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대상 채무조정 정책
첫날 현장 신청 도내 15명 그쳐
상인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

소상공인 채무조정제도 '새출발기금'이 출범했지만 현장 창구는 한산했다. 상인들은 정부가 다시 한번 코로나19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진행한 점, 홍보 부족과 온라인 신청 방식 위주라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만든 채무조정 정책 '새출발기금'이 4일 출범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온라인창구(새출발기금.kr) 사전 신청을 받았고, 이날 오전 9시 현장 접수에 들어갔다. 경남 도내 현장 접수창구는 한국자산관리공사 경남본부, 창원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이렇게 2곳이다. 현장에 직접 가보니, 창구는 비교적 한산했다. 접수 시작 이후 1시간 30분 동안 소상공인 2명이 창구를 찾았다. 

가장 먼저 방문한 한 소기업 대표는 신청 자격 서류 중 하나인 '소상공인 확인서'를 들고 오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두 번째 방문자는 거제시에서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였다. 그는 "새출발기금이라는 제도를 전문가한테 정확히 전달받고 싶어서 창원까지 왔다"라며 "지금은 겨우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고 있어 '부실 차주'도 '부실 우려 차주'도 아니지만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 언제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경남본부에서 정부 소상공인 채무조정 정책 '새출발기금' 현장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이창우 기자
4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경남본부에서 정부 소상공인 채무조정 정책 '새출발기금' 현장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이창우 기자

신청 첫날 오후 5시까지 경남 현장 창구를 찾은 지역 소상공인은 15명에 머물렀다. 지난달 나흘간 온라인으로 사전 신청한 소상공인은 전국적으로 3410명이었다. 2020년 기준(중소벤처기업부 자료) 소상공인이 557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많지 않은 수치다. 

김민구 캠코 홍보실 대리는 "아직 시스템을 마련하는 단계이고, 접수 첫날이기 때문에 세부 통계를 못 구하고 있다"라며 "좀 더 자료를 축적하고 나서 지역별 현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무 기관인 캠코 관계자들은 신청이 저조한 이유를 두 가지로 추측했다. 먼저 현장 창구는 온라인 창구를 보완하는 역할이라는 점을 들었다. 은행입출금 내역을 직접 제출해야 하는 특수고용노동자·프리랜서들 외에는 온라인창구에서도 충분히 신청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 차주에게 대출 만기 3년, 상환 유예 1년 연장 조처를 발표한 점도 꼽았다. 임진곤 캠코 경남본부 채권관리팀장은 "당장 급한 상황을 벗어난 소상공인이 많을 텐데, 유예 기간이 끝난 이후 신청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경남 상인 중에는 새출발기금 출범 사실을 모르거나 부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많았다. 마산어시장 상인 ㄱ 씨는 "정부 대출 상환 유예 소식은 들었지만, 새출발기금은 한 번도 들어본 일이 없다"라고 말했다. 마산합포구 해운동 상인 ㄴ 씨 역시 "비트코인·주식 같은 데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본 직장인들을 채무적으로 구제해주는 정책인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박기동 경남소상공인연합회 고문은 "새로운 정책을 언론보다는 유튜브에서 접하는 상인이 많아졌는데, 이제 첫발을 딛는 단계다 보니 관련 콘텐츠가 없어 정책 존재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상인들은 새출발기금에 관심이 있지만, 온라인 접수에 익숙지 않은 데다 현장 접수처도 너무 멀다 보니 지레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라며 "연합회 내에서는 '찾아가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대상은 크게 '부실 차주', '부실 우려 차주'로 나뉜다. 부실 차주는 대출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 부실 우려 차주는 연체 3개월 미만으로 코로나19 폐업·6개월 이상 휴업자, 체납으로 신용정보관리 대상에 등재된 차주 등이다.

부실 차주는 순부채 심사를 거쳐 60%~80%까지 상환 원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다만, 원금 감면을 받으면, 2년간 채무조정 프로그램 이용 정보가 등록돼 정상적인 금융 거래는 제한된다. 부실 우려 차주는 원금 감면 대신 최대 10년(부동산담보대출은 20년) 동안 저금리 분할 상환할 수 있다. 연체 30일 이하 차주는 9% 이하 약정금리, 30일 이상 90일 미만 차주는 단일금리로 조정하되 상환 기간이 짧을수록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다. 별도 신용 불이익은 없지만, 조정 신청 대상 채권을 둔 금융회사는 이를 알 수 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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