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류동헌 에어부산 스튜어드

'남승'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뜻일까? 말만 놓고 보면 얼핏 '남자 승려'라는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 이 말은 '남자 승무원'을 일컫는 은어로 통한다. 객실 승무원 대부분이 여성이지만, 이런 꽃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남승'이다.

보통 스튜어디스는 익숙하지만 스튜어드는 왠지 낯설기만 하다. 항공승무원(flight attendant)은 케빈 크루(cabin crew)라고도 하며, 성별에 따라 스튜어디스(여성·stewardess)와 스튜어드(남성·steward)로 나뉜다.

이들은 가끔 뭇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항공 승무원들의 유니폼은 멋지고, 매무새는 단정하며, 매너도 세련됐다. 어디 그뿐인가. 월급까지 받아가면서 세계 곳곳을 구경할 기회도 있다. 그러니 항공 승무원 취업경쟁률이 높은 건 당연한 일 아닐까?

올 1월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에 1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입사한 아주 특별한 '남자'가 있다. 2개월간 승무원 교육과정을 마친 뒤 3월부터 객실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류동헌(28) 스튜어드를 김해공항에서 만났다.

류동헌 에어부산 스튜어드와 동료 직원들./김구연 기자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훤칠한 키. 스튜어드다운 밝고 환한 미소에다가 깔끔한 인상이 그를 단번에 알아보게 했다.

가까이서 보니 훤칠한 외모에 놀라고, 시종일관 여유 있는 태도에 또 한 번 놀랐다. 게다가 처음 만난 사람도 편안하게 하는 유머러스한 말재주까지 갖췄다. 그는 지난해 2월 중앙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에어부산에 입사했다.

류동헌 에어부산 스튜어드./김구연 기자

"원래 대형항공사 사무직으로 취업을 하려고 했지만 타고난 붙임성과 밝은 성격 탓에 승무원이 적성에 맞다고 판단했죠. 제가 활동성이 강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워낙 좋아합니다. 스튜어드에 도전하려고 무작정 승무원 양성학원에 다녔습니다. 승무원이라는 특수 직종에 대한 이해와 준비과정은 혼자 하기에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학원은 승무원 응시에 필요한 기본 소양을 갖추는데 도움을 줍니다. 서류전형, 1차 면접, 체력(수영)검사, 인·적성검사, 2차 임원면접을 무사히(?) 통과하고 에어부산 스튜어드 공채모집에 최종 합격했습니다. 운도 많이 따랐죠."

현재 에어부산에 근무하는 스튜어드는 류 씨를 포함해 총 5명. 입사 10개 월차인 그는 총 비행시간이 360~400시간 정도밖에 안 된 막내 승무원이다.

"승무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탑승객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편의와 안전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승객이 제시하는 탑승권을 확인해 좌석을 안내하고, 승객들의 짐을 짐칸에 올려주고 탑승이 완료되면 승객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 이동물품의 고정 여부 등을 확인합니다. 비행기가 이륙하면 승객에게 기내서비스를 하는 등 뜻밖에 몸을 많이 써야 합니다."

스튜어드는 승객 서비스 업무와 안전임무를 담당하고 객실 내에서 스튜어디스와 함께 일하면서 부드러운 인상과 세련된 국제매너로 세계인을 향한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겸해야 하는 전문 업무특성까지 담당한다.

항공 승무원은 매너와 항공 서비스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항공운송 분야의 대표적인 서비스직이다. 항공법상의 정의처럼 항공기에서 비상탈출 시 신속하고 안전한 탈출을 진행하고 평상시 기내 안전을 수행하는 '안전지킴이'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항공 승무원들의 그런 화려한 모습은 공항에서 가방을 끌고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만이다. 일단 비행기에 탄 순간부터 항공 승무원은 막말로 '천하장사'다. 무거운 기내 물품을 들어야 하고 아픈 사람이 있으면 간호사처럼 돌볼 줄도 알아야 한다.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교관처럼 대처할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승객이 토해 놓은 오물도 치워야 한다.

류동헌 에어부산 스튜어드./김구연 기자

현재 국내 항공사에도 600여 명이 넘는 스튜어드가 근무 중이다. 국내 전체 승무원 숫자가 6000여 명이 넘는 것을 생각하면 10% 수준이다.

승무원은 일의 특성상 다른 직업과는 달리 공중에서 일을 해야 하며 외국체류가 잦고 야간, 주말, 휴일이 따로 없어 먼저 신체건강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

객실 승무원은 항공기가 출발하기 전 한 시간 전쯤 케빈 매니저(최선임 승무원) 주관으로 케빈 브리핑 시간을 갖는다.

