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뎃잠 불편해도 조과는 최고

거제 화도방파제의 해넘이 풍경.

필자가 속한 하늘낚시(http://cafe.daum.net/hanulnaksi) 카페의 회원 다섯 명이 평일에 거제 화도방파제로 야영 낚시를 다녀왔다. 낚시를 떠난 금요일은 종일 비가 내린다는 일기 예보가 있었으나 대부분의 참여 회원들이 기상청의 예보가 맞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고, 또한 기상이 좋지 않은 경우 낚시꾼들이 붐비지 않아 여건이 좋은 방파제를 차지할 수 있다는 큰 기대감을 안고 있어 부슬 부슬 비가 내리는 상황은 회원님들의 부푼 꿈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꾹꾹 처박는 걸 보니 틀림없이 감성돔이야!"

오전 10시경에 마산에서 다섯 명의 회원이 만나 한 대의 차량에 동승해 미리 약속된 구 거제대교 근처의 모 낚시점에 도착하여 낚시 밑밥과 미끼를 준비하고 근처 마트에서 야영에 필요한 부식을 준비해 화도의 이름 모를 방파제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 반경이었다. 방파제에 도착하기까지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부슬부슬 내리고 있어 우선 방파제 입구의 넓은 공터에 야영을 위한 텐트를 친 다음 비에 젖으면 안 될 물건들을 텐트 안에 집어넣었다.

손맛 볼 찰나 떨어지는 빗방울…날 개기 기다리다 밤 깊어지고

잠시 후 비가 그치자 모두들 기상 전문가라도 된 듯 출발에 앞서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살펴본 위성 구름 사진을 보니 이맘때에 비구름대가 벗어날 거라고 생각했다는 둥 지금부터 내일 철수하기까지는 날씨가 좋을 거라는 둥 나름대로 위안을 삼을 얘기들을 꺼내 놓는데….

하지만 그 얘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하늘에는 검은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흡사 어둠이 내리려는 듯한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연출하며 금방이라도 장대비를 퍼부을 것만 같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방파제에서 준비해간 음식을 먹으며 친목을 다지는 조사들.

이제 겨우 오후 2시를 지나고 있으니 중날물이 시작되는 시각이다. 잠시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틈을 타 먼저 채비 준비를 마친 본인이 낚시를 시작했는데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막대찌가 스르르 잠기는가 싶어 챔질을 시도했다. 꾹꾹 쳐박는 느낌을 주는 것을 보니 분명 감성돔이다. 하지만 그리 큰 사이즈가 아님은 릴링 과정에서 느낌이 왔으니 아니나 다를까 뜰채에 담고 보니 30센티 조금 못 미치는 크기이다.

대상 어종인 감성돔의 존재를 확인한 회원들이 하나둘씩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낚시를 드리우는데 잠시 후 하늘낚시 카페의 마린보이 회원님이 강한 입질을 받고서 파이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방금 본인이 잡은 것보다 더 힘찬 파이팅을 벌이는 걸로 봐서 괜찮은 씨알로 여겨진다. 뜰채에 담고 보니 30센티 중반의 감성돔이다.

밑밥을 뿌려도 잡어들이 모여들지 않아 입질이 왔다하면 감성돔이다. 낚시를 시작한 지 불과 한 시간 정도 만에 대여섯 수의 준수한 씨알의 감성돔을 잡고서 그 여세를 몰아가는 찰나에 하늘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고 굵은 빗줄기를 내리 퍼붓는다.

◇방파제 한가운데 자리 깔고 먹는 감성돔 회맛이란…

잠시 후에 비가 그치길 기대하면서 모두들 낚시 접어두고 비옷 입고 우산 쓰고서 미리 준비해 간 음식들을 방파제에 펼쳐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오후 내내 비는 그칠 줄을 모르더니 급기야 시커먼 먹구름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여 금방이라도 방파제에 번개를 내리 꽂을 듯이 위협을 한다. 이런 와중에도 민생고를 해결해야 하겠기에 다시금 자그마한 텐트 속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어설프게 끓인 라면과 미리 준비해 간 김밥으로 저녁을 대신하였다.

