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심 유발·2차 가해 우려 일러스트
몰카·몹쓸 짓 부적절한 표현 사용도
피해 사실 묘사에 가해자 이입까지

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만큼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연수·이원재 기자가 매주 목요일 유튜브 경남도민일보 채널에서 '뉴스 비평 자신 있게(뉴비자)'를 선보입니다. 이번 주는 이원재 기자입니다.

<뉴스1>이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연재하는 보도가 있습니다. 바로 '사건의 재구성'이라는 사건기사입니다. 이 연재물에는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마치 악마처럼 웃는 가해자 또는 웅크려 앉아 울고 있는 피해자 등 일러스트가 삽입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일러스트 사용은 과도한 공포심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며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2차 가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수강생 불러 몹쓸짓한 편입학원 대표, 그를 협박한 강사 △'헤어지자' 한마디에 몰카 협박범 '돌변'

제목에는 '몰카'와 '몹쓸 짓' 같은 표현을 사용합니다. 기자는 본문에서 이 표현 대신 '불법촬영물'과 '성폭력'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이 표현들이 가해행위 심각성을 희석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1 '사건의 재구성' 보도. 자극적 일러스트와 제목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갈무리
뉴스1 '사건의 재구성' 보도. 자극적 일러스트와 제목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갈무리

△애들 돌보러 전처집 왔다가…'남친'과 통화소리에 격분 성폭행

이 기사는 이혼한 부부 사이 벌어진 강간상해 혐의 재판을 다룬 보도입니다. 기자는 가해자인 전 남편이 피해자를 폭행한 과정을 세 차례에 걸쳐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이와 함께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한 말도 두 차례에 걸쳐 여과 없이 전합니다. "가해자 ㄱ 씨는 피해자를 폭행하고 갖은 협박을 가하며 피해자 ㄴ 씨를 성폭행했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 가능한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기자는 무려 다섯 문장을 할애해 피해 사실을 일일이 열거했습니다.

뉴스1이 연재 보도하는 '사건의 재구성' 기사. /갈무리
뉴스1이 연재 보도하는 '사건의 재구성' 기사. /갈무리

심지어는 가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재구성합니다. "전처 집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외면할 수는 없어 피해자가 없는 틈에 찾아가 자녀들을 돌봤다"는 말로 가해자를 부성애 넘치는 아버지로 묘사합니다. 이어 "일이 끝난 뒤에도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자신의 신세와 달리 밤늦게 귀가해 다른 남자와 통화하는 ㄴ씨의 생활을 직접 눈으로 보니 분노가 폭발했다"며 가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풀어냅니다. 마치 가해자가 범행을 저지를만 했다는 듯 정당성을 부여한 셈입니다. 또, 가해자가 '질투심'을 느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가해자 감정에 이입해 기사를 써내려갑니다.

피해자가 이혼한 전 남편 질투심을 고려해 연인과 통화를 조심했어야 할까요? 기자는 가해자가 성실한 아버지인 점을 전하고 당시 느꼈을 감정까지 대변합니다. 그러면서 정작 피해자 입장과 감정은 조금도 기사에 담아내지 않습니다. 결국 기사는 사건 본질을 흐리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유발할 뿐입니다. 어쩌면 <뉴스1>이 해야 할 일은 사건의 재구성이 아닌 기사의 재구성일지도 모릅니다.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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