 감독은 NC 다이노스 감독 수락에 대해 “두산 팬 처지에서 보면 내가 어떤 말을 하든 지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전임 감독으로서 8년간이나 그를 꿋꿋하게 지지해준 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누구든 주역이 될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은 취임 당시부터 늘 ‘무한경쟁’을 주장했다. 김 감독은 ‘냉철한 원칙주의자’보다는 선수단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는 ‘덕장’에 가깝다. 그는 결과만으로 선수를 판단하는 이전 감독들의 관행에서 탈피해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가르침을 주고 꾸준히 지켜보는 스타일의 지도자다.

김 감독은 “명성, 몸값, 이력과 상관없이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경기에 내보내겠다”고 선언해 선수단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박일호 기자

결국엔 몸값 위주로 스타팅을 짤 것이라는 선수단 내부의 우려 섞인 전망을 불식시켜 가면서 살아남기 위한 내부경쟁을 유도하려는 고도한 계산이었다. 이후 이번 전지훈련 기간 어린 선수들은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NC 다이노스’라는 거함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희망, 이미 프로 무대를 경험했던 선수들에게는 언제는 벤치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불안을 심어주면서 전력은 최고조에 달했다.

김경문 감독은 전지훈련 소회를 밝히면서 “50일에 걸친 전지훈련 동안 주전과 백업의 실력 차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베스트 라인업에 대해 많이 물어보는 데 우리 팀의 베스트는 여기 모인 모든 선수들”이라며 “2달 가까이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선수들의 의지와 배우려는 자세가 어느 팀보다 뛰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대부분 선수가 팀에서 방출됐거나 새롭게 프로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에 하고자 하는 의욕만 놓고 보면 정상권의 팀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경문 창원시민이 되다

지난 1월 감독 취임과 동시에 그는 거처를 서울에서 창원으로 옮겼다. 취임 기자회견 당시 ‘창원시민이 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는 창원을 ‘야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도시’로 기억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마산에서 시합을 몇 차례 했는데, 그때 당시 지역의 야구팬이 굉장히 다혈질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면서 “야구에 대한 열혈 팬이 많은 창원(마산)에서 야구시합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들의 응원이 분명히 선수단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제 지역에 식당도 다니고 하면서 잘 봐달라고 인사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전국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은 야구에 대한 열정 때문에 연패라도 당하면 집 밖에 못 나갈 것 같다”며 웃었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박일호 기자

또, 김 감독은 “전지훈련을 마치고 오면 마산구장 리모델링 공사가 어느 정도 막바지에 이르렀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 운동장 상황을 보니 창원시에 대해 섭섭한 마음이 든다”면서 “시에서도 최상의 구장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부분은 알겠지만 홈 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아 많아 아쉽다”고 했다.

그는 팬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감독이다.

김 감독은 “올해는 퓨처스리그도 중요하지만 도내 야구팬에게 첫 선을 보이는 만큼 팬에게 다가서려는 노력도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선수단에도 항상 팬에 대한 관심과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야구는 선수단과 팬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비록 아직은 어리고 약한 팀이지만 팬들의 성원으로 팀을 리그 정상급으로 키울 수 있는 만큼 NC에 무한 신뢰를 보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올해는 잠재력을 확인하는 야구 선보이겠다

오는 4월이면 NC다이노스 공룡군단이 도내 야구팬에 첫 선을 보인다. 그가 꿈꾸는 올 시즌은 무슨 빛깔일까

김경문 감독은 “2군 리그에서 몇 승을 거두고 우승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해는 1군 무대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발휘할지 가능성을 점쳐보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전지훈련 기간 코칭스태프와 함께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을 확인한 만큼 이들의 잠재력을 팬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스탭과 대화를 나누는 김경문 감독./박일호 기자

그가 잠재력을 확인한 선수는 나성범, 노성호 등 중심타자지만, 인터뷰 내내 그는 특정 선수보다는 전체 선수단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의 답변을 강조했다.

기존 프로팀은 기대보다 실력이 못 미치면 당장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등 프로다운 대처를 하면 되지만 야구에 대한 상처를 하나 정도 안은 다이노스 선수들에게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김 감독의 배려였다.

김경문 감독은 “많은 언론에서 관심을 나타냈듯 올해 퓨처스리그는 고양 원더스와 롯데 등 팬으로서도 눈길이 가는 경기가 많아 흥미로울 것”이라며 “부족한 점을 보완해 좋은 야구, 팬에게 기쁨을 주는 야구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NC다이노스는 창원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야구 도시로, 팀은 한국프로야구의 중심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NC의 출발은 아직 미비하다.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전국구 스타도 없고,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지역의 많은 야구팬이 신생팀 NC다이노스의 창원 입성을 반기고, 공룡군단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건 분명 인정할 수밖에 없는 ‘김경문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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