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in] 할머니 숲생태해설사 이광숙 씨

"예쁘죠? 어젯밤에 제가 만든 선물이에요."

잎이 마름모꼴이라 해서 '마름'이라고 불리는 열매. 열매의 끝과 끝을 줄로 이은 목걸이를 건넨 그는 숲생태해설사 이광숙(창원시 진해구 이동) 씨였다. 올해로 65세. 2006년부터 진해시니어클럽에서 숲생태해설사로 활동해 온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자연에 대한 애정이 녹아있었다.

"창녕군 남지 늪에서 가져온 거예요. 지난겨울 떨어져 까맣게 변한 열매를 가져온 거죠. 깨끗이 씻어 말린 후 구멍을 뚫고 식용유로 닦아 만들었어요. 손때가 묻으면 더 예뻐요."

평일 오전에는 거의 매일 초중고·가족·성인들을 대상으로 숲해설 활동을 한다. 밤새 만든 목걸이는 인연이 된 사람들에게 전하는 '마음의 선물'이기도 하고, 생태숲교육을 받은 이들에게 건네는 '당근'이기도 하다. "수업할 때 퀴즈를 내곤 하는데 그때 이걸 선물로 준다고 하면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밤을 지새우며 만들지만 뿌듯하죠."

그가 숲생태해설사로 발을 디딘 건, 6년 전. 들꽃과 나무를 너무 좋아해 집 가득 70여 가지 식물들을 키우고 있던 그는, 노인일자리 창출 전문기관인 진해시니어클럽에서 '생태숲해설사'를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 참여하게 됐다.

"자연다큐멘터리로만 보던 그 자연이, 내수면환경생태공원·장복산·광석골 공원·목재문화체험관 등 우리동네 주변에도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데 놀랐어요. 특히 눈에 보이는 곳만이 아닌, 늪 등 땅 아래 자연이 전체 자연의 70%를 차지한다는 것을 알고는 정말 놀랐어요. 이 수많은 자연의 변화를 어떻게 하면 일반인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죠."

   
 

'아이들에게 재밌게 자연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한 이씨는 스토리텔링기법을 채택했다.

"3월 내수면환경생태공원을 찾으면 왕버들 아래서 두꺼비들의 짝짓기가 한창이에요. 알이 올챙이로 변해 독립할 때쯤이면 그 많던 올챙이가 사라져요. 잡혀먹혔나 생각하게 마련인데 사실, 두꺼비는 그때쯤 산으로 올라간답니다. 이처럼 시간별로 이야기하듯 전하면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해요. 자연교육은 어릴수록 좋아요. 스펀지처럼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몸으로 체득하거든요. 그렇게 되면 자연과 어떻게 노는지도 알게 되고 우리 생활에 자연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가도 알게 되죠.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연을 사랑하게 되는 겁니다."

자연을 알게 되면서 기후변화, 지구온난화의 문제 등도 고민하게 됐다. 그러면서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냉장고 속 음식을 60% 이상 채우지 않아야 전기를 아낄 수 있어요. 저도 그것을 알고 난 후, 일주일 동안 장을 보지 않고 냉장고 속 음식을 정리했죠. 콘센트도 뽑아놓았어요. 콘센트 하나를 하루 동안 꽂아두면 하루 동안 전등을 켜 놓는 것과 같거든요."

'숲생태해설사'로 일하면서 달라진 건 몸과 마음이다. 무엇보다 '앎의 즐거움'을 통해 '나이 듦'도 잊는다는 것이다. "흔히들 나이가 많아 못한다, 힘들다 얘길 많이 하잖아요. 이 활동을 하게 되면서 아픈 관절도 나아졌죠. 일본에선 70대의 활동이 매우 높은 편이고 진해시니어클럽에서 '숲생태해설사'로 일하는 분들 또한 70대 분들이 많으세요. 자연은 사람의 인생사와 닮아서 이와 연계해 설명하면 쉽게 와 닿거든요. 오히려 나이가 많을수록 연륜이 묻어나 더 좋아요."

진해시니어클럽은 숲생태해설사업, 바다생태해설사업, 녹색해안가꾸기 등 교육형·공익형 사업을 비롯해 천연비누제조사업, 발효액을 제조배포하는 EM공동체사업 등 '친환경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60세 이상 어르신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신청은 진해구청 옆 진해시니어클럽(055-54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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