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고교야구 주말리그에서 큰 사건(?)이 있었다. 마산용마고 투수 김민우(3학년)가 노히트노런(9이닝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것이다. 고교야구에서는 3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물론 마산용마고 야구부 78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마산용마고 동문들은 모교 야구에 대한 열정이 뜨겁기로 소문나 있다. 야구부 후원회까지 별도로 조직해 있다. 이날 노히트노런 경기가 있었던 날, 후원회를 비롯한 동문과 학부모들은 ...
지난 8일이었다. 통영해양경찰서 122특수구조대 박종철 대장을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통영시 미륵도 옛 통영해경 청사에서 했다. 구조대는 이곳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그는 투박해 보였다. 강해 보이는 턱을 가졌다. 겁이 없는 전사 같았고 상남자형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순수하고 선한 남자의 느낌이 셌다.“그 시신들…. 맞습니다. 영화 킬링필드 장면 같았습니다.”통영해양경찰서 박종철(52) ...
부산에서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은 번듯한 대기업에 입사한다. 하지만 당장 돈벌이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컸던 그에게 펼쳐진 현실은 갑갑했다. 20년 남짓 회사에서 근무한 학교 선배 이름 뒤에 붙은 과장 직함은 아무리 생각해도 초라했다. 공업고등학교, 고졸… 여물지 않은 머리였지만 그 선배 모습이 20년 뒤 자신이라는 것 정도는 쉽게 계산할 수 있었다. 그는 미련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경상...
뉴스를 검색하다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3년 산업재해 현황’ 관련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일하다가 사고로 숨진 노동자가 1090명이란다. 질병 재해 사망자는 839명. 모두 합하면 1929명이다. 365일로 나누어 보니 하루 평균 산재사망자는 5.28명. 여기에 사고로 말미암은 재해자 수는 8만 4197명이었다. 한 해에 약 9만 명의 일하는 사람이 숨지거나 다치는 대한민국. 이 통계만으로도 ...
지난해 NC다이노스의 ‘발야구’는 큰 성과를 거뒀다. 이 뒤에는 발야구를 장려한 김경문 감독과 이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도한 숨은 조력자가 있다. 바로 전준호(45) 작전·주루코치이다.야구에도 시대의 흐름이나 유행 등을 반영한 ‘트렌드(trend)’가 있다. 지난 수년간 한국프로야구에는 일명 ‘발야구’로 불리는 뛰는 야구 트렌드가 ...
경남은 예로부터 제조업과 이를 뒷받침 하는 기계공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반면 한국경제의 12%를 담당하는 IT산업은 대부분 서울에 밀집 돼 있다. 하지만 어느 산업이건 간에 고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IT산업이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 경남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 지역 IT산업과 인력의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를 모색하고자 IT와 관련된 지역 인물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로 박동규 창원대학교 정보통신공...
“라 루마까는 이탈리아어로 달팽이란 뜻으로 좀 더 느긋하게 맛을 음미하고, 즐겁게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슬로우 푸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정민철(32) 주방장이 운영하고 있는 이탈리안 요리 전문점 ‘라 루마까(la Lumaca)’ 소개문이다.호텔 양식부 인턴으로 시작했지만…라 루마까 사장이자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오너 셰프 정민철 씨는 마산에서 태어났다. 마산대학교 조리...
담백한 돈가스를 오랜만에 만났다. 창원시 의창구 서상동 창원과학고등학교 앞 ‘비비돈가스’가 그 주인공이다. 점심시간 가게는 손자를 데리고 온 할머니부터 주부 모임, 직장인 모임 등 남녀노소 돈가스를 즐기러 온 이로 가득했다.건축가에서 요리사로 변신한 50대 아저씨비빔밥과 함께 먹는 돈가스라는 뜻에서 지은 ‘비비돈가스’ 문을 열기까지 허명(57) 씨와 아내 이복희(56) 씨는 다시 태어...
나는 단숨에 생의 근원에 가 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네팔에 가려고 한 건 지난 여행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힌두교가 불교를 품고, 불교가 힌두교를 품은 곳. 어쩌면 인도보다 넓은, 그 종교성이라면 내 여행을, 내 생을, 한꺼번에 정리해 줄 것 같았다.하지만 어디서나 일상은 그저 일상이었다. 복잡한 카트만두의 거리에서, 까마득한 히말라야의 산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걷고 걷다가 저물 무렵 숙소에 들어가는 것뿐이었다...
돌아보면 지난해 2월경 방송된 MBC 의 ‘짜파구리’가 시초 격이었던 거 같다. 물론 그전에도 숱한 ‘먹방’(먹는 방송)이 있었으나 거대 식품기업이 생산한 라면을 비롯한 각종 인스턴트 식품이 이토록 노골적이고 또 전면적으로 브라운관을 장악하기 시작한 건 그 즈음이었다.곧이어 골빔면(KBS2 해피투게더), 짜계밥(KBS2 해피선데이-1박2일) 등이 차례...
34년 만에 경남지역에서 사립 특수학교가 문을 열었다. 해강복지재단(이사장 조학환)이 설립한 창원동백학교다. 지난 80년 개교한 거제애광학교에 이은 두 번째 사립 특수학교로 도내 9번째 특수학교다. 지난 3월 28일 전교생 30명과 개교식을 한 창원동백학교, 이 자리에서 조학환 이사장(72)은 꿈이 이뤄진 날이라고 말했다. 눈이 아니라 가슴으로 세상을 보는 조학환 이사장을 4월 완연한 봄날 만났다.4살 때 앓은 열병 그리고 시...
