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5일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흑인 혼혈아 출신 버락 오바마가 당선되었다. 이는 미국과 세계의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었다. 왜냐하면, 세계화 때문에 이미 시작된 인류의 미래인 다문화, 다인종 사회의 본보기이기 때문이다.

다문화 시대라 함은 국제결혼이나 입양 등에 의해서 가족 구성원 간에 여러 문화가 존재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면 필리핀이나 베트남 여성들이 우리나라로 시집왔을 때 한국 문화와 그 나라의 문화가 함께 그 가정 속에 공존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이런 다문화 가정은 계속 늘어갈 것이다. 대개 외국인 비율이 5%가 넘으면 본격적 다문화 사회인데 우리나라도 이제 곧 이에 도달할 상황이다.

따라서 다문화 사회, 다인종 사회의 대두나 진행은 기정사실이고 불가피한 현실이다.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사실 인류가 한 군데 정착하여 동질집단을 이루고 사는 정주민 문화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세계 인류의 분포를 보면 인간은 언제나 유목민으로 대륙을 이동하였다. 그러니 문화는 늘 다양한 요소들의 복합체이고 그러는 가운데 문화는 더욱 발전해 왔다. 오늘날은 세계화와 지식정보화 바람에 디지털 유목민들의 교류가 더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국은 이들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 의식에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한국은 순혈주의 경향성이 강한 나라이다. 얼마 전 OECD는 대한민국이 계속 '단일민족국가'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를 바란다고 권고한 사실도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정부는 다문화 정책을 펴고, 다문화 교육을 한다고 온통 법석이다. 이주민들을 어떻게 하면 빨리 이 땅에 정착시키고, 이 사회에 통합시킬까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나 정책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이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는 우리의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예를 들면 '코시안'이라는 용어 는 이들을 다른 이들로 보는 관념이 내포된 잘못된 언어다.

   
 
 
따라서 다문화 교육은 이주민들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해야 한다. 아직도 매스컴에서는 <미녀들의 수다>에서 보듯이 이들을 그저 낯선, 착한 이웃 정도로 대상화하거나 상품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주민은 구석진 곳에서 한국인들의 냉대와 차별 때문에 인간적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은 숨긴 채로 말이다.

버락 오바마는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미국 출신 백인 어머니의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이제 한국도 이런 혼혈인이나 이주민들이 살아가고, 그들이 성공하고, 자기를 실현해 나아가는 데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장벽이 없어져야 한다.

/이철호(유레카 언어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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