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관내 5개 백화점‧아울렛 둘러 봤더니
용도변경 신청없이 다른 용도로 주차장 사용
"화재 위험 높은 적재물 관리 필요"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는 삽시간에 번진 불길이 연기와 유독가스를 뿜어내는 바람에 7명이 죽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소방당국은 당시 지하 주차장에 쌓인 적재물로 불이 옮겨붙으면서 화재 진압에 어려움이 커졌다고 밝혔다.

28일 지하를 주차장으로 쓰는 창원 지역 백화점과 아웃렛 5곳을 둘러보니 현대프리미엄아울렛처럼 지하 주차장 일부에 적재물을 남겨두거나, 용도변경 신고 없이 지하 주차장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곳이 발견됐다. 관계 법령 보완과 시설 점검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

28일 오전 창원 대동백화점 지하주차장 출입구 옆에는 적재물이 가득 쌓여있었다. 출입구 주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탈출이 어려워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김다솜 기자
28일 오전 창원 대동백화점 지하주차장 출입구 옆에는 적재물이 가득 쌓여있었다. 출입구 주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탈출이 어려워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김다솜 기자

이날 오전 10시 30분 창원 대동백화점 지하 1층 주차장에는 수백 개의 종이상자가 켜켜이 쌓여있었다. 얇은 패널 너머로 ‘입출고 상품 적재장소’라는 안내판이 붙어있지만, 종이상자는 지하 주차장 곳곳에서 발견됐다. 출입구 바로 옆에도 100여 개의 상자가 놓여 있었다. 출입구 주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탈출이 어려워져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각 물류센터에서 보낸 물품상자가 도착하자 백화점 입점 상인들이 물품을 들고 올라갔다. 상자 내용물은 옷가지, 차렵이불 등이었다. 모두 화재에 취약한 물품들이다. 대전 화재도 적재물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대동백화점 경영지원팀 홍보 담당은 “백화점 입점 상인들이 매장 공간이 좁다는 이유로 말을 하지 않고 하역장에 상품을 쌓아두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달부터 상품 적재 구역을 정해놓고 관리하는 중이었으며, 적재 신고하지 않으면 지하 하역장을 쓸 수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주차장법에 따르면 건축물 지하 1층 전체가 건축물대장상 부설주차장으로 되어 있으면 나머지 공간을 다른 용도를 쓸 때 용도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동백화점은 용도변경 신청을 하지 않은 채로 적재물을 쌓아두고 있었다.

28일 오후 뉴코아아울렛 창원점 지하 2층 주차장에는 고객 차량 바로 옆에 상자 더미가 쌓여 있었다. /김다솜 기자
28일 오후 뉴코아아울렛 창원점 지하 2층 주차장에는 고객 차량 바로 옆에 상자 더미가 쌓여 있었다. /김다솜 기자

뉴코아아울렛 창원 지하 2층 주차장도 마찬가지로 용도변경 신청없이 적재물을 쌓아뒀다. 뉴코아아울렛 창원점 지원실장은 “임차 과정에서 간과한 부분이고, 집합건물이라 소유주가 얽혀 있어 일일이 동의를 받아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예정”이라며 “현장에 쌓인 적재물은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창원점 지하 2층 주차장에는 여섯 칸의 주차 공간으로 택배 차량이 몸을 들이밀고, 뒷문으로는 종이상자를 뱉어냈다. 하역장 바닥을 높여 주차시설과 구분해뒀다. 롯데백화점 창원점 홍보 담당은 “대전 화재 참사를 계기로 소방시설 점검과 안전 관리 주기를 짧게 하고 이중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차장법 위반 사항이 아니더라도 불이 잘 붙는 소재가 밀폐된 지하 주차장 공간에 남아 있으면 화재 우려가 있다.

이재영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지하 주차장은 열이 축적되고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면화류, 나무껍질, 종이 부스러기 등을 특수 가연물로 취급하고 있는데 이런 물질이 얼마나 많은지, 어떻게 노출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창원소방본부는 대전 화재 참사를 계기로 시설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창원소방본부 예방홍보담당은 “관내 백화점, 대형마트 등 30곳 정도 점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종이상자가 높게 쌓여있으면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작동이 어려울 수 있는데, 관련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한 다음 지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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