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앙인사위원회가 국가공무원 응시원서 학력(學歷) 기재란을 폐지한다고 밝힌 것은 참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행정고시와 외무고시를 비롯해 7·9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 바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학력은 사람의 능력을 재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얘기는 그동안 끊이지 않아 왔다. 원서에 학력과 출신 학교 등이 적혀 있으면 뽑는 과정에서 선입견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비판을 많이 받아 왔다.
학력(學力)이 아닌 학력(學歷)은,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자질이나 능력이 대학을 나왔느냐 아니냐, 또는 이른바 명문대학을 나왔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고졸자와 대졸자가 같은 시험에서 같은 점수를 받았다면 어느 쪽이 더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하는가. 어떤 이는 대졸자가 뛰어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객관적으로는 고졸자가 뛰어나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왜냐하면 고졸자보다 대졸자가 4년(또는 2년) 더 교육을 받았는데도 능력이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면(그리고 평가 내용과 절차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교육을 덜 받은 쪽의 능력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학력 기재란 폐지 또는 학력에 따른 응시 자격 제한의 불합리함은 단순히 취업에 대한 제한으로만 멈추지 않으며 오히려 교육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학력 차별이 줄고 취직 등에서 학력에 따른 제한이 줄어든다면, 고등학교를 나오면 반드시 대학을 가야 하고 대학을 못 가면 2등 인간이 되고 마는 일도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대학 입시에만 목을 매고 특기나 적성과는 상관 없이 이른바 명문대학이면 어떤 학과든 상관없이 무조건 붙고 보자는 풍토도 없어질 것이고 없어지는 그만큼 학교 교육은 정상화될 것이다.
이번 조치를 발판 삼아 앞으로 사법고시와 지방 공무원 시험은 물론 대다수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시험에서도 이 차별적 요소가 하루라도 일찍 사라지기 바란다.
이와 더불어 임금 격차도 줄여야 한다. 대학 다닌 것을 경력으로 인정한다 해도 고졸자가 4년(또는 2년)을 일하면 같은 직종 대졸자 초임과 같은 수준에 이르고 승진에서도 다른 취급을 못하도록 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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