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지역 교사 양심선언 계기로 본 문제점 4가지

김용택 교사.
교원평가문제를 놓고 교육부와 교원단체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 현장에서 ‘채택료를 뿌리 뽑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진주 명신고등학교에서 시작된 ‘채택료를 받지 말자’운동은 진주의 중앙고, 진주여고, 진고, 진양고 등으로 이어져 200여 명의 교사들이 동참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교사들의 자정운동에 대해 진주의 도서 도매업자들도 부교재 가격을 낮추겠다는 반응을 보여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경남전체 인문계 고교 174개(종고 인문반 포함) 3,6000개 학급의 학생 11만3225명이 연간 과목당 6권씩의 부교재를 구입한다고 봤을 때 그 채택료는 엄청난 액수다. 입시위주의 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에 비추어 부교재 값은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 고교 인문계의 경우 수능 과목 중 권당 12,000원~ 22.000원 ×연간 2권 = × 6과목=144.000원~264.000원으로 상당한 부담이다.

보통 부교재에는 책값의 15%가 채택료로 정해져 있다. 한 학교 10개 반에서 6권씩의 부교재를 본다고 가정하면 채택료로 들어오는 돈은 무려 8~9백만원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국어나 영어듣기 카세트테이프 구입비 1만원과 인터넷방송 6~7만원까지 부담하는 학생도 있다. 현재 학교에서 실시하는 보충수업비 월 3만원과 학급 학생들의 2~30%가 받고 있는 개인과외비 월 50만원까지 합한다면 사교육비가 왜 문제가 되는 지 이해할 수 있다.

부교재 채택료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3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부담을 비웃기라도 하려는 듯 1998년 7월, 창원·마산·진해지역에서 참고서를 독점적으로 납품해온 업자와 이들로부터 부교재 채택료를 받아온 교사 500여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던 일도 있다. 이 지역 교사들은 96년부터 부교재 값의 15~20%를 떼 해마다 5억~7억원씩을 교사 수백명에게 채택료로 오간 사건이 발각돼, 적잖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 왔다.

당시 검찰은 교육계에 미칠 파문을 고려해 학교마다 1~2명씩 400만원 이상 받은 교사 11명에 대해서만 형사입건하고, 100만~400만원을 받은 교사 200명은 도교육청에 징계, 수수액이 100만원 이하인 교사 300여명은 앞으로 채택료를 받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대신 처벌하지 않기로 하는 선에서 마무리 하고 말았다.

부교재채택료는 경남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는 교사들이 부교재채택료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부교재업자가 학교에 ‘학교발전기금’이라는 이름으로 받기로 했다가  ‘부교재 채택료를 학교가 받으면 합법이고 교사가 받으면 불법이냐’라는 여론에 따라 부교재 채택료를 학교발전기금으로 일체 받지 못하게 금했다. 과도한 모금으로 학부모에게 부담을 주고 할당식 불법찬조금모금의 빌미가 됐던 학교발전기금제도를 2005년 1학기부터 완전히 폐지한다고 밝힌바 있지만 아직도 법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

   
진주지역의 부교재 ‘채택료 받지 말자’는 운동을 계기로 몇가지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부교재 가격은 수익자부담원칙에 비추어 정당한 가격으로 거래되어야 하고 거래가 이루어져야 하고 거품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학교가 입시위주교육으로 교육과정보다 시험 준비에 매몰되면서 부교재시장이 무분별하게 확장, 업자간의 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경쟁은 부교재의 질적인 향상보다 매출이익을 위해 교사들에게 채택비를 주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교재 내용이 지난해 문제집이나 올해 문제집이 전혀 다르지 않은 질적 저하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그 피해는 애꿎은 수험생에게 돌아간 것이다.

둘째 교사들의 자질과 양심의 문제다. 정부가 교원의 도덕성이나 자질문제를 빌미로 도입하겠다는 교원평가제에서 보듯 6월 1일 진주지역에서 양심선언차원의 ‘부교재 채택료  거부하자는’는 기사가 보도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다른 지역의 교사들은 반응이 없다. 반응이 없다는 뜻은 진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는 부교재 채택료와 무관하다는 의미와 그런 사실이 있었지만 일상적으로 관행화된 채택료를 받는 것이 양심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해석 중의 하나다.

셋째 부교재 채택료 사건으로 엄청난 홍역을 치렀던 97년의 예로 비추어 이러한 문제를 지도 감독해야할 입장에 있는 교육청의 태도다. 부교재 채택료를 받지 않겠다는 현장교사들의 양심선언까지 나왔다는 사실은 부교재 채택료가 일반 학교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오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교육청의 침묵은 비양심적인 교사의 감사기가 아니면 직무유기다. 교육청은 이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교직사회의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교재 채택료 수수는 전체 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분명히 일부교과목, 일부교사들의 문제다. 소수의 비양심적인 교사들로 인해 전체 교사가 부도덕한 교사로 매도되어서는 안 된다. 전체교사의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해당교과목 교사들의 ‘채택료를 뿌리 뽑자’는 운동에 동참해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로 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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