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화살촉 오징어 떼 '습격'

   
 

◇오징어 낚시 '전문가'를 따라서
"낼 밤 한 낚시 어떻습니까?"

"종목이 뭡니까?"

"마산 바다쪽으로 오징어가 많이 들어왔답니다."

"몇십니까?"

"10시쯤에 내서 공장에서 보기로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 가겠습니다"

"낼 밤 한 낚시 어떻습니까?""종목이 뭡니까?""마산 바다쪽으로 오징어가 많이 들어왔답니다.""몇십니까?""10시쯤에 내서 공장에서 보기로 했습니다.""알겠습니다. 그리 가겠습니다"

집어케미라이트·오징어 바늘·민물새우 미끼 '채비 간편'

지난 15일 회사 선배로부터 오징어 낚시를 가자는 전화를 받았다. 바다 낚시는 지난 겨울 통영에서 호래기 낚시를 한 이후 벌써 몇 달째 못한데다 16일 밤은 다음 날이 쉬는 날이기 때문에 부담도 없어 두말 없이 따라 나서겠다고 했다.

'따라 나선다'는 것은 남 가는데 얹혀간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원래 내 전공은 바다 낚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월을 낚으며 수양을 하는 민물 낚시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낚시는 루어 낚시다. 가짜 미끼를 단 낚시를 던졌다가 감기를 수없이 되풀이하며 배스, 쏘가리, 꺽지, 가물치 등 육식성 물고기를 유혹해 낚는다.

사실 전공이랄 것도 없다.

참고 기다릴 줄도 모르는데다 게을러서 지렁이 갈아 끼우기도 귀찮아 낚시는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2001년 쯤 친구 따라 산청 경호강에서 쏘가리 낚시를 해본 것이 인연이 되어 루어 낚시를 즐기게 됐다.

어쨌든 바다 낚시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고 채비도 따로 없어 바다 낚시 전문가로 통하는 회사 선배가 출조를 한다고 하면 '따라'나선 것이다.

◇"아차, 바늘을 안 가져왔네!"
16일 밤 10시쯤 내서 공장에서 선배 2명, 후배 1명, 나까지 모두 4명이 출발했다. 목적지가 구산면인줄 알았는데 가보니 동진대교 건너 고성군 동해면 대천마을 앞 방파제다.

규모가 작은 방파제 2개가 나란히 있는데 한 쪽에는 벌써 두 세 가족으로 보이는 낚시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 일행은 보안등도 없이 어지럽게 그물을 펼쳐놓은 방파제 끝에 자리를 잡았다. 전문가 선배가 물고기를 모으는 집어등부터 켰다. 발 밑 바다가 훤하다.

묵직하다고 느낄 때 챔질 15㎝정도 오징어 줄줄이

채비를 시작했다. 전문가 선배가 민장대를 하나씩 나눠주며 오징어를 유인하기 위해 케미라이트부터 서 너 개씩 달라고 지시를 했다.

한창 케미라이트를 달고 있는데 "아차! 바늘을 안 가져왔네!" 전문가 선배의 말이었다. 이 무슨 비전문가 같은 말씀일까? 케미라이트와 미끼 100개를 달아도 바늘이 없으면 무엇하랴.

전문가 선배가 후배를 구슬러 공장으로 출발했다. 바늘 가지러.

그 사이 나는 다른 선배와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밤바다의 여유를 즐겼다.

화살촉 모양의 조그마한 오징어.

잠시 후 오징어가 나타났다. 수면 바로 아래에서 스무 마리 남짓 떼를 지어 이리 저리 왔다갔다 한다. 군침이 돌았다.

나는 원래 비싼 생선회보다는 싼 오징어회를 훨씬 좋아한다. 횟집에 가서도 회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 보다는 먼저 나오는 멍게, 오징어, 전복, 개불, 해삼 같은 것들에 더 욕심을 낸다.

따로 가져간 루어대를 꺼내 야광미끼를 달았다. 안될 줄 뻔히 알면서 던져봤다. 혹시나가 역시나다. "뜰채나 투망만 있었어도 너희들은 전부 내 손에 있는건데…. 쩝"

전문가 선배가, 아니 바늘이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연거푸 올라오는 15㎝ 오징어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늘이 도착했다. 바늘에 오징어가 좋아하는 살아있는 새우를 미끼로 달아 던졌다.

곁에 있는 선배가 금세 한 마리를 올렸다. 15㎝ 정도로 작은 오징어다. 이어서 후배가, 또 선배가 연거푸 올린다. 씨알은 거의 비슷하다.

오늘 되겠다. 감이 온다. 내 장대에서도 슬그머니 당기는 느낌이 있다. 쑥 들어올리자 기대했던 대로 오징어가 달렸다.

줄을 잡아 바늘을 빼려 하자 녀석이 "푸우-푸우"하는 소리를 낸다. 마치 안잡히려는 고양이를 억지로 잡았을 때 고양이가 발톱을 세우며 "푸우"하고 위협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날 잡아 올린 오징어들이 먹물을 내뿜었다. /박일호 기자

비전문가들이 연이어 오징어를 낚아올리고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전문가의 장대에서는 소식이 없다. 구시렁구시렁.

낚은 오징어를 모으는 통속의 물은 어느새 새까맣게 변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오징어들이 먹물을 마구 쏘아댄 탓이다.

열 마리, 스무 마리, 서른 마리. 일일이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족히 마흔 마리는 낚은 것 같았다.

새벽 3시. 판을 접어야 할 시간이었다. 더 낚을 수도 있었지만 그만하면 됐다 싶었다. 다음 날 일정도 생각해야 하고 많이 낚아야 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욕심낼 필요가 없었다.

공장 사무실로 철수.

공장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시식회'를 열었다. 물론 시식회 요리사도 전문가 선배 몫이었다. 전문가는 괴로워.

전문가 선배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오징어를 손질해 내놓았다. 서둘러 젓가락으로 몇 점 집어서 초장에 쿡 찍어 입에 넣고 우적거렸다. 새끼들이라 그런지 연했다. 조금 씹다보면 스르르 녹아버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씹는 맛은 덜했다.

하지만 내 손으로 낚은 오징어 맛! 거기다 주변 사람들 뒷담화까지 더해지면…. 그 맛을 어디에다 비할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징어 별미와 뒷담화를 즐기는 사이 사무실 밖이 조금씩 밝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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