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국거리-아구찜거리 이어 마산 해안로 새 명물로…

봄 도다리·가을 전어와 함께 여름 장어라는 말이 있다. 많은 어종 가운데 특히 여름철이면 장어가 많이 나고 장어를 많이 먹기 때문에 계절과 맞물려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몇 년전부터 마산 해안가 일부 구간에 장어구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가게가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해 일명 ‘장어거리’가 형성됐다. 그리고 마산의 명물 중의 하나인 ‘복국거리’, ‘아구찜거리’와 함께 새로운 명물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그 ‘장어거리’를 들여다봤다.

◇장어거리의 역사와 유래

   
 
 

장어거리에 장어구이 가게가 처음으로 들어선 것은 10년전쯤인 지난 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현 장어거리의 중간쯤에 위치한 ‘동해장어구이’가 원조다. 김인철(42)씨와 강경덕씨 부부가 지난 94년 11월에 처음으로 개업을 한 것이 지금은 거의 20곳까지 늘어나 거리가 형성된 것이다.

김인철씨는 옛날 기억을 더듬으며 “처음 개업하고 몇 년간은 가게가 들어서지 않았다”며, “4~5년 전부터 하나씩 생기기 시작해 거리가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은 불과 2년전”이라고 말했다.

실제 ‘동해장어구이’ 가게 간판을 보면 재미있는 문구가 있다. ‘원조 SINCE 1994’라는 것이 그것인데 그래서인지 인근 가게보다 더 많은 손님이 몰리고 있다. 이에 대해 김인철 사장은 “장어거리에 처음 문을 연 가게가 우리 가게고 그래서 우리 가게를 보고 찾는 손님이 많다”며, “찾는 손님이 많다보니 가게가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 것인데 지금은 좀 많이 생기다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장어거리’에 대해 부르는 명칭도 제각각이다. ‘장어골목’ ‘장어구이골목(거리)’, 어떤 가게에서는 그냥 위치를 고려해 ‘신포매립지’라고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장어거리’와 ‘장어골목’이 제일 무난하다고 한다.

◇왜 장어거리를 찾는 것인가

‘장어거리’는 대부분 오전 11시 30분부터 새벽 4시까지 문을 연다. 점심때도 꽤 많은 사람들이 가게를 찾는다. 가장 붐빌때는 오후 7시부터 9시까지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이 ‘장어거리’를 찾는 것일까?

업에 종사하고 있는 서흥성(27·횟집 어전)씨는 “장어가 고단백질이고 기름기가 많아 쫄깃쫄깃하기 때문에 인기있는 음식 중의 하나”라며, “장이 안좋은 경우에는 설사와 복통을 유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몸에 좋은 보양식의 하나가 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말한다.

역시 같은 업에 종사하는 김남훈(28·영진횟집)씨는 “소문 듣고 찾아오는 사람도 많지만 1주일에 서너번씩 오는 사람도 많다”며, “장어의 효능과 맛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건강식품으로 생각하고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친구들과 함께 소줏잔을 기울이기 위해 찾은 서경훈(31·마산 완월동)씨는 “이왕 돈을 주고 술 한잔 할 거라면 소주방이나 다른 곳보다는 장어구이가 훨씬 나은 것 같다”면서 “장어를 안주 삼아 먹고 나면 뒷날도 개운한 것 같다”고 장어구이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기 바쁘다.

역시 친구들과 함께 찾은 박현승(37·마산 월영동)씨도 “일주일에 두서너번 술을 먹는데 장어구이가 안주로써 좋은 것 같다”며, “안주를 많이 먹는 친구들과 찾을 때면 꼭 저녁을 든든히 먹어야지 아니면 꽤 많은 술값이 드니까 조심해야 한다”며 충고도 잊지 않았다.

◇장어거리의 운영과 실태는

‘장어거리’는 원칙적으로 1년내내 장어구이를 파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이 장어구이와 함께 조개구이나 생선회 등 다른 해산물을 함께 팔고 있지만 ‘동해장어구이’ 등 장어구이만 하는 곳도 4군데나 된다.

“반팔 티셔츠를 입는 시기, 그러니까 5월부터 8월까지가 성수기라고 보면 됩니다”라는 서흥성씨의 말처럼 봄 도다리가 맛을 잃고, 가을 전어가 살이 차기 시작하는 5월부터 8월까지 넉달간이 장어가 가장 많이 좋고 영업도 잘 된다고 한다.

특히 장어구이만을 고집하는 가게의 경우에는 그 시기에 매출을 상당부분 올려놓지 않으면 연간 흑자를 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다른 품목을 겸업하는 가게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장어거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장어는 가포와 귀산에서 많이 공급되고, 통영에서 부족분을 가져온다고 한다. 특히 가포에서 가져오는 장어가 육질이 좋고 맛이 좋다는 설명이다.

장어는 1인분(180~200g)에 8000원, 꼼장어는 1인분에 1만3000~4000원 정도 한다. 이 외에도 장어탕·장어국수·장어회국수 등의 메뉴가 있는데 장어탕은 1만원, 장어국수와 장어회국수는 각각 3000원, 5000원이다.

◇향후 운영과 방향

현재 가장 오래된 ‘동해장어구이’ 등 4~5곳만 적자를 겨우 면하고 있다. 횟집과 장어구이집 등 지금 영업을 하고 있는 20여곳 외에는 더 이상 가게가 들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대부분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복국거리’나 ‘아구찜거리’처럼 특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동해장어구이’ 김인철 사장은 “현재 영업 상황을 보더라도 지금 거리가 형성된 범위에서 더 이상은 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보면서 “대부분이 세입자의 입장이다보니 거리가 특화되면 땅값이 오를 것이고 그러면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특화하는 것을 다들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대부분의 업주들은 ‘어렵다’고 말을 한다. 특화된 문화관광상품이 드문 마산의 특성상 ‘장어거리’는 새로운 상품으로 자리를 하고 있다. 기존의 ‘복국거리’나 ‘아구찜거리’와 함께 ‘장어거리’가 마산을 대표하는 ‘음식문화’의 한 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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