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 사람 만난 적 있니?" 너도 나도 손 드는 아이들

4·5·6학년 고학년 아이들이 수련회를 떠나고 저학년 아이들만 남은 지난 월요일. 내가 봉사활동을 가는 샛마루 공부방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성폭력 예방 교육이 있었다. 요즘 초등학생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게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지만 나는 '설마 내 주변에서…' 하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나의 이런 생각을 완전히 깨는 놀라운 일이 생겼다.

초등학교 정문 앞에 있는 이 공부방은 불과 학교와 50미터 거리도 안 되지만 대부분의 아이가 밤늦게까지 일하시는 부모님들 때문에 오후 7시가 지나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혼자 지내야만 한다. 가끔 수업을 마치고 공부방에 오지 않으면 혼자 있는 시간은 그만큼 길어진다.

   
 
 
아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수녀님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자기 보호가 뭐예요?"

"저요 ~!"

몇 명 아이들이 번쩍 손을 들었다.

"어. 그래 너 말해봐."

"음…. 차나 위험한 것 등으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거요."

"그래 맞았어. 아주 잘했어. 또 위험한 게 무엇이 있을까?"

저학년인 아이들은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며 생각을 했다. 그때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나쁜 사람을 따라가면 안 돼요."

그러자 아이들은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웅성웅성 떠들어댔다. 수녀님은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낯선 사람이 자신에게 다가온 적이 있는지, 무엇을 했는지 물으셨다.

"저는요. 어떤 모르는 아저씨가 사탕 2개 사준다고 해서 같이 갔는데 돈 뺏어 갔어요."

"저는요…."

2학년 여자 아이가 손을 들고 조금은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 뭐든지 말해봐."

"저 1학년 때요. 아파트에 친구랑 놀러 가다가요. 어떤 아저씨가 구석에 오라 해서 가보니까요. 자기 거시기 보여줬어요."

"하하하!"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 사이에서 장난기 어린 폭소가 터졌다. 정작 그 일을 당한 아이는 의연했다. 놀란 수녀님이 당황한 얼굴을 감추고 물으셨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친구랑 막 도망쳤어요."

놀라웠다. 그런 일을 당한 사람 손들어보라고 하자 열 명 중 6명은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손을 들었다. (낯선 사람이) 돈을 요구하기도 하고 (어린아이의) 엉덩이를 만지기도 하고 몰래 성기를 보여주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어린아이들에게 이렇게 큰일들이 있었다니.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데?"

아이들의 대답은 너무나 다양했다. 남자아이들은 태권도 발차기를 한다는 둥, 도망친다는 둥 여러 가지를 이야기했다.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도망친다고 말했다. 수녀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럴 때는 무조건 큰 소리로 '싫어요. 하지 마세요'라고 해야 해. 알겠니?"

"네∼."

아이들은 아무 근심 없는 듯이 힘껏 소리쳤지만, 수녀님과 나의 마음은 무척 무거웠다. 이렇게 순수하게 예쁜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언제든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뼈저리게 느낀 날이었다.

이번 주부터 학교 앞 순찰을 하는 경찰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우리가 모두 이 아이들의 이모, 삼촌이 돼서 힘겹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짓밟히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오마이뉴스/송춘희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