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팽개쳐도 아쉽지 않은 손맛삼천포 아줌마의 낚시 대회 도전기

이미숙 씨(왼쪽)가 출조한 이들과 함께 기념촬영한 모습. 이 정도 조과면 사진 찍어둘 만 하다.
# OPENING 아줌마, 낚시대회 준비 끝

요즈음 같은 어중간한 시즌에 할 일 없을 땐 노느니 장판 뜯는다구, 모여앉아 마릿수 뽑기 하시는 아저씨들 틈에 아줌마도 할 말 있쑤~

침 튀기며 끼어들려고 목청뽑기도 해봅니다.

감성돔이 한참 쏟아질 10월쯤 이름도 다양한 낚시대회가 줄줄이 있었습니다.

한두 마리 낚아본 경험이 실력인양 간덩이가 부어 두어 번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집안 똑똑이가 나가선 병신이라고, 우물에서는 혼자서도 잘 놀았지만 큰물에 나가보니 햇병아리 신세도 못 면한 눈도 못 뜬 삥아리였음을 고백합니다. 미역국을 훌쩍훌쩍 마셨지요, 흐흐 흑….

# 1 드디어 출조, 세방자리 앞에서 배를 멈추고

◇낚시대회 이야기를 왜 하는고 하니 = 딱히 등수에 들고자 욕심 나서도 아니고…. 적당히 그냥이었습니다. 이런 경험도 한번 해보자 싶어서였고, 대회 참가를 위해 무지 칼을 많이 갈았더랐습니다.

출조에 미쳐 두어 달 낚시점 문 걸어 잠가

두어 달을 점방 문도 걸어잠그고 출조에 미쳐 있었고, 감성돔 시즌이라 확률도 좋았습니다.

무거운 낚시장비가 약간 버거웠고, 품질이며 낚싯대를 오랜 시간 들고 있다 보니 오른쪽 팔에 엘보가 왔습니다.

정작 사천시장기 당일에는 팔꿈치에 열이 나면서 힘이 빠져 품질은커녕 낚싯대를 들고 있기도 힘들었습니다.

엘보의 가장 큰 원인은 시장기 하루 전날 두미도 세방자리 옆쪽에서 제법 쏠쏠한 마릿수 재미를 보는 바람에 팔을 못 쓰게 되었답니다.

아저씨들 먼저 배에서 내리고, 세방자리 앞에서 "요는 왕사미가 최근에 재미 보는 곳입니다. 내리실 선수분 나와주세요~"하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저요"하고 튕기듯 하선했고, 왼쪽 홈통 쪽은 꽁치 사장님이 너무 지척이라 좀 걸쩍지근한 생각이 들어 채비할 생각도 않고 자리를 옮겨볼까 하는데 배가 돌아와 포인트를 이동. 얼쑤~(생리현상이 올 때 무지 거시기하거든…. 그래서 항상 고기를 못 잡더라도 안 보이는데 내려달라고 함. 낚시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

10월부터 12월 사이는 물때 관계없이 4시 이후로 해 떨어질 때가 입질 타임인지라 경험상 초반부터 힘 빼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바람을 피해 쉬려고 자리를 잡고 누웠는데 아버님이 배를 몰고 포인트 이동 중이셨습니다.

물거품을 일으키며 달리다가 갑자기 배가 서더니 "왕사미~" (아버님도 왕사미라 부릅니다.) "아이코~ 우리 매느리가 없어졌다."

마이크로 다급하게 부릅니다. 저도 놀래서 모자를 벗어 돌리며 "아버님 저, 요게 있심더" "아이코~ 왕사미, 물에 빠졌던 줄 알았다 아이가, .조심하거래이."

홈이 움푹 팬 곳에 누웠더니 못 보셨든 모양입니다. 앞으로는 보이는 곳에 있으라는 주의를 주시며 뱃머리를 돌렸습니다.

# 2 연방 입질, 팔꿈치 통증은 잊고

◇슬슬 반응이 오고 = 채비를 하고 열심히 찌를 날렸습니다.

그날은 입질이 좀 늦어 오늘은 손맛을 못 보는가보다 하고 해 떨어지는 걸 아쉬워하고 있는데, 웬걸 오른쪽에서 입질이 왔습니다.

   
 
 
초짜의 버릇인지 한 마리 걸고 나면 수전증에 걸린 듯 손이 왜 그렇게 떨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덜덜거리며 쾌미를 찾아 기우고 풍덩 던져놓으며 날씬하고 어여쁜 꽃분홍 몸단장한 크릴을 바늘에 꿰어 던졌습니다.

찌가 동동 시냇물 흐르듯 빠르게 흘러가더니 또 그 자리서 찌가 ●●~, 신발크기에 대충 맞춰보니 45센티는 될 듯했습니다.

먹어본 놈이 고기맛을 안다고 연거푸 뽑아보니, 찌가 방실거리며 떠있다 사라질 때마다 대충 감이 왔습니다. 이것저것(잡어포함) 잡고 나니 터져도 그만 하는 생각에 TV 속 프로 아저씨들 멋진 자세를 생각하며 똥폼, 개폼까지 잡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크릴 한 마리, 한 마리씩 올라왔습니다. 아무도 없는데 어둠 속 갯바위에서 배실 배실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크크크.

아팠던 팔, 대어 낚자마자 언제였는지…

잡어들은 방생 크기 좀되는 놈만 챙겨서 기념촬영하고, 다시 쾌미를 바다에 던져놓고 욱신거리는 팔을 잡고 배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배가 갯바위에 대면서 서치라이트를 비추는데 쾌미를 걷어올리니 와~하는 큰소리들이 들려왔습니다.

이날도 아버님이 제일 기뻐하셨습니다.

   
 
 
"우리 매느리 또 잡았뜨나???"

그날 이후 지금까지 엘보경보가 해제도 안 됐지만, '다시 이런 폭발적인 마릿수 손맛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미숙(삼천포 금양낚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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