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경력 현장 육체 노동 경험 생생하게 풀어내
청년 시점에서 본 산재·하청 등 노동 환경 엮어
용접공 출신 저자 어린 시절 이야기도 생생
문재인 전 대통령 책 추천으로 주목 받기도

“야, 현우야. 우리 없으면 누가 다리 만들어주냐? 우리뿐만 아냐. 청소부, 간호사, 택배, 배달, 노가다, 이런 사람들 하루라도 일 안 하면 난리 나. 저기 서울대 나온 XX들이 뭐 하는 줄 알아? 서류나 어렵게 꼬아놓고, 돈으로 돈 따먹기만 하고, 땅덩어리로 장난질이나 치지. 그런 새끼들보다 우리가 훨씬 대단한 거야. 기죽지 마.” (<쇳밥일지>에 실린 용접 노동자 출신 저자 천현우와 직장 동료 대화 내용 일부)

마산에서 나고 자란 1990년생 천현우는 전직 용접공이다. 인생 대부분을 고향에서 보낸 그는 재직 기간 경남에 있는 공장에 몸담았다. 2009년부터 12년간 노키아부터 ISO 탱크 컨테이너 정비업체, 현대로템 하청업체, SNT중공업 하청업체, 볼보 하청업체 등 창원과 양산 소재 공장을 전전했다. 육체노동의 자부심을 일깨워준 직장 동료(포터 아저씨)를 만나 용접을 익힌 이후 12년 경력 중 후반 6년을 용접노동자로 살았다. 일찍이 쇳밥을 먹으면서 열악한 노동 환경과 부딪혔다.

20살 때부터 드문드문 육체노동을 시작했다. 어려웠던 가정 형편이 그를 공사장으로 떠밀었다. 학창 시절 창원지역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것도 집안 환경이 영향을 줬다. 대학 진학을 우선순위에 두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가족과 돈 문제로 마산 바닥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월세살이를 한 그였기에 대학 진학은 꿈꾸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하루빨리 사회로 나가고 싶어했던 그였지만, 그렇다고 꿈이 있던 건 아니었다. 고교 졸업을 앞두고 있던 3학년 때까지 천현우의 머릿속에는 미래라는 단어가 없었다. 고3이면 대학 진학 준비에 여념 없을 시기지만, 아무런 계획이 짜여있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이 없으니 공부도 하기 싫어했다. 미래보다 오늘 하루가 더 중요했고, 먹고살 생각보다 즐겨 하던 온라인 게임 순위 올리는 일이 더 시급했다.

쇳밥일지 표지. 문학동네 펴냄.
쇳밥일지 표지. 문학동네 펴냄.

그러던 어느 날 천현우는 고졸로 사회에 나가면 평생 월급 200만 원에서 못 벗어난다는 어머니 성화에 못 이겨 창원기능대(전자공학 전공)에 진학했다. 등록금 120만 원을 구할 길이 없어 게임 캐릭터를 팔아 돈을 마련했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육체노동 현장에 발을 들였고, 졸업 후 본격적으로 노동 현장에 뛰어들었다. 배워두면 어디서든 도움이 된다는 말에 훗날 용접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청년 노동자로서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쇳밥일지>에는 청년 용접 노동자 출신인 천현우의 삶이 엮여있다. 그가 용접공으로 일하며 <주간경향>에 실은 ‘쇳밥일지’와 ‘쇳밥이웃’ 연재분이 묶여 책이 됐다. 졸업 후 하청업체를 전전하며 몸소 경험했던 열악한 노동 환경과 가난을 벗어나려고 용접을 배우면서 마주한 최저임금, 하청 노동, 산재 위험이 뒤섞인 현실 등을 다룬 내용이다. 지난 8월 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숨과 희망이 교차하는 청년 용접공의 힘겨운 삶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진짜 들어야 할 이 시대 청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SNS에 책 추천글을 남겨 이목이 쏠린 책이기도 하다.

두 살 때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서울에서 살았던 걸 제외하면 고향을 벗어나 본 적 없던 천현우는 현재 서울에 있는 얼룩소라는 미디어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책 머리말에서 “청년공으로서 살아가기란 생각보다는 힘들되 꾸역꾸역 생존은 가능한 나날이었다”며 “꿈이 짓이겨졌다가 다시금 피어났던 과거를 문자로 남겨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학동네 펴냄. 288쪽. 1만 4500원.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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