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대응 부실 지적에 공사측 ‘쩔쩔’

2000년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우리나라의 ‘개고기문화’에 대해 비판할 때, 그를 상대로 인터뷰를 시도해 논쟁을 펼친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오전 6시5분). 시사적인 문제에서 사회적인 현상에 이르기까지, 현안에 대해 실무담당자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는 이 프로는 돌발적인 사태에 대처하는 순발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분에서는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에 대해 전 국민이 애도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지하철 공사의 초동대응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
손석희는 이날 날씨를 전하면서, ‘이런 게 뭔 소용이 있냐 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운을 뗀 후, 이번 사고에 대해 대구지하철 사고대책본부 측과 인터뷰를 시도하였다. 물론 50대 정신질환자의 소행으로 밝혀진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하철공사 측의 초동대책이 부실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이날 인터뷰는 지하철 공사 측의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선 진행자 손씨가 “지하철 문이 닫혔을 때, 수동으로 열게 되어있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 사고가 커진 것 같다”며 수동으로 문을 열지 못한 이유와 혹시 우왕좌왕하다 시기를 놓친 건 아니냐고 질문을 던졌는데, 이에 사건대책본부측은 “평소에 지하철에서 화재가 발생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안내표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승객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면도 있다”라고 승객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답변을 했다.

“왜 문은 안열렸나 승객에 책임 넘기나”

“보고받은바 없다 조사 끝나봐야 안다”


하지만 답변을 들은 손씨가 공무원의 이런 사고에 대해 질책하듯이 “지하철을 타는 승객들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사고대책본부측에서는 그제서야“이번 사고와 같은 돌발상황에 대해 사전에 대응할 수 있게 충분히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동개폐요령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는 질문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또 문제가 된 비상등이 켜졌는지 여부에 대해선 “경찰조사가 끝나봐야 알지만 아마도 승객들이 매연 때문에 잘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손씨는 사고 경위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대책본부측에 여러 질문을 던졌는데, 대책본부 측의 대답은 한마디로 ‘조사가 끝나봐야 알겠다는 것’뿐이었다. 정전이 되면서 문이 자동으로 닫힌 부분, 화재경보가 되어있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보고 받은 바 없다’거나 ‘조사가 진행중이다’등의 답변으로 일관, 듣는 이로 하여금‘너무 안일하고도 무성의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답변이 이런식이다보니 급기야 진행자 손씨는 “그럼 대책본부 상황실에서 보고 받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냐 ”라고 물었고, 대책본부측은 또 안일하게 ‘피해자 상황, 구급활동·유가족들의 빈소설치 등 편의제공관계’라고 했다.
이날 방송을 들은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이 일반적으로 궁금해하는 사안을 꼬집어 발빠르게 제작을 잘 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사고대책본부에 대한 불신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청취자 임미현씨는 “그것도 답변이라고 하느냐. 황당하다. 진행자가 속시원하게 꼬집어줘서 그나마 통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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