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정동률·전혜정 부부

솔직하게 먼저 고백한다. 이번에 만난 부부 이야기, 별로 재미없다. 이 부부 이야기 딱 세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①1년 전에 소개팅 했다. ②공통점이 많아서 사귀게 됐다. ③사귀다 보니 좋아서 결혼했다.

극적인 장면도 없고,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다. 어떤 장면에서 자세하게 얘기하라고 조르면 사람 좋은 웃음 한 번 툭 던지고 '그냥요…', '글쎄요…' 정도가 대답이다. 오죽하면 신랑 정동률(31) 씨와 전화를 하다가 너무 진도(?)가 나가지 않아 신부를 바꿔달라고 했다. 하지만, 신부 전혜정(30) 씨도 수다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

   
 

아! 부부가 꼭 닮지 않아도 되는데….

정동률 씨는 창원에 있는 선박 제조업체에서 일한다. 신부는 창원에 있는 병원에서 간호사를 하다가 지금은 그만뒀다. 지난 4월 9일 결혼한 부부는 창원 신월동에서 산다. 태어난 지 3개월째인 아이가 있는데, 그나마 이 부부에게 특이한 점이 결혼하고 4개월 만에 나온 아기다. 하지만,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에서는 이마저도 특별하기는커녕 흔한 경우에 속한다.

"지난해 같은 회사 형 소개로 처음 만났어요. 그 형 아는 동생 친구였는데 소개팅을 했지요. 창원 상남동에 있는 커피숍에서 만났습니다."

동률 씨에게 혜정 씨에 대한 첫인상을 물으니 "원하는 스타일이었다"고 답했다. 원하는 스타일이 뭐였느냐고 물으니 "단발머리…"에서 말이 끊겼다. 머리만 짧으면 좋았느냐고 물으니 "귀엽게 생긴 얼굴에 눈, 눈이 초롱초롱 맑고 예뻤다"고 답했다. 혜정 씨는 동률 씨에 대한 첫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그냥 그랬어요. 착하게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끝이다. 동률 씨와 혜정 씨는 그날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3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공통점을 많이 발견했다. 무슨 대단한 공통점이 있었을까. "그냥 소소한 공통점이 많았어요. 좋아하는 음식이 비슷했고, 어쨌든 코드가 맞았던 것 같아요."

코드가 맞았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자주 만나면서 데이트, 아주 평범한 데이트를 했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지요. 만나서 영화 보고 맛있는 거 먹고."(동률 씨)

"제가 놀러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다른 지역으로 많이 놀러 갔어요."(혜정 씨)

코드가 맞고 평범한 데이트를 이어가던 커플은 언제 결혼을 생각했을까. 왜 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결정적인 것은 아이 때문에… 하하."(동률 씨)

"가정에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가정적인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결혼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어요."(혜정 씨)

극적인 장면을 한 번 만들어 보자. 결혼하기 전까지 위기는 없었을까. 이 사람은 아니라는 갈등은 없었을까. 그 순간을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 같은 것은 없었을까.

"결혼 준비하면서 좀 싸웠던 것 같고요. 결혼하고 나서는 싸우지 않아요. 서로 배려하고 처음부터 싸울 여지를 만들지 않는 것 같아요."

이 부부에게는 졌다. 정말 항복이다. 혜정 씨에게 신랑 장점을 물었다. "집에 일찍 들어오고요. 장점이 많은데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동률 씨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넓은 마음?"이라고 답한다.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물었더니 혜정 씨는 "잘하고 있지만 좀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동률 씨는 "아이만 잘 키워주면 되고 다른 것은 잘하고 있다"고 했다.

이 평범한 부부에게 어떤 가정을 만들고 싶으냐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졌다.

"집에 들어오면 늘 즐겁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어요."

기대(?)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 답 아닌가. 그래도 많은 사람은 알고 있다. 평범하게 사는 게 무엇보다 어렵고, 행복은 그 평범한 일상에서 나온다는 것을. 너무 평범해서 비범한 이 부부가 어쩐지 잘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으신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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