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시장 근처에서 재첩국 제일 잘 하는 데가 어딥니꺼?”하동읍내시장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무턱대고 길 가는 두엇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았다. 당연히 이미 알려진 식당 이름들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사전 조사에서 전혀 나오지 않은 이름이었다.“한다사 식당 아이가.”“한다사라고예?”한다사는 하동군의 옛 이름이었다. 넓디넓은 섬진강 백사장을 생각하...
하동읍내시장 공용화장실 근처 ‘팥국시집’이 있다. 20년도 더 된 집이다. 하지만 간판도 없다. 하동군의 시장 현대화 방향에 맞추어 시장 안 점포들이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간판으로 바뀌었지만 이 집은 여전히 ‘간판도 없는 집’이다. 더러는 ‘별미죽집’이라 부른다.“간판이 먼 필요야? 다 알고 찾아오는데…. 더 마이 찾아와도 큰 일 나고?&r...
“목조건물 뜯고 새 시장 들어선 것도 알지”형제상회 김용인(79) 할아버지형제상회는 시장 안 골목길에서 만난 그릇상회이다. 처음에는 고무신 신발가게로 시작했단다. 김용인 할아버지는 에어컨을 틀고 시원한 옷차림으로 평상아래 빈 병을 정리하고 있었다. 처음엔 불쑥 들이닥친 불청객들이 짐짓 못마땅한 듯했으나 잠시후 그냥 허허 웃고 말았다. 몇 년 됐냐 물으니 이리저리 꼽아보고는 50년이나 되었다고 스스로 놀라워...
시장은 현재 대형마트라는 높은 파도에 맞닥뜨린 가랑잎 배 같다. 시장을 가리키는 말도 재래시장이니 전통시장이니해서 어정쩡하다. 마치 아케이드 설치하고 새 간판 달고 재정비하는 모양새 같다. 지난 2010년 정부는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 다소 낙후된 느낌의 용어인 ‘재래’를 ‘전통’으로 변경하여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재래시장&rs...
두어 달 전 새생명나눔실천본부 발대식 취재를 간 적이 있다. 창원시청 강당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300석 의자가 모자라 허둥지둥 간이 의자를 더 설치할 정도로 성황이었다. 장기기증 운동 행사니까 그저 몇 십 명 오겠거니 싶었는데 오판이었다. 도대체 이 단체를 이끄는 이들이 어떤 사람들이기에 이렇게 사람들이 몰릴까. 새생명나눔실천본부 허상윤 본부장을 만나서 궁금증을 풀기로 했다.허상윤 본부장(57)은 현재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FTA·유가 상승 등으로 농촌이 힘겹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농업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현장 보급이 미흡하고 관행적으로 농사를 짓는 농가가 많다. 자금력이 부족하거나 한평생 지어온 작물을 선뜻 변경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도전 정신과 끈질긴 노력, 아이디어로 변화와 혁신을 꾀하는 농민들이 있다. 경쟁력 있는 강한 농촌, 강한 농업을 만드는 초석이 되는 강한 농민.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경상남도 농업기술원과 ...
백신종 도의원(60·새누리당·거창1)은 경남도의회에서 ‘자연생태연구회’라는 연구단체를 결성해 경남 전역을 탐방하고 있다. 주마간산식 견학은 아니다. 경남도 경계를 걷는 탐사를 지난해 초부터 이어오고 있는데,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땀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 힘든 여정이다.섬진강변을 따라 걷다 지리산을 오르고 가야산 권역과 영남알프스를 지나 낙동강 물길에 들어서는 동안 자연생태연구회 대...
산청 성심원은 현재 성심원과 성심인애원 두 개의 시설로 이뤄져 있다. 1959년 프란체스코 수도회 소속인 작은형제회가 설립할 당시에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한센인의 마을이었다. 성심원에는 한센병력이 있는 환자들이, 성심인애원은 1,2급 등록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다. 수 십명의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있고 지역 의료기관도 언제든지 이들을 돕고 있다. 이곳을 돌아보면 요양생활 시설 외에도 대성당, 수도원과 수녀원, 납골묘 등이...
“이렇게 만나서 되는 일인지 모르겠네요.”김종(47) 창원시마산학원연합회장이 머쓱하게 웃었다. 그를 만난 곳은 병원이었다. 깁스를 한 오른쪽 다리를 받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왼손으로 몸을 받쳐 앉으며 오른손으로 무릎 언저리를 주물렀다. 김종 회장은 지난 7월 말 무릎 연골이 모두 닳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뛰다가 조금 불편해도 그런가보다 하며 넘기고 넘겼던 게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그는 수술 날짜를 받아놓...
김맹곤(67·민주통합당) 김해시장은 인상파다. 2년 전 첫인상이 그랬다. 하지만, 지난 7월 24일 만났을 땐 예전보다 웃음 띤 얼굴을 많이 드러냈다. 취임 후 허리띠를 졸라맨 덕에 2715억 원의 빚을 갚아서일까. 제17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경남개발공사 사장 등 기업 경영을 해본 경험이 있어 행정도 추진력을 갖고 진행해왔지만, 그는 민선 5기 시장을 맡고서 적잖이 맘고생을 했다.지난 2년간 부산김해경전철 적자부...
