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포함 공무원 7명, 공사 감리 3명 뇌물수수 배임 혐의
뇌물 제공 등 공사업체 관계자 45명 무더기로 송치돼
불법 하도급 현장서 시설 부실 확인돼 안전사고 우려

터널·국도·교량 등 국가시설물 공사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알선하거나 부실시공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뇌물을 주고받았던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진영국토관리사무소 공무원들과 하도급업체들의 부적절한 갑을 관계가 드러났다. 조사 결과 혐의를 받는 공무원만 10명이 확인됐고, 이 중 혐의가 중대하다고 판단한 3명은 구속됐다. 이들과 관련된 하도급업체 대표 등은 45명이었다. 경찰은 불법 하도급 관행을 끊어내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10명 확인 = 경남경찰청은 뇌물수수·배임 등 혐의로 진영국토관리사무소 공무원 3명(50대 6급 1명·40대 7급 2명)을 구속하고, 같은 사무소 소장 등 공무원 4명과 공사 감리(공무원 의제) 3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로 넘겼다고 4일 밝혔다. 아울러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공사업체 대표 등 45명(낙찰 업체 29명·하도급 업체 16명)과 법인 36곳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사무소 전 과장·계장 등 2명과 이들에게 현금 등 뇌물을 준 혐의로 6명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으며, 나머지 인원은 지난달 말 검찰로 넘어갔다.

이들 공무원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2년간 사무소에서 발주한 터널·도로·교량 관련 설계·보수·관리 계약 때 특정 업체를 알선하고, 불법 하도급을 묵인하거나 준공 검사를 미뤄 공사업체 대표 등에게 1억 2000만 원 상당 뇌물을 요구해 6500만 원을 받고, 부실시공을 눈감아주고 허위 준공 조서를 작성해 2억 6000여만 원 상당 국고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업무상 배임, 건설산업기본법·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전기공사업법·기계설비법·정보통신공사업법·소방시설공사업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은 특정 업체 알선으로 친동생 취업,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대 뇌물이나 금품, 향응 등 대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알선된 업체가 전체 공사비 70%, 실제 낙찰 업체는 나머지 30%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불법 하도급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 공무원과 공사 감리는 터널 입구에 설치된 도로전광표지판(VMS, 교통·도로·기상 상황과 공사나 화재에 따른 통제 등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장비)의 작동 여부를 살펴보는 옥외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았음에도, 허위로 준공검사를 공모해 2억 6000여만 원 상당 국고 손실이 일어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익제보가 이번 수사의 발단이 됐다. 경남청 광역수사대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터널 공사와 관련해 공무원들이 불법 하도급을 묵인할 뿐만 아니라 무자격 공사 업체를 알선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7월께 사무소 등 20곳을 압수·수색했다.

구속된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진영국토관리사무소 한 공무원의 승용차 트렁크에서는 뇌물로 받은 현금 1300만 원이 발견됐다. /경남경찰청
구속된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진영국토관리사무소 한 공무원의 승용차 트렁크에서는 뇌물로 받은 현금 1300만 원이 발견됐다. /경남경찰청

구속된 한 공무원의 승용차 트렁크에서는 뇌물로 받은 현금 1300만 원이 발견돼 증거로 압수했다. 이어 경찰은 범행이 기록된 업무수첩, 금융거래와 통신 내역 등을 분석해 담당 공무원 7명과 공사 감리 3명의 혐의를 포착했다. 경찰은 공무원들에게 제공된 1964만 원 상당 뇌물을 압수하고, 범죄 수익을 특정해 1881만 원에는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법원에서 받았다.

◇불법 하도급으로 안전사고까지 우려 = 올 4월 11일 오전 9시 58분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가지산터널 밀양 방면 100m 지점에서 한 승합차에 불이 났다. 차량은 불에 탔고, 차에 탔던 2명은 급히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도 14분 만에 불을 껐다.

하지만 당시 화재 수신기 회로 기판은 고장 상태였고, 물을 뿌리는 스프링클러는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터널관리 용역업체는 과태료 5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이곳 터널에서 불법 하도급 공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경찰이 사무소에서 발주한 터널공사 34건(73곳, 사업비 약 70억 원 규모)을 전수조사한 결과 소방설비·환풍설비 공사의 실시설계 용역을 모두 무면허 업자에게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경찰은 "확인된 불법 하도급은 낙찰 금액의 70% 공사비 수준으로, 이는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비리"라며 "터널 내 화재사고 등은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국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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