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석 경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추모글

슬프다!

우리 시대의 정신 리영희 선생님이 떠나셨다.

선생님이 떠난 지 하루해가 지나지 않았어도 당신께 바쳐진 나의 모든 기억들이 지금의 상념이 되어 온갖 마음을 일으킨다.

지난 7월 9일 타계하신 이상희 선생님께서 세상을 뜨시기 전에 동년배 친구 리영희 선생님께 전화를 해 자리에 누운 친구의 안부를 물으시고는 "친구야 나는 먼저 간다" 말씀하시던 그 자리가 6월 어느 날이었는데, 대학의 은사가 이 세상의 자리를 뜬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의 스승을 잃게 되는 일은 가혹하기만 하다.

1975년 대학에 입학하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선생님의 책 <전환시대의 논리>는 엄혹한 유신의 시대에 한 줄기 빛처럼 우리의 생각과 삶의 역정에 인도자로 우리를 다독였다. 어리석은 존재에 불과했지만, 내가 언론학 전공을 선택하고 또 오늘날에 이르는 삶의 방식을 택한 데에는 선생님의 존재가 있었노라고 변명하고 큰소리칠 수 있도록, 그 높은 곳이 보이지 않는 큰 산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계셨음에 깊이 감사드린다.

선생님께서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정년퇴임하시기 몇 해 전, 언론학회 총회 석상에서 언론학자들을 향해 정권의 언론 침탈을 경고하는 성명서를 채택하자고 말씀하셨다가 그들의 저어하는 분위기를 보고도 진지하게 당신의 뜻을 호소하시던 그 모습에서 말단 언론학자로서 부끄러움과 자부심이 동시에 교차했던 일은 두고두고 선생님을 '이 시대의 지성'으로 내 마음속에 각인하고 또 각인하게 된 계기였다.

오늘날 우리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일을 하든, 교수노동조합 일을 하든, 그리고 온갖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일에서도 선생님의 정신을 실천하는 일로부터 멀어져 있지 않음을 자부하고 싶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선생님 저서의 제목처럼 이 시대에 우리 한반도에서 우리 민족의 삶을 이끄는 것은 선생님의 것처럼 '균형 잡힌 진보정신'이란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선생님께서는 스스로도 권력의 핍박을 받고 자주 옥고를 치르면서도 선생님으로부터 감화를 받은 젊은 인사들이 투옥되어 고초를 치를 때 선생님은 그 일을 자신의 죗값으로 돌리셨지만, 선생님의 떠나심을 추모하는 수많은 인사들이 이제는 당신 덕분에 우리가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믿고 선생님께서 남기고 가신 많은 흔적들로 둔덕을 쌓아 그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곧추세우게 되리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선생님은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으면 군자는 그것을 부끄럽게 여긴다(聲聞過情 君子恥之)'고 하시면서 자신의 평전 집필 제안을 마다하셨다는데, 선생님의 한빈한 삶과 고결한 정신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시대의 정신은 떠나셨다.

그러나 그 정신은 당신의 겸허한 뜻과 함께 더 큰 영예를 안게 되리라.

한반도에서 한겨레의 삶을 걱정하시던 마음은 우상이 판치는 세상을 넘어 더 오래 빛을 발하리라.

/김남석(경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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