지난 8월 3일부터 5일까지 2박 3일 동안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대표 이철승)는 외국인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자원활동가 등 총 400여 명과 함께 남해와 하동으로 ‘2012 이주민과 함께하는 다문화역사문화기행’을 다녀왔다.이 행사는 이주민센터가 매년 여름 휴가철을 맞아 마련하는 여름캠프 프로그램으로 올해로 15년째를 맞는다. 예전엔 폐교 등을 수리하여 숙소로 활용했으나 최근 몇 년간은 도립남해대학 기숙사를...
내일모레면 70을 바라보는 나이다. 교단을 떠난 지도 어언 6년이 다 되어간다. 그럼에도, 우리 교육이 이대로는 안 된다며 ‘교육혁명’을 부르짖는다. 블로그 ‘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http://chamstory.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는 김용택(67) 선생이 그 주인공이다.2011년 1월부터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어느덧, 포털 다음 교육 분야 블로그 순위 2위에 올랐다...
진주 시내와 남강변이 연극무대가 되었고 공연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한 편의 연극을 보기 위해 이른 저녁을 먹고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더러는 부부끼리 더러는 온 가족이 공연장 앞에서 줄을 서야 했다. 무더운 여름밤이 사람들의 얼굴에서 푸르른 웃음으로 바뀌었다.지난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열린 ‘영호남연극제’. 올해로 13회째였다. 이번 주제는 ‘도시가 공연장이다. 문화는 즐거움이다&r...
“어 왔구먼. 어서 들어와.” 주소만 들고 2층집 문 앞에서 얼쩡거리던 일행에게 노인이 손짓했다. 짧게 정리한 백발 덕에 인상은 더욱 다부졌다. 티셔츠 위에 등산조끼 그리고 반바지 차림으로 걸어온 그는 대문을 고정해놓은 끈을 풀며 일행을 맞았다. “더운데 고생 많소. 안에 들어가면 시원할끼구마.”노인은 1층 한쪽에 있는 소파에 앉으며 자리를 권했다. 소파 옆에 스테인리스로 만든 높은 ...
7월부터 8월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렇게 일시적으로 수면장애를 겪는 경우도 있지만, 일정기간이상 지속되면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여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최근 5년간 불면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내원한 환자가 5년 전보다 20%정도 늘었다고 한다. 실제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 예상된다.불면증 원인과 증상불면증은 가장 대표적인 수면장애로, 밤에 잠을 자고 싶으나 잠...
최근에 본인의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관한 논문이 SCI(세계과학학술지 색인)에 등재되었다는 언론보도 이후 본원에 자궁경부암, 인유두종 바이러스 관련 환자가 많이 방문하고 있다. 본인이 발표한 인유두종 바이러스 연관논문이 국내외 20여 편이 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인유두종 바이러스란 무엇인지, 증상과 치료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한다.자궁경부암의 가장 큰 원인, 인유두종 바이러스자궁경부암은 여성에게 발병하는 암 중 두 번째로 가장...
‘페이스북 창원시그룹’에 추천 요청 글을 올렸더니 한 사람이 주목받았다. 정작 당사자는 ‘저를 추천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만, 좀 더 다양한 사람을 위하여 저를 빼주세요’라는 답글을 달았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인터뷰 요청을 하니,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 한국연극협회 경상남도지회장․창원 극단미소 상임연출가․연극사랑 창원아트홀 대표…. 여러 수식어가 이름...
최근 1994년 이래로 폭염이 맹위를 떨치며 전국을 들썩이게 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기사가 떴다. 7월부터 여름밤의 불청객 모기의 개체수가 2007년~2011년 대비 23.5%나 감소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였는데 계속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물웅덩이 등 산란장소가 줄고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긴 올 여름에는 예년에 비해 곤충이 적게 보여 ‘나도 더운데 너도 어디 숨어있겠지~&r...
70년대 콘사이스 영한사전엔 ‘비틀즈(Beatles)’ 항목이 이렇게 설명돼 있었다. ‘영국의 4중창단. 존 레논이 주도했음’ 예전에 이 글을 보고 많이 키득거렸는데, 그 이유는 이른바 록 뮤직의 전형을 이룩한 밴드를 두고 중창단이란 설명을 단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 생각이 나 요즘 유통되는 콘사이스 개정판을 뒤적였더니 ‘영국의 4인조 록그룹, 현재는 해산&...
전혁림미술관 관장 전영근 화백. 그는 그의 아버지 전혁림과 쏙 빼닮았다. 외모도 그렇거니와 바람을 타지 않는 곧은 나무 같은 성격도 그랬다. 또박또박한 말투와 중저음의 목소리 톤, 쌍꺼풀은 없지만 또렷한 눈으로 그는 관장보다는 ‘작가’로, 전혁림의 아들보다는 ‘전영근’으로 불리길 바랐다. 전영근 화백은 1957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유화 물감의 진한 냄새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