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간담회서 '지방교육재정 축소' 비판
"중장기 과제 고민할 여건 마련해줘야"
지방자치특별법안 교육 중립성 훼손 우려
"헌법소원 내서라도 강력하게 저항할 것"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정부의 지방교육재정 축소 시도와 교육 시장화 정책에 잇따라 쓴소리를 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데는 온몸을 던지겠다고 강조했다.

박 교육감은 22일 오전 경남교육청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박 교육감은 '교육재정 축소' 이야기로 운을 뗐다.

초중등 교육비로 지출하는 지방교육재정 가운데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넘겨주는 내국세분 교부금은 내국세(소득세·법인세·상속증여세·부가가치세 등) 총액 20.79% 비율로 고정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기획재정부나 KDI 한국개발연구원 등에서 20.79% 비율을 줄이는 등 내국세 연동 구조 개편을 꺼내 논란이 됐다.

박 교육감은 "내국세 증감에 따라 교부금이 늘거나 줄어드는데, 갑자기 늘어서 교육청에 교부금이 많이 오면 중장기 계획을 제대로 집행하도록 지켜봐 주면 좋겠다"며 "돈이 쌓여 있을 땐 곳간을 뺏을 궁리를 하는 것이 불편하고, 세수가 적어 학교 기본운영비도 못 줬을 때는 도와주겠다고 한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재정이 많을 때 건물이 40년 이상 된 학교를 바꾸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기후위기 대응·스마트 교육이 가능한 미래학교 전환 + 노후 교실 개축·새 단장) 사업이나 교육청 본청 증·개축 등 중장기 과제를 고민할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나 교육부가 좀 더 치밀하게 예측하거나 계획해 확정교부금을 "반년짜리가 아니라 1년치 예산"으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 교육감은 조만간 각종 기금 등 교육청 재정이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를 언론 앞에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22일 경남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22일 경남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 질문에도 소신을 밝혔다. 박 교육감은 "법안에 독소 조항이 크게 2개가 있다. '국가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에서 통합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키지 않아야 한다"며 "헌법 위배라고 주장하는데, 교육감으로서 헌법소원을 내서라도 강력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또 '국가는 공교육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학교 교육이 제공될 수 있도록 교육자유특구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은 무분별한 특구 남발로 학교 서열화와 지나친 입시 경쟁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받는다. 박 교육감은 "교육시장 개방은 혜택을 누릴 사람이 있는 반면에 역기능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사람이 훨씬 많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나중에 문제가 드러났을 때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공교육이 경쟁력을 가질 때까지 교육을 시장에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박 교육감은 스웨덴·핀란드·에스토니아 등 북유럽 연수를 다녀왔다. 그는 "각 교실이 고정된 칸막이가 아니라 연결된 교육공간의 개방성과 유연성, 가구가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에 교육적으로 미치는 영향 등을 배웠다"며 "다양한 모양의 책걸상이 배치돼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내고, 이런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수업이 이뤄지면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교실이 역동적으로 돌아갈 것 같았다. 제도적으로 가능한 것은 실제로 시도해보고 싶다"는 구상도 내비쳤다.

한편 미래교육 자료와 콘텐츠 개발·보급, 전시 체험관 운영 등을 맡는 경남교육청 미래교육원장(3급 상당) 공모는 최근 서류 전형에 이어 면접까지 진행됐다. 박 교육감의 최종 결정으로 이르면 23일 발표할 예정이다. 신임 원장은 6월 1일 임기를 시작해 미래교육원 8월 시범운영, 개원 등 과정을 함께 준비한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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