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성결교회, 목욕탕 굴뚝 개조한 모습 눈길…내부는 카페 같은 공간으로 꾸며

'교회 선교관을 짓기엔 목욕탕 건물이 제격이다?' 이렇게 생각한 엉뚱한 목사가 있다. 마산합포구 상남동 상남성결교회 김양태 목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평소 교회는 등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김 목사는 2007년 목욕탕을 인수해 기본 골격과 굴뚝만 남기고 선교관으로 리모델링했다. 8개월의 공사 끝에 그해 11월, 1층 여탕은 카페로, 2층 남탕은 공부방으로, 굴뚝은 등대 모양으로 변신했다.

굴뚝이 등대로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3년이 지난 지금은 동네의 볼거리와 사랑방으로 자리잡았지만 등대로 만들 당시만 해도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선교관 전체 모습과 밤에 불을 밝힌 모습.

선교관 1층에 있는 카페 '봉베쥬'. /이혜영 기자

상남성결교회 반홍규 집사는 "그 당시 굴뚝을 등대로 개조하는 데 대한 민원이 어마어마했어요. 아마 20건은 넘었을 겁니다"라고 회고한다.

'의미도 좋고 보기에도 좋고 시계탑으로도 잘 활용하고 있는데 왜 민원을 제기하지?'하는 의문이 들었다.

"공사 당시 태풍이 불었는데 등대 위 자재들이 흔들려 삐걱삐걱 소리가 나니깐 나도 불안했어요. 가느다란 굴뚝 위에 큰 원형모양을 얹으니 굴뚝 넘어가지 않을까 주민들이 정말 우려를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완성된 등대를 대형크레인을 이용해 올리려고 했는데 동네 할머니 서른 명이 기사 아저씨 바짓가랑이를 잡고 말리기를 7번이나 반복했어요. 결국 만들어 놓은 등대를 올리지 못하고 크기도 축소해 조금씩 모양을 만들어 갔습니다. 지금은 안전진단까지 받아 주민들이 안심하는 것 같아요."

등대 불빛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는 민원도 있었다. 최근에는 시계탑이 고장났는데 고치질 않는다고 옛 마산시에 민원을 제기한 주민도 있었다고 하니 동네의 관심을 듬뿍 받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또 한가지 이상한 것은 교회 건물임에도 십자가가 어디에도 안 보인다. 반 집사는 "봉베쥬(봉사하고 베풀고 주는 교회)라는 카페나 2층 공부방 모두 일반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십자가를 달면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빼고 카페 어디에도 교회느낌이 안나게 했어요. 그래도 어딘가 모르게 부담스러운지 아직 사람들이 많이 오지는 않아요"라고 말했다.

카페 운영·관리는 교회신자 7명이 번갈아 가며 무료봉사 하고 있다. 커피든 생과일이든 홍차든 모든 음료는 2000원이다. 그래서 하루에 많이 벌면 4만 원, 적게 벌면 만 원 정도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게 아니다 보니 얼마라도 상관없다. 잘 쉬고 마음껏 수다떨고 다음에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기억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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