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덕의 섹스토크]"'고개숙인 남편' 최고의 치료법?

얼마 전 야심한 밤, 잠자리에 누웠다가 유난히 잠이 오지 않길래 TV를 켰다. 그렇다고 특별히 보고 싶은 것도 볼만한 것도 없고 해서 애꿎은 채널만 이리저리 돌리던 중 필자의 귀를 의심하기에 충분한 대화들이 한 케이블 방송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희 남편은 구강성교를 아주 좋아해요. 하지만 제가 무리하게 하다가 턱이 빠져서 그 이후에는 하기가 겁나요."

"우리 주부들께서 구강성교 때문에 힘드신 점이 많군요. 그럼 이번엔 패널로 나오신 가수 ○○○씨 얘기를 들어볼까요?"

"솔직히 남자치고 구강성교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씨(사회자)는 싫어하세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연예인 사회자와 패널, 그리고 성교육 전문가가 20여명의 평범한 주부들과 함께 토론식으로 진행하는 프로였는데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웬만해서는 하기 힘든 대화가 방송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믿기 어려웠다.

다소 충격적이긴 했지만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서 과거에는 '변태' 취급까지 받던 구강성교에 대해 이렇듯 공개적으로 토론하게 됐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구강성교, 즉 오럴섹스는 사랑하는 사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섹스행위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발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남성이나 오르가슴을 느끼기 힘들어하는 여성에게는 좋은 효과를 줄 수 있는 행위이기도 하다. 특히 중년기로 접어드는 부부라면 섹스를 할 때 발기를 완전하게 하기 위해 보다 직접적인 자극이 가해져야 한다. 전희 단계에서 아내는 남편의 페니스를 손으로 만져 준다거나 오럴섹스와 같은 강한 자극을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어쩌면 중년기 부부가 발기에 이르는 가장 정상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성들은 아직 오럴섹스에는 익숙해져 있지 않아 남편의 이 같은 요구를 불쾌하게 생각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고개숙인 남편'을 위한 최고의 치료법이 될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방송 토크프로에서조차 주제로 삼을 만큼 오럴섹스가 일반화 되고 있다. 만일 오럴섹스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그 편견을 깨고자 노력해보는 것도 식상해진 성생활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마산 정규덕비뇨기과 원장(www.drj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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