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를 데리고 예방접종을 맞히고자 병원을 찾았다. 주사 두 대에 약 하나. 가격은 무려 24만 원이었다. 생후 두 달 된 아이에게 맞혀야 하는 예방접종은 모두 5종류. 그 중 두 가지는 보건소에서 무료로 맞힐 수 있지만 나머지 3가지는 병원에서 맞혀야 했다. 병원에서 맞히는 예방 접종비는 모두 개인의 몫이다. 그런데 1만∼2만 원도 아니고 24만 원이라니. '앞으로 맞혀야 할 주사가 몇 대인데 예방접종비도 부담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보통 사람들은 말한다. '아이 키우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데, 기저귀서부터 분유에, 입혀야지 애 밑으로 들어가는 돈이 장난이 아니야. 그래서 난 안 낳을 거야. 하나만 낳고 안 낳을 거야.'

낳아서 길러보기 전엔 몰랐다. 왜 그렇게 아이들을 안 낳으려고 하는지. 지금은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아이를 낳고자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지금, 수입은 반으로 줄었지만 지출은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나라에서 받는 혜택은 너무나 적다. 아이를 가진 동안 쓸 수 있는 고운 맘 카드와 예방접종비 무료 몇 개. 이 정도론 '아이를 갖고 싶다, 낳아서 기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

항상 정책적으로 아이를 많이 낳고 기르자고 계속 외친다. 방송으로 캠페인을 만들기도 하고 선거철엔 자신의 정책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길러본 사람들은 안다. 실제로 도움되는 혜택은 몇 안 된다는 것을.

그리고 아이를 낳기 전 남편에게 육아휴직 신청을 하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남편은 육아휴직 신청을 하지 않았다. 회사 분위기 운운하며, 그리고 자신 주변에 하는 사람 못 봤다며 육아휴직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정책적으로 엄연히 남성도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고 쓸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우리 남성들 대부분은 출산할 때 잠깐의 휴가 외엔 두 달, 길게는 1년가량 쓸 수 있게 되어 있는 육아휴직을 신청해 육아를 함께 하는 남성은 거의 없다.

온전히 육아는 여성의 몫이다. 이젠 사회적인 분위기 또한 바뀔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제도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엔 많은 희생이 뒤따른다. 밤잠 못 자며 24시간 돌봐야 하는 육아엔 기쁨도 있지만 고통 또한 함께 하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이유가 금전적인 부분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나도 아이를 여러 명 낳아 기르고 싶은 사람 중 한 사람이다. 하지만, 아이를 한 명 낳아 길러보니 이대로라면 더 낳기 어렵겠다는 생각부터 먼저 드는 게 사실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상당히 많을 것이다. 이런 생각하는 자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아이를 낳아도 금전적인 부담을 짊어지지 않도록 각종 정책이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 돈 많은 사람만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기 전에.

/김성애(31·구성작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