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나라 말기 태평천국 운동(1851~1864)을 이끌었던 지도자 중 한 사람인 충왕(忠王) 이수성(李秀成)은 한 때 중국 인민에게 헌신한 걸출한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그는 태평천국 말기를 장식한 가장 탁월한 군사지도자로서 서양에까지 그 이름을 날렸다.그가 진압군에게 잡혀 처형당하자 태평천국 수도였던 남경(南京) 상인들은 그를 애도하며 3일간 철시(撤市)했다. 중국 역사상 누가 이런 대접을 받았을까? 아무도 없다. 서민들이...
북소리만큼 원초적인 소리가 또 있을까? 비단 아프리카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어느 나라건 민속 음악 체계에 ‘열정적인 타악’이 들어 있지 않은 경우는 없다. 그리고 이 전통은 근대 이후 생겨난 모든 음악장르에도 어떤 형태로든 스며들어 있다.재즈에서는 베니 굿맨(Benny Goodman) 빅밴드가 1938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벌인 연주가 재즈 드러밍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킨 첫 계기다. 그 유명한 댄스곡 &...
오늘은 봉암갯벌에 다녀왔다. 마창환경운동연합에서 봉암갯벌에 있는 곤충상을 조사해 달라고 해서였는데 해마다 1회성이라 많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2009년부터 했으니 딱 5년째다.조사해 달라는 전화를 받은 지 2주가 되지 않았는데 봉암갯벌에 도착해보니 어느새 휑하다. 갯벌에 새가 없어서가 아니라 추석맞이 벌초를 했는지 갯벌 주변 풀들이 모두 신병교육대 군인들 머리처럼 아주 짧다. 곤충들의 서식처를 이리 싹 밀어놓고 곤충 조사를 ...
시인(詩人)은 목이 편치 않은 듯했다. 오른손으로 목덜미를 계속 부여잡은 모습이 무척 힘겨워 보였다. 자유 의지에 상관없이 목이 제멋대로 움직인다고 했다. 목덜미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통증을 감내할수록 뺨과 이마에 오롯이 새겨진 주름은 더 짙어진다. 불편한 통증은 일상이 된 듯, 시인의 한쪽 손에 맡긴 핸들은 흔들림이 없이 편안히 돈다.하동읍에서 출발한 차량은 꼬불꼬불 오르막 아스팔트 도로를 지나 목적지인 지리산 성삼재에 닿았...
㈜바냇들은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아트 상품 개발과 판매, 지역작가와 장애인의 재능발굴을 위한 교육 등 바냇들의 공익적인 사업계획에 대해 물을 생각이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계획은 틀어졌다. 바냇들을 만들기 전 열정과 고민으로 가득한 박 대표의 청춘이야기가 재밌었기 때문이다. 그 고민의 시간은 지금의 바냇들의 창립배경(?)이라 하기에 충분했으므로 일단 바냇들 대신 박 대표에 집중했다. 관심 없던 교직의
호호국수 송미영 씨는 2011년 SBS ‘생활의 달인’ 출연 섭외를 받았으나 스스로 거절했다. 만일 그 때 미영 씨가 ‘생활의 달인’에 나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은 거절한 걸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2년이 지난 지금 미영 씨를 다시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였다.송미영(44) 씨. 창원시 성산구 내동 동우상가 ‘호호국수’ 주인. 2년 4개월 전인 2011년 5월 1면에 ‘더 주고 또 주는 국숫집 주인’으로 소개
“그 의지는 하늘의 별로 향해 올라가지 않았다. 지상의 것이었고, 블리문다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책을 덮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잠시, 마치 내가 원래부터 리스본에 살았던 것 같던 기분이 들었다.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하루하루 빈둥거리던 나는 여느 때처럼 민박집 거실 소파에 앉아 하릴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눈에 띈 책, (2008, 해냄출판...
얼마 전 철학자 강신주가 (7월 22일 자)에 쓴 용감무쌍한 칼럼이 화제가 됐다.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괴물, 냉장고’를 비판하며 냉장고를 없애거나 최소한 용량을 줄이자는 내용이었다.얼핏 황당무계한 소리처럼 들리는 칼럼의 핵심 요지는 간단하다. 일반 가정에서 쓰는 냉장고 속에 온갖 ‘자본주의적 삶의 폐단’이 응축돼 있다는 것. 냉장고를 사용하게 되면서 우리는 식재료를 오래오래 저장해 먹게 되었고 한꺼번에 ...
“농사는 지속적인 교육과 현장 경험이 접목돼야 합니다. 끊임없는 교육을 통해 이론적 토대 구축과 신기술 도입을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선배 귀농인으로서 예비 귀농인들에 대한 당부를 강조하는 윤한업(50) 대표.창원시 동읍에서 단감을 키우며 창원 그린작목회를 이끌고 있는 윤 대표는 농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다 귀농한 지 7년이 됐다.그런 만큼 농업기술원이나 농업기술센터 등의 교육과 이웃 선배 ...
