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은 지역 경제 중추
제조업 성장률·수출 등 좌우
대추조선해양 인수 뛰어들자
관련 업계 기대-우려 공존

"국내 유일 종합방산기업 시작"
"협력업체 출혈경쟁 고통 안돼"
"상선 분야 성장 계획 내놔야"

대우조선해양이 23년 만에 새 주인을 찾을 전망이다. 현재 한화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인수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미 경남지역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누리호의 심장을 제작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글로벌 1등 자주포 K9 생산기지인 한화디펜스㈜ 창원1·2사업장 등을 경남에 두고 있다. 대우조선까지 인수하게 되면 경남 3대 핵심 산업인 항공우주·방산·조선 분야 중심에 서게 된다. 지역 경제계는 "한화가 경남 경제 측면에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안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화는 대우조선까지 품게 되면 경남 3대 핵심 산업인 항공우주·방산·조선 분야 중심에 서게 된다. 경남 경제에서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되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내에서 작업자들이 항공기 엔진을 검수하는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는 대우조선까지 품게 되면 경남 3대 핵심 산업인 항공우주·방산·조선 분야 중심에 서게 된다. 경남 경제에서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되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내에서 작업자들이 항공기 엔진을 검수하는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선업 경남 경제 중추 = 경남은 특히 조선업 경기에 따라 인구·수출 등이 따라 출렁거렸다. 

동진우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6월 내놓은 연구 자료 '경제충격은 어떻게 경남 제조업의 위기를 초래했는가'를 보면, 조선산업과 경남 경제는 상당한 연관성을 보인다.

2000~2005년 경남 제조업 평균 성장률은 8.61%를 나타냈다. 2015~2019년 성장률은 -0.52%였다. 평균 성장률이 높았던 시기는 조선업 호황, 낮은 시기는 조선업 불황 시기였다.

보고서는 마이너스 성장률 이유로 '제조업 내 비중이 큰 조선업계에 닥친 불황'을 꼽았다. 2010년대 조선업 수주절벽으로 대기업 조선사가 휘청이자 기계산업 등 후방산업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수출을 담당하는 대기업에서 일감을 얻지 못하자 중간재를 공급하는 후방산업이 고사한 셈이다.

조선업 위기는 인구 유출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다. 

2015년 대비 2020년 경남 청년 순 유출 증가 현황을 보면, 직업 문제로 전출한 청년은 1만 1564명이었다. 

전출 청년이 증가한 지역은 조선업계 구조조정 바람이 거셌던 거제시(3579명), 제조업 중심 지역 창원시(2759명)였다. 전출 청년 3명 중 1명은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경남을 떠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조선업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경남 조선업계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수주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은 올 상반기 지난해보다 적자 폭을 절반 이상 줄였음에도 상반기 기준 적자 수준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세 손가락 안에 든다. 

대우조선 상반기 매출은 2조 4295억 500만 원이다. 영업익은 적자로 -5696억 1357만 원이다. 상반기 기준 코스피 상장사 중 한국전력공사(-14조 3032억 원), 한국조선해양(-6614억 원)에 이어 가장 많은 적자를 봤다.

한화디펜스가 선보인 레드백 보병장갑차와 K9A9 자주포 모형. /한화디펜스
한화디펜스가 선보인 레드백 보병장갑차와 K9A9 자주포 모형. /한화디펜스

◇종합 방산기업 기대와 출혈 경쟁 우려 =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에 뛰어들자 관련 업계는 수출 확대 기대, 출혈 경쟁 심화 우려 등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어마어마한 규모의 후방산업을 거느린 만큼 인수 이후 책임감 있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한화디펜스와 거래하는 창원 중소 방산업체 대표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를 두고 국내 유일 종합방산기업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조선산업은 경기를 심하게 타는 산업으로 조선 분야 하나만 영위하는 것보다 종합 방산 체계를 갖추는 방향이 맞다"며 "대우조선의 특수선 분야 비중 확대 등으로 방산은 물론 조선업계까지 수혜가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우주 분야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국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만드는 경공격기 FA-50, 고등훈련기 T-50 등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회사인 한화디펜스·한화정밀기계와도 연결돼 있다. 

한화가 전투기 분야까지 섭렵한다면 제2의 '록히드마틴(미국 종합 방산기업)'도 꿈은 아닐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창원 중소 방산기업 단체 임원은 "국가 대표 종합 군수 업체로 성장하려면 육해공을 모두 아우르는 인프라가 중요하다"며 "현재 전투기 분야는 한 기업이 독점 생산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공략해 건전한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도 유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산 수출은 거래 규모가 큼직한 만큼 국내 위상이 핵심"이라며 "한화그룹이 세계 방산 메이커로 도약해 수출을 확대한다면 중소기업에도 시너지효과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지역 중소 조선업체 관계자는 인수 후 다른 대기업 조선사와 출혈 경쟁을 지속하면 협력업체는 전과 다를 바 없이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 조선사 간 건전한 경쟁 대신 무리한 수주전을 벌인다면 그 고통은 협력업체에 전가될 것"이라며 "대우조선 인수 주체가 확정된 바는 아니나 한화그룹이 맡게 된다면 상생 협력을 대전제로 경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대우조선해양

방산에 치우치지 않고 상선 분야도 확실한 성장 밑그림을 내놓아야 더불어 살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경남 조선기자재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 매출 대부분은 상선 분야인데 한화그룹이 인수 이후 방산 확대에만 치우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며 "LNG선은 현재 우리나라가 최고 기술력을 지녔지만 매섭게 치고 오는 중국을 견제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대우조선 방산 비중은 올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의 12.7%(3086억 원) 수준이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방산은 물론 LNG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확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한화임팩트 등 LNG 관련 생산, 발전 부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따라서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LNG선박 생산·운송·발전을 원스톱 체계화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대우조선은 매출액의 1% 수준을 연구개발로 활용하는데, 한화그룹이 인수하면 기술개발에 더욱더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경남지역 조선업계는 수익 개선 등 빠른 정상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화그룹이 인수 후 지게 될 부담은 걸림돌이다. 

2조 원의 인수자금 투입과 더불어 조직 재정비 등에 적잖은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이 투입한 공적자금 회수 등도 고려해야 해 당장은 성장보다 내실을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 중소조선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인수에 성공한다면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정상화에 기여했으면 한다"며 "조선업계의 케케묵은 저가 수주 관습 청산과 동시에 중국에 뺏기고 있는 파이를 다시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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