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 개편안에서 빠져 신설 미뤄질 듯
윤 대통령 행정조직 아닌 NASA 같이 구상
과기부 기능 의견수렴 '설립 추진단' 추진
박완수 지사 "사천 입지는 변화 없다" 강조

윤석열 정부가 사천에 설치하기로 약속한 우주항공청(항공우주청) 조기 설립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공약을 실현할 정부조직 개편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우주항공청 설립 내용은 빠졌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우주항공청이 2025년 공식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는 견해이나 정부와 정치권 논의가 더뎌 시일을 훌쩍 넘길 모양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을 지낸 하영제(국민의힘·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은 4일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당정에서 내부적으로 정한 안을 보면 우주항공청 신설 관련 내용은 이번 정기국회 내에 제출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우주항공청 설립 관련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도 낸 만큼 쟁점 사안이 아니라 정부에서 조직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면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제동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대선 후보 당시 사천시 삼천포대교공원에서 유세 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항공우주청 사천 설립을 약속했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대선 후보 당시 사천시 삼천포대교공원에서 유세 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항공우주청 사천 설립을 약속했었다. /연합뉴스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이날 실국본부장 회의에서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 우주항공청이 빠져 있다는 점을 짚었다. 박 지사는 "대통령실과 직접 소통한 결과 애초에는 우주항공청을 일반 행정조직으로 만들고자 했으나 윤 대통령은 NASA(미국 항공우주국)와 같은 전문가 집단이 이끄는 행정조직으로 만들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ASA 같은 전문가 집단이라 함은 한 번 그 자리에 앉으면 평생을 그곳에서 근무하는 조직인데, 이리하면 전문가 직렬을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현재 그 직렬을 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 조직 구성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라는 것이다. 다만 "사천에 우주항공청이 들어선다는 태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우주항공청 설립 지연은 사실 예고된 수순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부조직법에 우주항공청 신설을 포함하기에 앞서 그 기능과 조직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자 12월까지 부처 내에 '설립 추진단'을 구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어 설립 추진단 구성을 추진할 전담반(TF·태스크포스)을 꾸렸다. 국·과장급 각각 1명과 실무진 2명 등이 지원근무 형태로 업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현재 설립 추진단 신설에 필요한 대통령 훈령 또는 국무총리 훈령 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설립 추진단은 정부조직법 개정 이후에 꾸려지나 법령 개정 전에 별도 훈령을 만들어 우주항공청 설립에 속도를 냄과 동시에 논의를 심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주항공청 설립 추진단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확정하고, 11월 국무조정실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 후 12월 중 설립 추진단을 설치할 계획이다.

우주항공청 신설은 연내 설립 추진단이 설치돼 그 기능과 구성 등을 충분히 논의한 후 정부조직법을 개정하고,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논의한 다음 이뤄질 전망이다. 특별법 제정은 현재 우주 정책과 관련된 법령 6~7개가 부처별로 산재해 있어 구속력과 집행력을 동시에 갖추겠다는 방향이다.

경남도로서는 사천 입지에 변함이 없는 한 우주항공청이 제대로 된 전문가 조직으로 설립돼 지역 과학기술 발전과 동반 상승효과를 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조여문 도 항공우주산업과장은 "우주항공청이 행정조직이나 그 구성을 민간전문가 참여로 더욱 정교하게 하는 게 정부 방침인 만큼 속도를 조절하되 내실을 기한다는 측면에서는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한 논의 과정에 설립이 미뤄진다. 경남도는 우주항공청이 2025년에 공식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연말 설립 추진단 구성, 구성과 기능 논의, 정부조직법 개정, 특별법 제정 등을 거치면 시일이 오래 걸린다. 여기에 사천 내 입지 선정, 인근 터 개발 같은 부가 사업도 정부가 주도하는 시간 순서에 맞춰야 한다. 또한 법 개정 사안인 만큼 2024년 총선 등 정치 일정과도 맞물리면 논의가 더 지지부진해질 수도 있다.

지역 정치권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하 의원은 이날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부처에서 TF를 만든 건 높게 평가하나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 청 신설이 빠지고 정기국회에 제출되지 않는 사실을 장관이 모르고 있었다는 건 업무 소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대통령실과 긴밀하게 협조해 청 설립이 더욱 속도를 낼 법적 그릇을 만들어 TF와 병진 노선을 구축하는 작업에 신경 써달라"고 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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