철수 전까지 잡은 감성돔.

저녁 식사를 끝내고 비좁은 텐트 속에 옹기종기 모여 천둥과 번개 그리고 비바람이 멈추길 기다리면서 담소를 나누다 보니 점차 천둥 번개 소리가 멀어지고 빗줄기도 약해진다. 하지만 바람은 금방이라도 텐트를 날려버릴 듯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저녁 들물 시간대를 노린 야간 낚시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다린 보람으로 맑게 갠 아침…쉴 새 없는 입질에 기분도 쾌청

다행히 비가 멈추었기에 모두들 밖으로 나와 오후에 잠시 낚시하여 잡아 놓은 싱싱한 감성돔으로 회를 뜨기 시작했다. 바람이 세차게 부니 낚시꾼들의 천적인 모기들이 극성을 부리지 않아 좋다. 방파제 한가운데에 자리를 깔고 정성스레 뜬 회를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다 보니 화도 방파제에서의 밤은 깊어만 간다. 어느 순간 준비해 간 술이 바닥이 나자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내일은 맑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원하며 텐트 속으로 하나 둘씩 찾아든다.

강한 바람에 텐트가 들썩이는 바람에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 잠이 들었는데 문득 잠에서 깨니 먼동이 트고 있다. 다소 구름이 낀 날씨지만 바람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잔잔하다.

잠을 설친 회원님들 하나 둘씩 일어나 낚싯대를 펼쳐 보지만 새벽 초들물 시간대에 별다른 조과 없이 20센티 정도의 방생 사이즈 감성돔만 두어 마리 올라왔을 뿐 모두들 제대로 된 씨알의 입질은 받지 못하고 있다. 라면과 어젯밤에 먹다 남은 김밥으로 아침을 간단히 때우고 낚시를 했건만 방생 사이즈의 감성돔들만 올라오고 있는데다 구름 사이로 따가운 햇살이 쏟아지자 회원 일부는 텐트 속이나 나무그늘 밑으로 가서 드러눕기 시작한다.

◇전날 밤 천둥 번개에 놀라 도망갔던 감성돔의 회귀

어느덧 시간은 흘러 들물이 끝나고 날물로 바뀌는 낮 12시경이 되었다. 전날 저녁의 천둥 번개에 놀라 도망갔던 감성돔들이 다시 돌아온 것일까? 비록 20센티 전후로 씨알은 잘지만 쉴 틈 없는 감성돔의 입질이 이어진다. 당초 오후 1시에 철수하기로 한 약속을 오후 3시로 급히 변경하고서 모든 회원들이 골고루 손맛을 보고 있다.

아마 방생한 감성돔만 하여도 족히 오십여 마리는 되리라 생각한다. 점차 제대로 된 씨알의 감성돔들이 올라오기 시작해 모두들 한두 마리씩 감성돔을 잡고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다른 야영 손님들을 태우고서 다가오는 철수 낚싯배가 보인다. 아쉬움이 남지만 이미 감성돔의 손맛을 볼 만큼 봤기에 미련 없이 철수하기로 하였다.

아마 한 달쯤 뒤에 본격적인 가을 감성돔 낚시 시즌이 되면 이곳 화도 방파제는 마릿수와 씨알 면에서 조사님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할 최고의 낚시 장소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파제가 작은 편이고 낚시 포인트가 방파제 끝으로 한정이 되어 있어 겨우 두세 명의 인원만이 동시에 낚시를 할 수가 있으며, 육지에서 화도까지 운행하는 정기 여객선이 있다고는 하나 많은 낚시 짐을 들고 방파제에 진입하려면 거제나 통영 지역에서 낚싯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불편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이 오히려 낚시꾼들이 들끓는 육지의 방파제 보다 한층 여유로움과 짜릿한 손맛을 안겨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황민태('하늘낚시 카페' 회원 ID 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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