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조정래, 고대 일본 서적 비교 검토
책 속 인물 대부분 후대에 가공 평가
실존 파악 추정 고대 인물 한반도서 건너가
대부분 근초고왕 비롯 백제계 왕가 분석도

조정래 함안군청 가야사담당관이 펴낸 <신찬성씨록을 통해 본 일본 고대인물의 정체> 표지. 도서출판 피플파워 펴냄.

<신찬성씨록(新撰姓氏錄)>은 고대 일본 성씨와 시조를 엮은 계보서다. 8세기 말 일본 헤이안 시대(794∼1185년)를 연 간무 천황 지시로 편찬이 시작돼 제52대 차아천황 시절인 815년에 완성됐다. 헤이안쿄(平安京·평화와 안정의 수도라는 뜻)라 불린 당대 수도(교토)를 포함해 5개 지역에 살던 씨족 본관과 조상, 유래 등을 구분 지어 30권 분량으로 펴냈다. 만다친왕 외 5명이 1182개 씨족을 정리했다.

이 책이 만들어지게 된 표면적 배경은 성씨의 정확성 여부를 살피기 위함이다. 속내는 왕권 강화와 계급사회 위계 확립 등이었다.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성씨를 제후국에서 귀화해 온 것 정도로 만들고, 일본은 천황 중심으로 국가가 유지돼왔다는 걸 문자 기록으로 남기고자 책을 만든 것이다.

<신찬성씨록>에는 잘못된 정보가 많다. 허구 인물이 다수 등장한다. 일본 가짜 역사를 추적한 책 <신찬성씨록을 통해 본 일본 고대 인물의 정체>는 다른 일본 고대 서적과 비교 검토해 등장인물의 실존 여부를 서술한다. 오래전에 간행된 <신찬성씨록> 속 인물 대부분이 실재했던 사람이 아니라 후대에 가공된 가짜 인물이라는 게 골자다.

저자는 연구 과정을 거쳐 그 가운데 실존했던 것으로 파악한 일본 고대 인물이 모두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라는 점과 대부분이 근초고왕을 비롯한 백제계 왕가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4세기에서 6세기에 왜가 임나(가야)에 통치기구를 두고 한반도 남부를 지배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 왕이 왜를 지배했다는 걸 학술적으로 증명해낸 것이다. 책은 이런 내용을 포함해 일본서기에서 대가라국왕, 임나국왕, 신라왕자 등으로 등장하는 사람이자, <신찬성씨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인 ‘무내숙녜’ 정체를 추적, 임나일본부설이 허구라는 점을 강조한다.

함안군청에서 가야사담당관으로 근무하는 저자 조정래 씨는 책 머리말에서 “일본 고대 서적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이 한반도에서 건너간 누구인지를 밝히는 책”이라며 “많은 논쟁을 야기하겠지만 그런 논쟁이 임나일본부설을 넘어서는 기반이 되어 올바른 한일 고대사 정립에 도움이 되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래 지음. 도서출판 피플파워. 387쪽. 3만 5000원.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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