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겸손함…낚시꾼 일생의 시작

   
 
 
지난봄의 짜릿했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늦었지만 그때의 기억을 꼭 전하고 싶었다. 신록이 푸름을 더해가고, 행인들의 한결 얇아진 옷차림에서 봄기운이 느껴졌던 4월이었다.

마당에서 조는 우리 집 '방울이'와 금양낚시 가게 앞에서 늘어져 자는 '우비'가 봄의 여유로움을 더해주었다. 대로변 화단에서 군락을 이룬 채 선홍빛을 한껏 토해내는 영산홍의 자태만 보아도 봄은 절정인 것 같았다.

일요일이었나. 10시에 일어나서 아침 먹고 곧바로 베개를 찾는데, 아들이 오늘은 바람 좀 쐬러 가자고 보챈다. 그 앞번 일요일에도 낚시 가자고 보채는데 잠만 자니까, 한동안 삐쳐서 말도 안 하던 놈이다. 큰 마음 먹고 아들을 위해서 하루를 보내기로했다.

저번엔 바람이 터져서…오늘은 수온이 많이 떨어져서…왜 난 늘 빈손이야

낚시 가방을 트렁크에 넣고 식구들을 태우고 남해 미조로 향했다. 아들놈은 지난번에 망상어 몇 마리 잡은 곳으로 가자고 했다. 민장대를 들고 한껏 찌를 주시하는 아들 옆으로 릴대를 들고 섰다. 아들 찌 근처에 밑밥 품질을 하는데 이놈이 한마디 놈다. "아빠, 오늘 누가 고기 많이 잡는지 내기해요."

'허~~ 요놈 봐라. 지난번에 망상어 몇 마리 잡더니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네.ㅎㅎㅎㅎ'

잠시 후 아들놈이 먼저 대를 세운다. 대 끝에 대롱대롱 뭔가 한 마리 걸려 있다. 노래미다. "아빠, 1:0 입니다."

잠시 후 아들이 또 대를 세운다. 그런데, 미약하나마 휘어져 있던 대가 쪽 바로 서버린다. 챔질이 어설펐던 모양이다. 휴~~ 다행이다. 내 꼴이 우습다. 아들이 고기 놓쳤는데 안도의 한숨을 쉬다니.

그날 철수하는 시간까지 나는 고기 얼굴도 못 보았다. 철수하는 길에 아들놈은 의기양양했다. 아들놈은 내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낚시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천하에서 날고 기는 왕 캡틴도 적어도 우리 아들 생각으로는 허수아비보다 낚시를 못한다. ㅎㅎㅎㅎ.

   
 
 
그런 아빠를 이겼으니 어린 마음에 그럴 수밖에. 어린 아들놈 앞에서 망신살을 샀어도, 유쾌한 하루였다. 아들놈이 그토록 하고 싶어하는 낚시를 하게 했고 기를 살려 주었으니말이다.

초보 땐 곧잘 잡더니, 요즘은 갈 때마다 허탕…아들과 대결, 졌지만 유쾌한 하루

아들놈과의 낚시에서 대패했던 기억에 이어 문득 얼마 전 들었던 닉네임 '허수아비'님의 푸념이 떠올랐다. 겸손함, 설렘, 그렇게 낚시꾼의 일생이 시작되지.

'두미도에 내리자마자 짐들을 약간 위쪽으로 옮겨 놓고 발 아래쪽으로 밑밥을 열대여섯 주걱 뿌렸다. 같이 내린 동료가 초심자에 무장비인지라 그 사람이 쓸 낚싯대 채비를 한다.

초릿대를 뽑아 가이드를 정렬하는 순간, 톱 가이드의 링 부분이 부러져 나간다. '초장부터 재수 더럽게 없네.'

두 사람이 두어 시간 동안 입질 한 번 못 받는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나의 낚시 실력을 믿고 초장이며 쐬주며 상추까지 준비해온 동료를 힐끗 쳐다보니 쓴웃음이 나온다.

   
 
 
지루해진 동료가 낚아낸 학꽁치 50여 마리를 쿨러에 담아 철수했다.

언제나 그렇듯 철수 길에는 빈 손이었다. 지난 번에는 바람이 터져서 그런 것이라더만 오늘은 수온이 많이 떨어져서 그렇단다. 그런데도 같은 배를 타고 나간 사람 중에는 늘 고기를 잡아낸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며, 난 왜 못 잡는데? 처녀가 애를 배도 핑계는 있는 법이다. 낚시가 참 어렵다.

초심자 시절에는 처음 고스톱 치는 놈이 돈 따듯 눈먼 괴기들도 걸려 올라오더니 좀 알 만하니까 늘 콧구녕에 갯바람만 넣고 돌아온다. 한 때는 갈메기 똥 싼 여에서 물 마시다 이물질 삼킨 고기로 가마대도 받고, 참 좋았는데.

감성돔 낚시도 어놈고 벵에돔 낚시도 어렵다. 그중에서도 제일 어려운 낚시가 사람 낚시더라. 사람이다 보니까 제각기 욕심이 있고 자기 주관이 있는지라, 조금 친해졌다고 방심하면 금방 멀어진다.

낚시하면서 사람들과 친해져 결국에는 사람낚시를 하고 싶었지만 만고 내 생각이었다.'

/삼천포 금양낚시 조상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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