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인터넷은 애플이 아이폰4를 리콜할 것이라는 보도로 넘쳐났다. 아이폰4의 수신 감도가 떨어지는 문제로 반(反) 아이폰 진영이 애플 공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어서 큰 반향을 불러왔다. 이날 주요 팩트는 스티브 잡스가 지난 27일 트위터를 통해 '아이폰4 리콜'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은 오보였다.

이 오보 행렬에는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영국의 데일리메일까지도 함께했다. 근거는 이렇다. 27일 트위터 @ceoSteveJobs가 트위터에 올린 "We may have to recall the new iPhone. This, I did not expect.(우리는 새 아이폰을 리콜해야 할 것 같다. 난 이걸 예상 못 했다.)"는 트윗이 시작이었다.

그러나 @ceoSteveJobs 계정은 스티브 잡스를 사칭한 패러디 계정이었으며,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 트위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재생산 광속도 모바일 시대

문제는 언론들이 아무런 사실확인 없이 단지 패러디 계정이 날린 트윗 하나에 근거해 '아이폰4 리콜'이라는 오보를 쏟아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문화일보 매일경제 등이 잇따라 오보행렬에 동참했다.

가짜 트위터 계정으로 말미암은 오보 소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에도 당시 허경영 민주공화당 총재 트위터가 등장해 화제가 됐지만, 곧 가짜 계정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밝혀진 청와대(@BluehouseKorea)를 사칭한 패러디 계정도 최근의 @BIuehouseKorea(blue의 소문자 'l' 대신 대문자'I'를 사용), @BluemouseKorea 등 10개 가까이 될 정도로 트위터에서 패러디 계정은 흔하다. 그렇지만, 트위터에서 이러한 사칭 계정이 큰 문제로 되지 않는 것은 집단지성에 의한 자정 작용을 거치기 때문이다. 트위터에서는 사칭 계정이 아니더라도 믿을만한 근거에 바탕을 뒀는데도 잘못된 정보를 담은 트윗도 넘쳐난다. 그러나 이런 정보는 얼마지 않아 바로잡아지기에 사회적으로 말썽을 빚을 만큼 비화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속보경쟁에 빠진 언론들이 최소한의 확인 절차 없이 오보를 쏟아낸다는 것이다. 사실 언론의 오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긴 하다.

지난 6월 18일에는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한 북한선수 4명이 잠적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급기야 대사관이 망명 등에 대해 경위파악에 나섰다는 보도로까지 이어졌지만, 확인을 소홀히 한 오보였음이 밝혀졌다. 이 오보는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일간스포츠 등이 했지만 머니투데이가 당일 '북한 선수 망명 잠적 의혹은 인쇄 잘못 해프닝'이라고 정정했을 뿐, 오보를 날린 대부분 언론은 아직도 해당 기사를 버젓이 걸어두고 있다.

기성언론, 팩트 검증 능력 키워야

조선일보는 지난 5월 20일 자 1면 머리기사로 아이폰 관련 대형 오보를 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참석한 스마트폰 도청 시연회에서 아이폰에 도청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통화내용 등을 도청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는 해당 기자가 시연회를 직접 취재해 작성한 듯 생생한 현장감 넘치는 표현으로 작성했는데, 뒤에 알려진 바로는 시연회가 비공개로 열렸으며,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시연한 스마트폰도 아이폰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지만, 조선일보는 30일 현재까지 PDF신문에 해당 내용을 그대로 놔두고 있다.

지난해 9월 일명 '나영이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일던 상황에서 매일경제 인터넷판은 나영이에게 몹쓸 짓을 한 사람이 '목사'라고 보도했다가 1시간 만에 기사를 내렸다. 그러나 이미 기독교 목회자들에게 쏟아진 누리꾼들의 비난은 엎질러진 물이었다. 사건 조사 결과 법인은 조두순으로 밝혀졌지만, 기독교계와 목회자들의 명예는 심각하게 훼손된 뒤였다.

아이폰4 리콜 해프닝·북한선수 망명설늘어나는 오보에도 자기반성은 인색해

인터넷을 넘어 모바일 세상으로 가면서 언론에 의한 오보 확대·재생산 과정은 훨씬 빨라졌으며 그 파괴력도 강해졌다. 그러나 '빠른 기사'를 경쟁매체보다 먼저 생산하려는 욕심이 앞선 기자나 언론사들이 사실 확인에 소홀함으로써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엄중한 자기반성과 자정장치 마련에 더 공을 쏟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오보라는 것을 알고 나면 신속히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정정보도를 함으로써 불필요한 오보의 확산을 막고 피해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언론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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