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대상자 됐다고 해서 해당 뉴스 마구 복제해도 된다?

#창원의 한 중학교 교사라는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경남도민일보에 보도된 기사 1건을 창원시교육청이 개발하는, 통합 창원시 출범에 따른 시민 화합을 위한 검인정 교과서에 싣고 싶은데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다. 기사는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임을 안내하고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고 설명해줬지만,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긴 하지만 교육용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저작권료를 받지 않기로 하고 사용하라고 했다.

#지역의 한 국회의원실에서 공문이 왔다. 책을 내려고 하는데 자신에 대해 보도된 경남도민일보 기사 몇 건을 쓰고 싶다는 것이었다. 역시 저작권 보호를 받는다는 점과 저작권료가 얼마인지를 안내하고 저작권료를 납부한 뒤 사용하라고 정중하게 공문으로 답해줬다.

#기자 초년병 시절, 내 이름으로 보도된 기사를 스크랩하고 복사해 시장과 부시장, 각 국장 등에게 보고하는 시청 공보실 직원들을 보면서 '뿌듯'해 했던 적이 있다. 이른바 '기삿발'이 어떻게 서는지를 보면서 영향력 있는 기자가 돼야겠다는 다짐도 했지만, 그것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는 생각은 못했었다.

신문 기사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실제로 저작권을 지켜내는 일은 모바일로 급격하게 바뀌는 미디어 환경에서 '종이신문'이 살 길이다. 그러나 그 길은 참으로 멀고 험해 보인다.

우리나라 언론사 52개사 61개 매체가 참가한 한국디지털뉴스협회가 뉴스 저작권을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신탁하고 뉴스를 판매한 지 이제 4년밖에 안 된다. 정부가 겨우 24억 원을 내년도 디지털 뉴스 콘텐츠 구매예산으로 책정했을 뿐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공기업 등에는 종이신문을 오려 스크랩하고 복사해 돌려보는 저작권 침해 관행이 여전하다.

종이신문 복사관행은 디지털 뉴스 콘텐츠 복제에 비교하자면 제한적이고 소규모라 할 만하다. 인터넷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불법 복제는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포털사이트에 헐값으로 디지털 뉴스를 넘긴 언론사가 자초한 측면이 큰데다, 일부 언론인들마저도 자신의 기사가 불법이든 합법이든 복제돼 인터넷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좋은 일인 양 생각하는 것도 큰 문제다.

뉴스 저작권이 보호돼야 하는 것은 언론사나 기자나 그 뉴스를 생산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으며 취재·보도 과정도 고도의 정신활동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뉴스 저작권을 부인하려는 시도가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 등 18명은 지난해 11월 '저작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직접적으로 시사성 있는 언론보도의 대상자가 된 자는 해당 보도자료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복제·배포 또는 방송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같은 달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 등 11명도 비슷한 취지의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의 공통 취지는 시사보도의 경우 해당 시사보도의 대상이 된 자가 그 내용을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단순히 게재해도 불법이 돼 선의의 범법자를 양산하므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윤성 법안은 '직접적으로 보도의 대상이 된 자'에 '법인 또는 단체'도 포함해 정부기관이나 기업 등이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자신이 보도된 보도물을 온라인에서 복제·배포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다. 즉, 뉴스를 돈 내고 사지 않아도 되는 범위가 확대돼 저작권자의 권리를 크게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뉴스 유통시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두 개정법률안은 정부가 지난 8월 발의한 개정법률안 등 여러 개정안과 함께 조만간 상임위에 상정돼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현행법상 아웃링크(Out Link·내용은 옮기지 않고 제목 등으로 해당 사이트로 링크만 거는 것)와 딥링크(Deep Link·기사 일부를 노출시키고 클릭하면 해당 본문으로 링크하는 것)는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지만 기사 전문을 그대로 복제해서 자신의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게재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자신이 국회에서 한 발언이 보도됐다 해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그 보도물을 자신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복제해서 게재하는 것은 불법이다. 기업이 자사의 제품에 대한 보도물을 허락 없이 게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법이다. 저작권자에게 정당한 저작권료를 주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일을 허용하겠다는 두 법률개정안은 '저작권법'을 무력화할 뿐만 아니라 이제 갓 디지털 뉴스에 대한 저작권 개념을 정립하고 시장을 키워가는 신문업계를 고사시키는 일이다. 누구를 위해 이런 일을 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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