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이 교육위기를 불러 온 주범이라는데 의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25일 정부중앙청사에서 ‘학벌극복합동기획단’ 1차 회의를 열어 국가직무능력표준제도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올해 안에 학벌극복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후 입시와 취업에서 나타나는 대학 서열 구조를 허물고 학벌주의로 인한 폐해를 없애기 위해 구성된 것이 학벌극복합동기획단이다. 학벌극복합동기획단은 ‘기업이나 취업기관의 인사에서 어느 대학 출신인가를 따지기보다는 개인능력을 더 중시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1968년 예비고사 실시이래 한해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목숨을 끊는 등 무려 7000 명에 가까운 생명이 죽어갔다. 대학의 서열화로 인해 학교가 학원화되고, 연간 26조원이 넘는 사교육비로 가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학벌에 의해 사회적 계급과 신분이 정해지고 권력과 명예가 분배되는 사회를 두고 ‘지방대학의 지원’이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학벌 극복합동기획단의 인식은 참으로 한심하다. 공교육의 위기와 학벌주의·과열입시경쟁·교육이민·천문학적인 사교육비문제 등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대학 다양화·특성화’로 해결할 수 없다.
학벌문제는 단순히 대통령의 공약이행이나 사교육비 지출의 억제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학벌문제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척결하는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모든 개혁이 그렇듯이 모두에게 유익한 개혁이란 없다. 개혁이란 잘못된 제도나 관행으로 이익을 누려 온 사람들의 기득권포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참여정부가 진정으로 학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일류대학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귀족’을 키우는 일류대학을 두고서는 학벌문제 해결이란 어림도 없다. 이제는 ‘대학을 평준화하고 수능시험을 자격고사화’하는 등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공론 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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