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생각]"여러분! 사랑해요" 하시던 교장선생님이 어떻게...

배신감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퇴근길 버스 안에서 흘러나온 뉴스는 차라리 내가 잘못 들었기를 바랐다. 평소 교직원과 학생들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던 교장선생님이 뇌물수수라니...

부임하시던 날 현관에서 필자에게 "아이들을 사랑하는 일이라면 나도 선생님에게 뒤지고 싶지 않습니다" 라고 하시며 인자한 웃음을 지으시던 교장선생님이다. 첫 부임인사 때 아이들 앞에서 "여러분 사랑해요" 하시며 두 손으로 머리 위에 하트를 만들어 아이들로부터 환호를 받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어떻게 식중독 사건으로 계약이 취소된 업체에게 돈을 받고 재계약을 맺을 수 있는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아이들 반찬값을 떼먹다니...

 이번 사건은 그동안 경남 마산과 창원, 그리고 진해 등 9개 학교에 위탁급식을 맡고 있는 ㅅ 급식업체가 학생들로부터 받은 급식비로 법에 정해진 65%의 식재료를 구입하지 않고 50%만 구입해 학생들이 먹을 음식을 떼먹은 것이다.

위탁업자는 구속되고 사법적인 심판을 받겠기에 여기서 논외로 치자. 그러나 평생을 교육을 위해 일생을 바친 학교장이 손자 같은 여학생들이 먹을 반찬값을 수백만원이나 받아 챙겼다는 것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상인들이 법을 어겨도 부끄러운 일인데 교육자가 그것도 존경받는 교장이 제자들이 먹을 음식에 손을 댄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 교장선생님은 학생이나 학부모만 속인 것이 아니다. 식중독 사고로 계약이 취소됐으면 당연히 학교운영위원회에 보고하고 대책을 함께 세워야 옳다. 그러나 계약취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사고대책에 밤잠을 설쳤다며 운영위원들로부터 인사까지 받았다.

이 사건을 보면서 사고학교에 근무하면서 해방 후 같은 사진관으로부터 수의계약을 해 오던 앨범을 입찰로 제작하자고 제안한 필자의 안건이 왜 부결됐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경남도민일보 자료사진, 기사의 특정내용과는 무관함.
문제를 일으킨 교장선생님이 근무할 때는 아니지만 같은 학교에서 이런 일도 있었다.

전교조 관련으로 해직돼 시골 중학교로 다니다 인문계고등학교에 처음 와서 1천여명의 학생과 1백명 가까운 교사들이 함께 식사하는 공간에서 밥을 먹게 됐다.

놀라운 사실은 1천명이 넘는 대 식구가 한자리에서 먹는 식당모습만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같은 식대를 내면서 학생들의 반찬은 서너가지인데 반해 교사들의 반찬은 예닐곱 가지나 되었다.

교사와 학생의 반찬 가짓수가 달라야 하나

동료교사에게 언제부터 이렇게 아이들과 반찬이 다른가를 물었더니 처음부터 그랬다는 것이다.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같은 밥값을 내는데 반찬의 가지 수가 아이들과 다르다?'

왜 그럴까? 선생님들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천만의 말씀이다. 학교 급식은 학생들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급식의 질이 좀 나빠도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무마해달라? 그런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아이들이 낸 급식비로 선생님이 제자들이 먹어야 할 반찬을 빼앗아 먹는' 셈이다.

 교장실을 찾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느냐고 따지자 교장선생님 말씀이 '선생님들에게 따로 복지 혜택도 주지 못하는데 그 정도 문제로 시끄럽게 하기 싫다'는 것이었다.

학교경영자는 교육과정 운영만 책임지는 게 아니다. 당연히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급식문제며 학생복지도 관리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급식은 학생들을 위해서 있는 것인데 학교급식은 당연히 학생과 교사가 함께 같은 내용의 급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소한 문제로 학교를 시끄럽게 하기 싫다'시며 즉답을 피했다.

참다못한 필자는 학생들이 먹는 음식을 먹기로 작정 하고 학생들의 줄에 서서 밥을 타먹으면서 설문을 돌려 선생님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학생과 똑같이 먹자'는 안과 가격을 차등화 시키자는 안 중에 결국은 교사들에게 밥값만 500원 더 내는 것으로 면죄부(?)를 받는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으로 결정되고 만 것이다.

교사의 식대만 올린 셈?

 500원이라는 식대의 차이로 타협되고 말았지만 부끄러운 급식관행은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급식업체는 교사들에게 반찬이라는 당근으로, 학교장에게는 뇌물로 공모자를 만들고 자신은 아이들이 먹어야할 급식비를 줄여 치부를 해 온 것이다.

이들이 주는 당근을 먹었던  교사들. 그들은 교장의 수뢰소식을 듣고 어떤 심정일까?

교육자의 부도덕성이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청소년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지도층 인사의 도덕성과 교육자의 삶이 말과 행동이 다를 때 그 파급효과는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학교경영자는 퇴출 되어야 한다.

급식관련 의혹뿐만 아니라 앨범입찰을 반대하고 예산집행의 투명성까지 꺼리는 경영자는 교육자로서 자격이 없다. 학교운영위원회의 활성화를 경영권의 침해로 보고 학교운영위원회에 비판적인 교사를 배제하기 위해 자기 사람으로 채우는 학교장이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자가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갈 때 위기에 처한 교육이 살아 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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