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구원 "행정통합은 전국 행정체계 개편 초래해"
용역 발표 기자회견 요지문에서 관련 내용 모두 누락
특별법 비롯 주민투표 절차 등 특별연합보다 더 복잡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부울경특별연합 대신 곧바로 부산·울산·경남 행정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경남연구원은 ‘전국적 지방자치체제 개편’을 초래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도민일보>는 경남도의 부울경특별연합 파기 근거였지만 비공개해왔던 경남연구원 <부울경특별연합 실효성 분석> 용역 최종보고서(올해 8월 31일 생산)를 입수했다. 경남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행정통합이 전국 행정체계 자체를 뒤흔드는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도와 연구원은 이 같은 난맥상을 이미 인지하고도 용역 결과 발표 기자회견 요지문에서 누락시켰다. 행정통합을 선언하며 유리한 연구 결과만 발표한 것이다.

경남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행정통합과 관련해 ‘중앙정부와의 행정절차 이행에 따른 장기화 우려’, ‘현행법상 행정통합 관련 정부 지원 미미’ 등을 단점으로 꼽았다. 특히 특정 광역자치단체만의 행정통합은 어려움이 크다고 분석했다. 광역자치단체 행정통합은 ‘국가적 사안’으로 ‘전국적인 지방자치 체계 및 행정구역 개편을 초래’하는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또 행정통합에 따른 재정 지원 시 타 지역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19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부울경 특별연합 실효성 분석 용역'과 '경남부산울산행정통합'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19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부울경 특별연합 실효성 분석 용역'과 '경남부산울산행정통합'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연구원은 법적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도 들었다. 지방자치법과 지방분권법에는 광역지자체 간 행정통합 해당 조항이 없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또한 ‘반드시 지방의회 청취 또는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진단하며 ‘주민투표’를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때 행정체제 개편 본보기로 밀어붙여 2010년 이뤄진 마산·창원·진해시 통합 과정에서도 주민투표 없이 3개 시의회 의결 과정만 거치면서 시민사회 반발이 거셌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당시 창원시장을 거쳐 초대 통합 창원시장이었다. 기본계획, 특별법 제정, 주민투표 등 절차가 특별연합보다 더 복잡해 주민의견 수렴에 시간이 얼마나 들지도 미지수다.

도와 연구원은 연구용역 결과에서 행정통합을 위한 장애물이 많다고 판단했지만, 장점만을 부각하며 해법으로 행정통합을 제시했다. 완전한 협력을 이루는 가장 강력한 광역행정 수단으로 정부 지원 유치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행정 효율성·능률성·생산성 향상, 통합 행정구역 내 균형발전 추진 등 형평성 향상, 통합 지방정부의 지방세 징수를 통한 재원 조달 및 사업 추진 등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인구 949만 명·지역내총생산(GRDP) 444조 원·지방세 25조 원과 비교해 부울경 통합 시 인구 774만 명·GRDP 271조 원·지방세 수입 14조 원으로 서울과 대응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도 덧붙였다.

박 지사는 지난달 19일 연구용역 발표 기자회견에서 ‘특별연합은 실효성이 없으므로 행정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하면서 2026년 행정통합을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특별연합 안착 후 행정통합이라는 기존 절차를 건너 뛰고, 행정통합으로 직진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연구원이 단점으로 분석한 전국 행정체계 개편 등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느냐는 등의 현실성은 짚지 않았다.

이 선언으로 특별연합이 파기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물론 실현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행정통합을 섣불리 선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은 행정통합을 최종 목표로 하되 특별연합을 먼저 가동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박 지사는 4일 오전 도 실국본부장회의에서 “부울경특별연합은 찬성하는데 행정통합은 반대하는 건지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은)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김경수 전 지사, 박형준 부산시장도 특별연합은 한계가 있고 행정통합으로 가야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같이 행정통합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는 박 지사로서는 경남연구원 용역 결과에서 이미 지적한 행정체계 개편 등 국가적 사안과 관련한 해결 노력 등 실질적 결과물을 내기 위한 행보가 필요해졌다. 현재 주장하는 행정통합은 선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행정통합과 특별연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 즉 초광역발전 기회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걱정도 팽배하다.

/민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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