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도 뽑아도 죽지않는 생명력 여름 내내 나물해 먹기도 지쳐

연일 내린 비 때문에 유기농으로 농사짓느라 제초제 한 번 못 뿌리는 친정집 콩밭에 풀이 우거져 뙤약볕에 밭 매는 어머니 한숨 늘어졌겠습니다.

옛날에는 물약 타서 고랑에 살살 뿌리면 콩만 남고 잡풀은 안 솟아서 밭 매는 일 걱정이 없었는데, 10여 년 전부터 유기농 작목반을 만들어 동네 전체가 농약은 한 방울도 안 쓰기로 약속하고 무공해 농사를 지어 힘들다고 걱정입니다.

   
이제는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인정받는 무공해 농사 마을이 되었지만 노인들만 옹기종기 모여 살다보니 김매기가 보통일이 아닙니다. 교통사고에다 허리 디스크까지 앓은 어머니는 장애등급을 받은 몸인데 비지땀 흘려가며 콩밭 매기엔 너무 힘겹습니다.

날씨 가물수록 더 싱싱해져

어떻게든 농사만 지어놓으면 돈 만들기는 옛날보다 수월하다는데 이제는 망가져버린 몸이 따라주질 않습니다. 한여름 소낙비! 한 줄기 하고 나면 부쩍부쩍 자라나는 바랭이·쇠비름· 실새삼이 콩잎을 덮어버릴 정도로 무성해집니다.

뽑아도 뽑아도 그악스럽게 뿌리를 내리는 바랭이가 제일 골치인데요. 이놈은 질겨서 나물로도 못씁니다. 그 다음이 실새삼인데, 기생식물인 실새삼은 콩대를 감고 올라가서 영양분을 다 빨아 버리기 때문에 한 번 붙었다 하면 폐허로 만들어 버려서 보는 족족 뜯어 버려야 합니다.

그 뒤를 잇는 강적이 바로 쇠비름인데요. 이 쇠비름은 다육성식물이라 아무리 뽑아도 죽지를 않습니다. 뿌리째 뽑아 흙을 털어내고 바위위에 올려 두어도 비 한번 내리면 뿌리를 공중에 벌리고 살아난답니다. 날씨가 가물면 가물수록 더 싱싱하게 살아남는데요. 한 아름씩 뜯어서 나물해먹고 말려서 또 해 먹고 해도 워낙 번식력이 강해서 어느새 씨가 퍼져 새순이 새파랗게 올라와 버립니다.

나물해 먹기도 지쳤다는 이 쇠비름은 6월에서부터 10월이 지날 때까지 반투명의 노란 꽃이 끊임없이 피고 지며 번식을 합니다. 타원꼴의 잎 모양이 말의 이빨을 닮았다고 ‘마치현’이라 부르기도 했으며, 풀 전체가 다섯가지 색깔을 가졌다하여 ‘오행초’라고도 불렀는데요. 잎은 푸르고 줄기는 붉으며 꽃은 노랗고, 뿌리는 희고 씨앗이 새까매서 음양오행설이 말하는 다섯 가지 기운을 다 갖췄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답니다.

몸속 독소 빼내는 만능 식품

그만큼 약효도 완벽해서 갖가지 악창과 종기를 치료하는데 그만이라는데요. 쇠비름을 솥에 넣고 고아서 고약처럼 만들어 옴·습진·종기에 바르면 씻은 듯이 낫고 오래된 흉터도 지울 만큼 피부에 좋다고 합니다. 또 질염·대하·이질이나 만성장염·변비에 좋은 역할을 해서 몸속의 온갖 독소를 빼내기 때문에 여름 밥상에는 으레 쇠비름나물이 오르곤 했는데요.

부드러운 잎과 줄기를 소금물에 살짝 데쳐 말려 두었다가 겨울 나물로 쓰기도 하는데 오래 먹으면 장수하고 머리가 희어지지 않는다고 ‘장명채’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답니다. 오메가-3지방산이 식물 중에 가장 많이 들어 있다고도 하는 이 쇠비름은 미래형 만능 식품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올 광복절에는 가족들끼리 모여 콩밭매기 대회를 열어야겠습니다. 지천으로 늘어진 쇠비름 캐다가 무쳐먹고 볶아먹고 데쳐 말려서 참살이 밑천 해야겠습니다. 내년에도 무성히 자꾸 자라면 차라리 콩밭을 쇠비름 밭으로 가꾸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제안해 볼 참입니다. 콩이나 쇠비름이나 거두기 따라 잡초가 되기도 하고 채마가 되기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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