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유족회 강병현(59) 회장은 유복자로 태어났다. 어머니 뱃속에 있는 동안 아버지가 학살당한 것이다. 그는 "어릴 땐 원래 가정마다 아버지는 없는 건 줄 알았다"고 말한다.

강 회장은 2004년 여양리에 이어 진주 문산읍 상문리에서 발굴된 유골에 대해 "어차피 DNA 감식으로 일일이 가족관계를 확인하긴 어려우므로 여기서 나온 유골이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굴된 유해를 다른 지역에 보낼 수 없다고 결의한 배경은 뭔가?

△60년 동안 구천을 떠돌던 원혼들이다. 이제야 유족들의 품에 안기게 되었는데, 또 다시 타향 객지를 떠돌게 할 순 없다. 가까이 모셔두고 후손들이 참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닌가?

11일 유해발굴현장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강병현 회장. /김주완 기자
-그러나 당장 경남도내에는 안치할 곳이 없지 않은가?


△부당한 국가권력에 의해 불법으로 희생된 우리 국민이며 경남도민, 진주시민이다. 마땅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모공원을 조성해 안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충북대에 임차해서 쓰고 있는 임시안치시설도 어차피 2011년까지 한시적이다. 그 뒤에는 대책이 없다. 뿐만 아니라 내년 4월이면 진실화해위원회가 해체돼버릴 가능성도 높다. 우리 지역에서 영구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또다시 유골 상태로 떠돌게 된다. 자식된 도리로 그렇게 둘 순 없다.

-추모공원을 조성한다면 후보지는 있나?

△진주시 명석면 일대에 적당한 터를 제안하는 사람도 있고, 폐교를 활용하자는 제안도 있다.

-경남도와 진주시가 끝까지 외면하면 어쩔 것인가?

△나 혼자서라도 유골을 가슴에 안고 진주시와 경남도청에 쳐들어 갈 생각을 하고 있다. 다른 유족들도 같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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