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 '진주교방꽃상’ 부제
'역사에서 맛을 만나다' 등 8개 이야기 마당으로 꾸며

조선시대 지방 관아에서 기생을 양성하던 기관, 교방. 그 교방에서 차린 음식을 ‘교방 음식’이라고 하는데, 그 빛깔과 맛이 아름답다 하여 ‘꽃상(花盤)’이라고 불렀다. 교방 음식 중에서도 진주의 것은 전국으로 이름이 났다. 오죽하면 ‘북으로는 평양이요, 남으로는 진주라’ 하는 말이 생겼을까. 그런 진주의 교방 음식에 대해 역사 이야기와 더불어 세세하게 다룬 책이 나왔다.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 쓴 <아름다움에 반하고 맛에 취하다>이다. ‘양반과 기생이 남긴 풍류 진주교방꽃상’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행수 중의 일행수, 금향이 왔느냐? 예, 등대하였소. 녹수청산 옥피리, 옥선이 왔느냐? 예, 나오. 호방의 목소리가 질청을 울린다. 기안(기생 명부)을 펼쳐놓고 도망친 자가 없는지 확인한다. 기생점고다. 관아에 속한 기생들은 닷새마다 한 번씩 교방에 나가 기예를 익히며 고유의 문화를 완성했다. 교방문화다. 조선시대, 서울에는 장악원이 있어 여악(女樂)을 교육했고 지방 관아에는 교방청을 두어 기생을 양성했다. 교방은 국악과 가무의 전통을 이은 예술의 산실이었다.”

책의 첫마당은 이렇게 시작한다. 책은 ‘옛날 옛적 양반골 진주에서는’, ‘본디 기생이라 하는 것은’, ‘수령이 베푸는 고을 잔치’, ‘역사에서 맛을 만나다’, ‘반가의 자존심, 진주 사대부집 차림상’, ‘사월의 북바위는 태평고를 울리느냐’, ‘19세기 미국 공사가 기록한 관아상차림’, ‘백송이 꽃 핀 자리, 백화원 꽃상차림’ 이렇게 8개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는 음식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서울에서 설렁탕이 유행하게 된 배경이 재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다. “진주형평사운동은 들불처럼 퍼져 나가 전국 약 8000명의 백정이 모인 사회단체로 확대되어 서울에 본부를 둔다. 형평사 조직을 만든 진주 백정들은 서울로 진출하기도 했다. 형평사 본부 부의장이었던 원영기 같은 이가 대표적이다. 푸줏간 한편에서 설렁탕을 끓였다. 설렁탕 맛에 너도나도 혹했다. 값도 저렴하여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백정만큼이나 천인이었던 토기장들이 만든 투박한 질그릇에 담긴 뜨끈한 설렁탕은 서울의 대표적인 배달음식으로 부상했다.”(31쪽)

크게는 음식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이런저런 역사를 짚으면서 진주의 음식 문화를 풀어내어 재미를 더한다. ‘이 걸이 저 걸이 갓 걸이, 진주 망건 또 망건’에 얽힌 이야기라든지, ‘논개 기리는 의암별제, 사슴고기를 올리다’, ‘장악원의 여악 폐지로 기방이 탄생한 사연’ 등 호기심을 채워줄 이야기가 217쪽에 걸쳐 사진 자료와 함께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다.

지은이 박미영 이사장은 1963년 진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다. 경상국립대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고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진주 맛을 찾아 수십 년간 연구 끝에 교방 음식을 복원했다. 현재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매년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식문화 세계화 대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음식문화재단. 5만 5000원.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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