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도 자립지원전담기관 열어
12명 879명 관리 인력 태부족
청년과 유댜 형성 사실상 불가
전문가 "정서적 지원 강화해야"

지난해 도내 아동복지시설에서 나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 된 이들은 166명이다. 보호종료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이들까지 합치면 총 879명의 자립준비청년이 경남에서 생활하고 있다.

자립수당, 주거·취업 지원 등 각종 지원 대다수는 사회로 나온 지 5년 이내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해서, 시간이 없어서 필요한 지원을 못 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6월 기준 경남도가 파악하고 있는 자립준비청년 879명 가운데 57.9%(509명)가 연락이 되지 않거나 끊긴 상황이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좁히고자 정부는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설치했다. 자립지원전담기관은 보호대상 아동이 위탁보호가 종료되거나 아동복지시설을 퇴소한 경우 자립을 지원하고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기관이다.

자립지원전담 인력들은 아이들과 함께 자립 계획을 세우고 홀로 설 준비를 도와준다. 시설 퇴소 이후에는 5년간 자조 모임 지원, 심리 치료, 취업 지원 등 적절한 도움을 제공한다. 경남에는 올해 3월 창원시 의창구에 문을 열었다. 문제는 설립 초기인 까닭에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경남도 자립지원전담기관에는 자립지원전담 인력이 12명 있다. 단순히 879명을 12명이 관리한다고 가정하면 한 명당 약 73명을 맡아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기관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자립지원통합서비스 대상자는 60명 내외다. 나머지는 근황 파악조차 쉽지 않다. 올해 자립준비청년에게 들어가는 예산도 2억 7천만 원에 불과하다.

경남도 아동청소년과 관계자는 “자립 지원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게 대상 아이들과 연락하고 관계를 쌓는 것”이라며 “문제는 아이들이 연락을 안 받거나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직접 찾아가거나 만나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인력이 정해진 상황에서 많은 아이를 관리하기 어렵다”며 “우선 내년 집중관리 청년을 120명으로 늘리고 인력과 예산을 추가 확보해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빈틈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 나이에 홀로 서기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사회적 지원은 절실하다. 2021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를 보면 만 18~34세 청년 2041명이 생각하는 적정 독립시기는 26.3세였다. 반면, 대다수 자립준비청년은 이보다 최소 2~3년은 일찍 독립 준비를 시작한다. 경제적으로 보나 심리적으로 보나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충분한 준비 없이 세상에 나온 자립준비청년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와 욕구 조사’를 보면 보호종료아동 3104명 가운데 50%(1552명)가 죽고 싶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경제적인 문제(33.4%)가 가장 많았고 다음이 가정생활문제(19.5%)였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광주에서 아동복지시설 출신 청년 2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보육원을 나와 각각 대학교 기숙사와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단둘이 아파트에서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적 자립을 위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려면 개개인의 특성과 이들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 인력 체계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상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가족정책연구센터장은 “자립준비청년들이 겪는 심리·정서적인 문제는 어릴 적 가정환경 등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집을 주고 정착금을 준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슨 일이 있을 때 가볍게 전화할 수 있는 어른인데 지금 자립지원전담기관 업무량을 보면 이런 관계를 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이제는 경제적 지원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이것들을 적재적소에 분배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내년에 인력과 예산을 늘린다고 하는데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꾸준히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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