이동근(45) 전 대안기술센터 소장은 도시 빈민 문제 해결에 인생을 걸고 있다. 대학교 때 처음 접한 기독교 계열의 민들레 공동체를 통해 빈민 문제를 접한 뒤, 영국에 가서 환경건축과 재생에너지에 대해 공부하고 왔다. 2004년 산청에 있는 민들레 공동체로 들어간 그는 2006년부터 대안기술센터를 개소하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 교육에 힘썼다. 이론적 교육이 아니라 실제 전기생산 기계 제작 방법을 가르쳐주는 등 교육...
진주시 지수면 햇살담은자연마을 영농조합법인. 이곳 강정회(49) 대표는 평생을 마와 우엉에 바치고 있다. 고교 졸업 후 20년가량 꾸준히 마와 우엉을 재배하던 강 대표는 몇 년 전부터 마 가공법에 눈을 돌려 마를 이용한 분말 제품은 물론 빵과 과자까지 생산하고 있다.“농민들 사이에서는 진주가 마의 시배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건 아니지만 다들 그래요. 진주 사람이 다른 지역에 가서 마 재배를 확대시...
거제도자연산횟집이 문을 연 지는 5년째. 20~30년 경력을 별스럽지 않게 읊는 상인 중에서는 오히려 짧아서 튀는 경력이다. 그런데 희옥 아지매는 다른 집 못지않은 ‘포스’가 느껴진다. 깔끔한 외모에 단정하게 갖춰 입은 복장 때문일까.“거제가 고향인데 아버지가 어부였습니더. 횟집 한지는 오래 안 됐지만 회 썬 지는 15년이 넘었지예. 어릴 때부터 회를 먹고 물고기 만지면서 자랐으니…...
대림식품 황술년 아지매모퉁이 가게 앞에 앉아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구마줄거리다. 껍질을 벗겨놔야 사람들이 사가는 기다.”“지금 철에 나오는 기 어떤 기라예?”“참취, 엄나무순, 두릅, 미나리…봄에 나는 기 좀 많나. 겨울 보내고 봄에 나는 거는 보약이라고 다들 사묵는다아이가. 옛날에는 없어서 못 판다꼬 했는데 지금이사 사람이 마이 없네. 나야 저기 도매...
“거기 가면 손님 주문대로 상을 차려주지예. 두 사람 가서 회를 조금 먹을 건데 해산물을 좀 달라고 하면 회는 2만원 어치만 주고 제 철 맞는 털게나 해삼, 개불 등을 챙겨줍니더. 맞춤형 서비스라예. 꼭 가보이소.”어시장 내 감포횟집이라 했다. 고만고만한 횟집들이 쭈욱 늘어선 시장골목에서 ‘감포횟집’ 간판을 찾기는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입구는 작은데 들어가면 꽤 넓어 10개 정도의...
어시장 안 돼지골목이다. 여러 점포 중에 장목돼지가 눈에 띈다. 웅성웅성, 벌써 몇 사람이 줄을 서 있다. 주인아주머니는 썰어서 포장하느라 손이 쉬지를 못한다.“어머님이 35년 전에 여기서 돼지 내장 같은 부속물을 삶아 팔았다데예. 인자 어머님은 못 나오시고 서른다섯 된 딸이랑 같이 하는데 딸은 인자 7년 정도 됐어예. 아무래도 평일보다 주말이 바쁘니까 금토일만 나와예.”남경숙 아지매는 창원에서 시집 와 ...
“자, 물건 갑니다 물건! 비켜주이소~!”시장 통로에서 자기 키 만큼 물건을 잰 카트기를 밀고 가는 젊은 여자를 만났다. 사람들 사이로 진군하듯이 가는 그녀를 보고는 허겁지겁 뒤따라 잡았다.“지금 손님이 주문한 것을 차에 실어주려고 가져가는 길이라예. 저기 돌아가면 부일상회라고 나와예. 거기가 저희 가게니 거기로 오세요.”김민서 씨. 서른이 갓 되었을 때 어머니가 해오는 건어물상회에서...
“경남 대표 수산시장은 단연 마산어시장이지요. 어시장 역사가 250년 이상인데, 초창기는 바닷가에서 잡은 고기를 팔거나 작은 돛단배들이 물건을 해오던 곳이었지요. 그러다가 행상들이 늘어나고 시장이 형성돼 왔습니다.”이천만 마산어시장 상인회장은 지난해 5월에 마산어시장으로 선출됐다. 이 회장은 시장 안에서 황제수산을 8년째 하고 있다.“시장 면적이 19만제곱미터정도인데 면적이 넓어 활용을 다 못하...
진주 지역의 어떤 현장에도 빠지지 않는 진주YWCA가 궁금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려면 1978년 문을 연 진주YWCA와 오랫동안 함께한 이를 만나야 했다. 24년, 박영선 사무총장과 진주YWCA가 합을 맞춘 시간이다. 24년 동안 쌓인 이야기를 2시간 만에 풀어내야 했기에 인터뷰는 쉴 틈이 없었다. 24년 동안 한 단체에 몸을 담는 건 애정 또는 그 이상의 것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봄날이었다. 복스럽게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