승무원별 임무를 확인하고, 용모나 휴대품 점검, 유의사항과 당일비행에서의 특징, 특성, 주의사항, 공지사항, 신규 업무지식을 전달받는다.

출발 전에는 비행기에 탑승해 비상보안장비체크, 기내청소, 안전준비, 기내서비스 아이템 정량 탑재 여부, 안전보안활동 위주로 준비하고 기장과 함께 목적지·비행시간·항로·기상조건을 전달받는 합동브리핑 시간을 한 차례 더 갖는다.

그는 외국여행이나 좋은 급여 조건 등 많은 장점이 있지만 불규칙한 근무 형태로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승무원이 의외로 많다고 귀띔한다. 그래서 강한 체력과 위기상황에서 올바른 대처를 위한 침착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씨는 객실 승무원으로서의 첫 비행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지난 3월 1일 김포-김해노선에 탑승했습니다. 실전과 교육은 천지차이였죠. 막상 승객들을 태우고 서비스를 해보니 손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음료서비스를 하다 손이 떨려 승객에게 쏟을 뻔했죠. 갤리(기내에서 음료, 음식 등을 준비하는 곳)에서 컵과 음료통도 떨어뜨리고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도 엄청나게 흘렸습니다.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그는 남녀 승무원 성별에 따른 업무 차이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자 승무원과 함께 비행하면 오히려 여자 승무원과 승객들이 더 좋아한다고 했다.

"비행기는 안전, 보안문제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여승무원들은 일단 든든하다고 합니다. 또 남자 승무원이 탑승하면 승객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아지는 시너지 효과가 있습니다. 승객들이 여승무원한테 장난을 걸거나 농담을 걸 수도 있는데 남자 승무원이 있으면 그런 일이 거의 없습니다. 무용에서 발레리노 같은 존재가 남자승무원이죠. 발레는 누가 봐도 여자가 하는 게 아름답지만 발레리노는 발레리나의 아름다운 연기를 더욱더 빛나게 하기 때문에 여자 승무원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을 남자 승무원이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내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도 꺼내놓았다. 김해발 제주행 비행에서 단체로 탑승한 남자승객들이 '비행기가 떨어지거나 문 열리면 어떻게 하느냐, 낙하산은 있느냐'라고 여승무원에게 농담을 건넸다. 당황해 하던 여승무원을 본 류 승무원은 남자승객에게 다가가 "무슨 일 있으시느냐"고 물었고 일행들은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문이 열릴 수도 있는데 낙하산은 어디 있느냐"라고 놀렸다. "절대 그럴 일이 없으며 혹시 낙하산이 필요하시면 저한테 따로 말씀해달라"며 재치있게 넘겨버렸다고 한다.

짓궂은 승객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고했다, 고맙다.'라고 표현해 주는 승객이 가장 고마운 승객이라고 말하는 그는 "나이가 드신 여성 승객들이 '우리도 이렇게 예쁜 아들이 있는데 라면서 손 한 번 잡아보고 내릴 때', '승무원이 다 남자였으면 좋겠다', '나이 몇 살이냐, 사위 삼고 싶다고 말씀하실 때'가 가장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단 순간"이라고 말했다.

류동헌 에어부산 스튜어드./김구연 기자

류 씨는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승객을 제압하기 위한 보안장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기내에는 수갑, 가스총, 플라스틱 줄(손목을 묶을 수 있는 장비), 포승줄이 갖춰져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장비를 갖춘 사실을 아시는 승객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는 보안장비들이죠. 경고장도 발급하고요. 하지만, 아직 사용해 본 적은 없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죠. 앞으로도 없었으면 합니다. (웃음)"

항공 승무원은 국제선 비행에 대비한 지식과 외국어 실력을 갖춰야 하고, 또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항공기 승무원에게 가장 요구되는 능력은 서비스 마인드, 강인한 체력, 외국어 능력, 스트레스 관리 등이 필요하다.

"앞으로 경험과 경력을 많이 쌓아 매니저가 되어서 저만의 스타일로 승객들에게 서비스하는 게 꿈입니다. 매니저에 따라 비행분위기가 달라지고 전반적인 비행내용이 알차질 수 있기 때문이죠. 스튜어드를 꿈꾸는 많은 예비 승무원들에게 롤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입사 후 하루도 빠짐없이 비행 두 시간 전 공항에 미리 나와 비행관련 매뉴얼과 해야 할 일들을 숙지한다는 류동헌 승무원. "오늘도 새로운 승객들을 맞을 설렘으로 기대가 된다"며 멋쩍게 웃어 보이던 그가 꿈을 향해 한 번 더 도약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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