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고개숙인 남자
남자의 계절이 깊어가고 있다. 가을이 왜 '남자의 계절'로 자리매김하게 됐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무리 평소에 무뚝뚝하던 남성이라도 가을만 되면 괜히 '센치'해진다고 하니 가을이 남성과 관계가 깊은 것은 분명한 듯 하다.
그래서인지 가을만 되면 유난히 외모에 신경을 쓰는 남성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가을 남자'에 걸맞은 의상을 비롯 머리스타일 액세서리 등, 여성 못지않게 외모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
그러나 외모에서 아무리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해도 '결정적인 이유' 하나가 여성들의 환상과 기대를 무너뜨릴 수가 있다. 잘생긴 외모와 건장한 체격으로 주위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는 L씨가 바로 그 케이스.
결혼 적령기의 L씨는 뛰어난 외모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말 못할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다. 잘난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밤만 되면 여지없이 '토끼'로 변하고 말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외모에 반했던 여성들도 밤일을 치르고 난 후에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곤 했다.
인류의 조상에게 조루는 생존을 위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였다.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는 밀림에서 어찌 한가롭게 섹스를 즐길 수 있었겠는가. 지금도 밀림의 맹수들은 물론 원숭이의 경우에도 섹스시간은 10초를 넘기지 못한다. 대신 몸의 회복도 빨라 짧은 시간에 여러 번 교접이 가능해 치고 빠지는 속전속결주의가 밀림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오랜 시간 쾌락을 즐기려고 하는 인간에게 조루는 더 이상 바람직한 인류의 유산이 아니다. 특히 부부가 육체적으로 일치된 만족감을 얻기 위해선 최소 한도의 발기시간이 유지돼야 한다.
조루의 기준은 사실 애매하다. 질에 삽입한 뒤 시간이나 왕복횟수를 따질 수도 있으나 적어도 자신의 의지에 반해 사정하거나 상대방이 원하는 만큼 만족시킬 수 없다면 조루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인간이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조루증 환자들에게 행복한 순간은 너무나 짧고 그 뒤에 찾아오는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조루 치료를 위해 질내 성적 감각을 익혀 사정을 조절하는 감각 훈련법이나 사정에 영향을 주는 신경을 부분 차단하는 방법 등이 개발돼 효과를 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사전에 따뜻하고 정감어린 대화와 충분히 전희를 한 후 성관계를 유도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조루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어떤 노력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을 때는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임을 잊지 말도록 하자.
/마산 정규덕비뇨기과 원장(www.dr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