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식 양산초등학교 100주년 추진위원장

"지난 1일로 개교 100년을 맞은 양산초등학교는 100년 전통 양산 교육의 산 역사를 일궈낸 지역 인재의 젖줄이나 이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하는, 도약의 첫 걸음을 내딛는 중요한 시작입니다."

지난 1일로 개교 100주년을 맞은 양산초등학교 100주년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박봉식(79·북한연구소 이사) 전 서울대 총장은 모교인 양산초등학교의 개교 100주년의 기쁨보다 학생 수 급감으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현재의 학교 현실을 더 안타까워했다.

박 전 총장은 개교일인 1일 자로 지난달 30일로 맡았던 양산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추진위원회 위원장직의 임무가 끝났다.

1911년 개교, 인재 1만 5000여 명 배출

지난달 29일 개교 기념 전야제 행사인 '양산 시민과 함께하는 개교 100주년 기념 음악회'를 앞두고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원로학자는 50여 년 전 입학 당시를 상기하듯 눈가에는 아이들의 천진함이 비쳤다. 박 전 총장은 모교인 양산초등학교가 지역 사회는 물론 나라에 큰 일꾼을 배출한 양산 교육의 역사를 오롯이 담은 좋은 학교지만 양산 신도시 개발로 말미암은 구도심 인구 감소에 따른 학생 수 격감으로 존폐 위기에 처한 현실에 가슴 아파했다.

박 전 총장은 선배인 소설가 솔뫼 최해군 선생(26회), 동기이자 외교관으로 전두환 대통령과 외교 사절로 갔다 버마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북한 테러로 순국한 김동휘 전 상공부장관(32회), 후배인 이돈희 전 교육부장관(37회), 안갑원 성광벤드 대표(37회), 성악가 엄정행 교수, 박성택 동주대 총장(42회) 등 선후배 인사들을 떠올리며 학창 시절을 회상했다.

   
 
박 전 총장은 "어린 시절 소를 먹이며 한 손에는 책을 놓지 않았던 가난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가난했기 때문에 공부밖에는 할 것이 없었다"며 "이 때문인지 동문 중에는 유독 교육자가 많았다"고 자랑했다.

양산초 32회 졸업생으로 서울대 총장 역임

박 전 총장은 1940년대 양산에서 소년 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경남고, 서울대 정치학과, 서울대 대학원을 나온 원로 정치학자다. 모교인 서울대에서 교수를 거쳐 1985년 7월부터 1987년 8월까지 총장을 지냈다. 또 박 전 총장은 "김해, 기장, 양산 땅 대부분을 양산지역의 5∼6명이 소유하는 등 양산에는 부자도 많았다"며 "독립 운동가인 윤현진 의사는 많은 재물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내놓는 등 우국지사도 상당수 있었다"고 양산인의 자긍심을 내비쳤다.

그러나 다시 모교인 양산초등학교의 현실로 돌아오자 걱정의 빛이 역력했다. 박 전 총장은 "졸업생은 물론 지역사회에서 양산 교육 100년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양산초등학교를 항구적으로 살리려면 택지 개발에 따른 아파트 건립 등으로 인구 증가가 시급하다"며 "학생들이, 학부모들이 찾아오는 학교로 탈바꿈하려면 차별화된 글로벌 교육환경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나동연 양산시장(55회), 정재환 도의원(52회), 민경식(59회), 김효진(687회) 시의원, 안갑원 성광벤드 대표 등 지역 정치인과 상공인 등 동문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1911년 5월 1일 90명 학생으로 양산 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한 양산초등학교는 양산 초등교육의 시발점이 됐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2011년 현재 98회 졸업생까지 모두 1만 5000여 명 학생이 양산초등학교의 역사를 증명해 주고 있다.

신도시 조성으로 쇠락…제2 도약 준비

1945년 광복 이전 양산 유일의 초등교육기관이었던 양산초교는 부설 속수학교, 어곡간이학교, 금산간이학교, 남부동 간이학교 등 부설학교를 탄생시켰다. 일제 하의 암울한 시대와 한국전쟁의 아픔을 거치면서 부설학교들은 자연 폐교됐으나 양산초교는 명맥을 유지하며 건재함을 자랑했다. 이후 1946년과 1985년, 1994년 각기 삼성초등학교, 양주초등학교, 신기초등학교가 신설되면서 양산초등학교는 이들의 모교로서 양산교육의 변천사와 그 맥을 같이했다. 그러나 신도시 조성에 따른 인구 이동으로 2006년 800명 남짓했던 학생 수가 불과 5년 만에 절반으로 감소하는 등 한때 폐교의 위기에 내몰렸다. 하지만, 학교와 동창회, 학부모의 노력으로 올해 50여 명의 학생을 입학시켜 양산 교육 산실의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박 전 총장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고 나아가 100년을 염원하는 졸업생과 지역민의 뜻을 담아 검소하고 알찬 행사를 마련했다"며 "졸업생이 자긍심을 갖고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화합의 한마당이 되기를 기원했다"고 말했다. 100주년 추진위원장 임무를 내려놓은 박 전 총장은 29일 후배 엄정행 교수와 성악연구소, 양산오케스트라, 양산어머니·아버지 합창단이 마련한 축하 공연을 즐기고 30일 선후배들과 100주년 기념 조형물 제막 등 기념식을 한 뒤 새로운 100년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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