제약회사의 말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우루사가 간장약은 아니지만 담즙 분비는 간에서 이루어지므로, 담즙 분비를 도와주는 것은 간접적으로 간을 도우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간의 여러 기능 중 하나를 도와줌으로써 간에 무리가 가는 것을 완화시켜 다른 기능들을 좀 더 개선시키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효과이지, 우루사 자체가 간장약이거나 피로회복제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간
평균수명의 증가와 함께 건강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다. 하지만 건강을 잃어버린 평균수명의 연장은 오히려 고통이지 않을까? 남은 여생을 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바람이다. 그 건강의 첫 단계는 음식물 섭취인데 이는 단순히 우리 몸에 영양분을 공급한다는 차원 이상의 것이다.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하면 사는 재미도 잃어버린다.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행복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노인들의 저
인도에서는 소를 신성시하여 잡아서 쇠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다. 아닌 게 아니라 소처럼 우리에게 고마운 동물도 없다. 평생을 사람을 위하여 뼈가 빠지게 일을 하거나 또는 영양이 풍부한 우유를 공급하다가 나중에는 결국 희생이 되어 살 ․ 가죽 ․ 뼈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쳐서 사람에게 봉사하니 말이다. 또 약용으로 보더라도 소의 모든 부분치고 약이 되지 않는 것이 없다. 그 중의 하나로 고귀한 동물성 ...
이상하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모르겠다.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조금 굵은 실 같은 게 가는 줄기인지, 뿌리인지 대야에 한 가득인데 지나가다 걸음을 다시 뒤로 하고 들여다봤다. “와? 살 끼라요?”“그게 아이고, 아지매 이기 머시라예? 처음 보는 긴데예.”“서…0. 그기 3000원이라요.”“옛? 서…머라꼬예?”“서시일.”아지매의 대답은 간단했지만 알아듣기 힘들었다. 몇 차례 물었더니 더 이상 대답하기 싫었
바다를 낀 소도시의 시장이라서 그럴까? 시장 바닥에 널어놓은 좌판 위로 톱밥가루에 묻은 꽃게들이 집게발을 움직이다가 숨을 죽이다 한다. 한 걸음 가다보면 다시 꽃게 좌판이다.“아지매, 이기 얼마라예?”“낱개로 사면 8마리에 2만원인데…. 박스로 사는 기 훨씬 싸다요. 한 박스에 15마리가 넘는데 2만 3000원이니까.”무슨 이런 장사셈이 있는가 싶다. 박스로 사는 것과 낱개로 사는 게 너무 차이가 났다.“요새가
1060년대에서 70년대 새마을 운동, 쌀 증산운동과 함께마을 곳곳에 지어지기 시작한 농협창고.이때가 바로 국민들의 배고픔을 덜어주기 위해 개발한통일벼 보급이 한창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그 덕분에 온 들판은 통일벼의 황금물결이 넘쳐났고 우리들의 배고픔도 조금씩 줄었습니다.추석이 다가오면 수확한 벼 가마니를 손수레에, 소달구지에, 조금 사는 집은 경운기에 가득 싣고 신작로 옆에자리한 농협창고로 모여들었습니
▲ /권범철 기자
목이나 허리가 아프거나 손발이 저려서 병원에 가면 디스크란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흔히 듣게 되는 디스크란 질병이 어떤 것인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디스크의 정의?쉽게 말씀드리면, 디스크란 추간판(intervertebral disc)을 지칭합니다. 추간판이란 척추 사이에 있는 원판을 의미하는데, 자전거의 안장처럼 척추관절 사이에서 충격을 완화시키는 쿠션 역할을 합니다. 이 추간판이 탈출되어서 통증이나 ...
창원 상남동에 거주하는 정 모씨(여, 55세)는 창원공단에 위치한 모기업에서 젊은 시절부터 비서로 회사생활을 해왔다. 직업의 특성상 하이힐을 착용한 채 장시간 근무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 결과 엄지발가락이 휘어지는 직업병이 생겼다. 친구들과 음식점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고 좌식의자에 앉는 친구들과 달리 쉽사리 신발을 벗지 못하고 오래 걸으면 휘어진 발가락부위에 통증이 생겨 점점 불안해하다 정확한 진료만이 통증
박덕선씨는 1963년 산청군 차황면 상중리에서 태어났다. 황매산 기슭이다. 그이는 들풀이 없이는 이야기할 수 없는 삶을 살아왔다. 생래적으로 이렇게 하고 살 수밖에 없구나 하는 느낌이 40대 들어 찾아왔다고 했다. 그런 삶은 그보다 훨씬 일찍 찾아와 있었다. 1990년대 후반 글쓰기운동·독서운동과 여성운동에 뛰어들었고 곧이어 생태운동에 나서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거기에는 어릴 적 체험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옥포시장은 옥포항과 대우조선을 옆에 끼고 있다. 형성된 지가 그리 길지 않다. 옥포하면 우리 입에 촥 붙어있는 ‘옥포대우조선소’ 건설초기에 시작된 전통시장이다.“70년대 중반인가 조선소가 생겼는데 농사짓고 배 타던 사람들이 죄 공장 잡부로 들어갔제. 또 일손이 모자라니 딴 데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고현시장까지 장 보러 갈 시간이 오데 있것노. 그라고 동네에 사람이 팍팍 느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