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대축전에도 경기 없어
선수들, 소프트볼 연습해 출전
엘리트 종목 인정 안 돼 '제외'

여자야구가 전국 단위 종합체육대회에서 외면받고 있다. 여자야구는 지난 13일 막을 내린 전국체전 종목에서 제외됐을 뿐만 아니라 전국생활체육대축전 종목으로도 선택되지 못했다. 이유는 각종 대회에서 남자야구와 여자소프트볼을 묶어 진행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야구선수가 소프트볼 경기 출전? = 부산 빈 여자야구단 일부 선수는 울산 소속으로 전국체전 여자소프트볼 경기에 나섰다. 

김혜리 빈 여자야구단 감독은 "전국체전에는 여자야구가 없으니까 나갈 기회가 없다"며 "지난해 12월부터 소프트볼 연습을 해서 체전에 출전했다"고 설명했다. 빈 여자야구단이 함께한 울산은 첫 경기에서 대전에 9-21로 완패했다.

창원시여자야구단 창미야 관계자들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홍은 선수는 "울산에 거주하는데 이번에 울산에서 체전이 열리면서 남자 선수들이 참가하는 걸 봤다"며 "저도 체전에 참가하고 싶었다. 여자야구 대회만 작게 하는 것과 의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 4년 차 박민성 선수는 "여자야구는 활성화가 덜 됐다. 이런 전국적인 대회까지 저변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여자야구대회만 해서는 입상을 해도 전국체전만큼의 효과가 없고 향후 진로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창미야 포수 김예서가 공을 받고 있다. /창원시야구소프트볼협회
창미야 포수 김예서가 공을 받고 있다. /창원시야구소프트볼협회

◇생활체육대회서도 제외 =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전국체전에서 여자야구가 제외된 이유를 엘리트 선수 부재로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여자야구 엘리트 선수는 협회로 등록 자체를 하지 않는다"며 "한국여자야구연맹에 선수 등록을 하고 있으며 그 선수들은 동호인 야구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여자야구연맹은 여자야구 엘리트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이수미 한국여자야구연맹 사무국장은 "연맹 창립 때부터 전국체전 참가를 목표로 노력해왔다"며 "세계 추세가 남자는 야구, 여자는 소프트볼을 하도록 하고 있어 여자야구가 외면받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맹에서는 엘리트 종목으로 인정받고자 초중고 여자야구팀 창단 지원 등 다각도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동호인들을 위한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서도 여자야구를 찾아볼 수 없다. 한국여자야구연맹에 등록된 팀은 47개 팀으로 세종과 제주를 제외한 15개 시도에 여자야구팀이 있다. 따라서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 참가하기에 팀이 부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여자야구가 전국생활체육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이유는 구조적 문제가 크다.

창미야 박홍은이 타격하고 있다. /창원시야구소프트볼협회

◇종합체육대회 참가 방안 마련돼야 = 전국체전과 전국생활체육대축전을 주최하는 대한체육회는 회원종목단체를 통해 우선적으로 종목을 선정한다. 이에 따라 여자야구는 회원종목단체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통해 종목에 선정될 수 있다. 그러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한국여자야구연맹을 가맹단체로 두고 여자야구 업무를 이관했다. 이 때문에 회원종목단체가 아닌 한국여자야구연맹에 등록된 선수들은 전국체전과 더불어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같은 전국 단위 종합체육대회에도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한국여자야구연맹 사이 관계로 인해 여자야구가 제도권에서 외면받는 셈이다.

이 사무국장은 "여자야구가 엘리트 종목이 아니다 보니 대한체육회에서 연맹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엘리트팀과 동호인팀 운영을 통해 전국체전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박철복 창원시야구소프트볼협회 사무국장은 "여자야구가 대한체육회 제도권으로 들어가면 지자체에서도 분명히 관심을 둘 것이고 그에 따른 지원도 이뤄질 수 있다"며 "여자야구가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 종목으로 들어가는 게 여자야구 저변 확대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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