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농부로 변신한 김창곡 전 진주시의원

"놀면 뭐해. 노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건강에도 좋고 수확하는 재미는 누구도 몰라."

초보 농사꾼 김창곡(62· 진주시 집현면) 씨는 귀농 후 변신이 즐거워 보였다. 김 씨는 최근 제법 많은 돈을 들여 3000㎡의 최첨단 시설하우스를 짓고 토마토를 키우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처음 토마토 정식을 했고 4월 초부터 수확을 하고 있다. 요즘 많게는 하루 1000㎏을 수확할 정도로 정신이 없다.

김 씨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식당을 했다. 20년 가까이 진주에서는 꽤 손님이 많은 식당을 운영했다. 그전으로 거슬러 가면 3대 진주시의회 의원을 지냈다. 이후 2번 정도 선거에서 떨어진 경험도 있다. 몇 달 정도 놀다가 찾아낸 것이 시설하우스다. 그렇다고 김 씨가 시설하우스를 무턱대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전문지식 쌓은 뒤 시설하우스 농사 '백화점 낼만한 물건'

대학의 최고경영자 시설원예과정을 거쳤고 요즘에는 마이스터 대학에도 다니고 있다. 매주 수업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로부터 토마토와 관련한 전문 지식을 습득했고 지금도 열심히 배우는 중이다.

어느 정도 자신이 붙은 김 씨는 지역에서 '잘 지었다'는 시설하우스는 거의 둘러봤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 게 전기를 이용하는 시설하우스를 짓는 것이었다. 경유나 다른 연료를 사용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했다.

   
 

어렵게 자금을 모아 시설하우스를 지었다. 현재 시설은 수출용 파프리카 재배도 가능할 정도로 최고의 시설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모든 공정이 거의 전자동이며 양액재배여서 일손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부부가 일을 하고 급할 때 일손을 조금만 빌리면 된다.

김 씨는 "지금보다 큰 시설하우스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채산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부부가 힘을 합쳐 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씨는 "시설하우스는 처음 해본다. 식당을 하면서 가게에 조달하는 채소를 직접 기른 적이 있지만 거액을 투자해서 시설하우스를 하기는 큰 도전이었다. 지금도 도전은 계속되고 있고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 씨는 귀농에도 공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공부를 하지 않고 무조건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전문 과정을 거쳐야만 큰 시행착오가 없다. 지금도 문제가 있으면 인근의 농업기술원에 달려간다. 그것도 대학에 다니면서 쌓은 인맥이다. 전문가들을 많이 알고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나에게는 아주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무농약으로 토마토를 키우고 있지만 공식 인증은 받지 못했다. 작목반 등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김 씨는 "무농약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 받아야지. 그래야, 제값을 받는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품질에는 자신이 있다. 한 번은 도매시장에 보냈는데 그곳에서 한 경매사가 '백화점에 낼 물건을 도매시장에 냈다'는 말을 했을 정도"라고 자랑을 했다.

칭찬 받아도 제값 쳐주는 곳 못찾아 판로 걱정

김 씨는 처음 토마토를 팔아보기 때문에 판로에 대해 걱정이 많다. 말로는 "판로는 전혀 걱정이 없다"고 하지만 좋은 품질에 걸맞은 값을 쳐주는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주로 우체국 택배나 도매시장 등에 출하하고 있다. 두 딸이 부산에서 교사를 하는데 이들이 팔아주는 양이 대단하다. 김 씨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거래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요즘에는 소문이 났는지 직접 전화를 해서 주문하는 양도 늘어나면서 김 씨의 표정이 펴지고 있다.

'시의원과 농사 중 어느 것이 나은가'라는 어리석은 물음에 김 씨는 "시의원보다 낫지. 끗발(?) 그것 뭐하게. 다시는 시의원 하지 않는다. 속이 너무 편하다. 환갑이 넘었지만 열심히 일해야지. 일단 일에 빠지면 잡념이 없다. 건강에도 좋고"라고 말했다.

김 씨는 20년 이상 식당을 하다가 덩달아 농사꾼으로 변신한 아내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다. "선거 몇 번 치르고 갑자기 시설하우스를 짓는다니까 반대를 했다. 미안하지. 이제부터 잘해야지. 수확이 끝나는 농한기에는 해외여행을 가야지"라며 곁에 있던 아내에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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