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한 수용자 '공짜' 의식 최대 걸림돌

신문 기사는 '공짜'일까? 그렇다는 주장도 있고, 원래부터 공짜가 아니었다는 주장도 있다.

기사가 공짜 아니라는 주장은 종이신문 구독료를 예로 든다. 많든 적든 구독료를 받고 신문을 팔고 있으며, 그 신문의 구성 요소가 뉴스라는 것이다. 단지, 지금처럼 공짜라는 인식이 퍼진 것은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포털과 신문사 간의 잘못된 관행이 만들어져 공짜로 유통될 뿐이라는 주장이다. 또, 독자들은 포털 등을 통해 뉴스를 공짜로 보고 있지만, 이면에는 포털이 신문사에 이용료를 내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기사가 공짜라는 주장은 지금까지 뉴스가 돈 받고 팔리는 상품이었던 적이 없다고 한다. 종이신문 구독료를 받긴 하지만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월 1만~1만 5000원 구독료로는 배달 원가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트래픽 늘려 광고 유치 성과 미미

실제로 지난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시민단체가 경향신문과 한겨레 구독 확장운동을 벌였지만, 신문사측에서 난감해했던 일이 있다. 독자가 늘어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배달 비용이 더 들어가 웬만큼 독자가 늘어서는 오히려 손해였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기사는 광고를 위한 '미끼상품'에 불과하다는 혹평마저 나온다.

언론계와 학계에서 뉴스가 공짜인지 다투는 것과는 별개로 소비자-독자는 뉴스를 돈 주고 읽을 생각을 거의 안 한다. 지난 2009년 영국에서 다양한 콘텐츠 가운데 돈을 내고 볼 의사가 없는 콘텐츠를 조사했더니 음악 다운로드 51%, 스포츠 생중계 78%, 스포츠 하이라이트 83% 등이 돈을 낼 의사가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조사대상 중 적어도 10% 이상은 돈을 낼 의사가 있다는 결과다. 그러나 신문 기사에 대해서는 심층기사 90%, 뉴스 91%로 돈을 내고는 안보겠다는 사람이 압도적이었다.

한국신문협회가 지난해 성인남녀 1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눈길을 끈다. 포털을 제외한 모든 언론사 뉴스를 유료화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는데 8.8%만이 돈을 내고라도 뉴스를 보겠다고 응답했다. 74.1%는 돈 내고 기사 읽을 의사가 없다고 했고 17.2%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모든 언론사와 함께 포털까지도 뉴스를 유료화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도 돈을 내겠다는 응답은 9.5%에 불과했다.

계속 무료유통 땐 산업 붕괴 초래

소비자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도, 언론계에서는 뉴스 콘텐츠를 돈을 받고 팔아야겠다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콘텐츠' 자체를 판매하지 않고서는 지금 처한 신문산업 위기를 극복할 방안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만도 세계 곳곳에서 신문 유료화 사례가 들려온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오는 3월 온라인 유료화를 할 계획이다. 온라인 뉴스 이용료는 월 4000엔으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5만 원이 넘는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온라인 유료 가입자 수가 35만여 명으로 추산되는데 주당 이용료로 1.99달러를 책정하고 있다. 우리 돈으로 2400여 원이다.

현재 영어 뉴스 사이트 가운데 가장 방문자가 많은 뉴욕타임스도 올 초부터 유료화를 단행했으며 프랑스 르 몽드도 온라인 뉴스 이용료로 월 6유로(9200원), 르 피가로는 이달부터 유료화했는데 월 8유로(1만 2270원)로 구독할 수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 게마이네 차이퉁은 월 29.99유로(4만 5800여 원),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주당 3.19달러(3800여 원), 더타임스는 지난해 7월 유료화를 시작했는데 1일 이용시 1파운드(1840원), 주당 2파운드로 가격을 매겼다.

새 유료화 모델 구축 최대 과제

이처럼 신문에 실리는 콘텐츠 자체를 상품으로 보고 가격을 매기려는 시도가 몇 년 사이 꾸준히 있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공모델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이는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뉴스는 공짜'라는 수용자 인식을 바꿔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면서 기사 유료화 움직임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정립돼 가고 있다. 뉴스를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트래픽을 늘려 광고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것과 광고로 도배 돼 있는 현재의 뉴스 공급 플랫폼을 뛰어넘어 독자가 원하는 뉴스를 광고 없이 모아서 보여주겠다는 플랫폼 개선 움직임, 아예 뉴스 자체를 돈 받고 팔겠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앞의 두 가지 모델은 뉴스가 유료라는 명제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데서 출발한다. 반면 마지막 사례는 뉴스라는 것 자체가 고도의 지식노동을 통해 산출된 지적 재산으로 당연히 대가를 받고 판매돼야 하는 '상품'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신문 기사가 공짜였든 유가였든 관계없이, 앞으로 계속 공짜로 유통된다면 뉴스 산업 자체가 붕괴한다는 점이다. 뉴스를 유통하는 일에 고도로 전문화된 '저널리스트'를 대신할 1인 미디어가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저널리즘 자체가 효용을 상실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수용자의 '공짜' 의식을 넘어 미디어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료화 모델' 구축이 시급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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