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촉발
폴란드 '다량 무기체계' 절실
신속 공급과 빠른 전력화 지원

경남 방산 대기업 3사가 폴란드 20조 원대 수주 1차 계약까지 마무리하며 국내 방산 경쟁력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20조 원대 수주 견인에는 국내 방산업계의 무기 체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저렴한 가격과 빠른 납품, 문재인 정부 때부터 지원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전까지 국내 방산업계 유럽 진출 문턱은 높았다.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를 제외하면 유럽 시장에 완제품으로 진출한 국내 무기체계는 없었다. 유럽은 방산 선진국이 분포한 만큼 공략이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초대형 계약에 방산 선진국들도 놀랐을 것"이라며 "K9 자주포는 글로벌 비중이 높은 무기니 그렇다 하더라도 경공격기·전차까지 패키지로 구매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봉근(왼쪽) KAI 수출혁신센터장 상무가 이달 초 폴란드에서 열린 MSPO 국제 방산 전시회에서 안제이 두다(왼쪽 셋째) 폴란드 대통령에게 FA-50 경공격기를 소개하고 있다. /KAI
이봉근(왼쪽) KAI 수출혁신센터장 상무가 이달 초 폴란드에서 열린 MSPO 국제 방산 전시회에서 안제이 두다(왼쪽 셋째) 폴란드 대통령에게 FA-50 경공격기를 소개하고 있다. /KAI

유럽 시장은 쟁쟁한 국가와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다. 독일·미국·프랑스 등 방산 선진국의 공급 비중이 높다. 우리가 이번에 수출에 성공한 폴란드도 미국·독일 무기체계를 주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무기체계가 선택받은 이유로 폴란드의 위기감 고조도 꼽힌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면서 인근 국가인 폴란드는 군비 증강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다음 순서는 폴란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따라서 자국을 방어할 만한 다량의 무기체계, 즉 '방산 패키지'가 절실했다. 

폴란드는 올해 2월 우리나라 무기 대규모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웃 국가가 전시 상황이라 검토는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보통 국내 무기를 현지에서 직접 테스트하고 여러 가지 이견을 조율하면 연 단위로 검토 기간이 길어진다"며 "폴란드의 긴박함이 과감하고 빠른 계약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무기체계의 매력도가 높은 것도 한몫했다. 가격, 납품 시기, 성능 등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것이다.

마리우시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전력 공백을 채워야 했는데 기술과 가격, 도입 시기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 무기체계가 가장 적합했다"고 밝힌 바 있다.

K9 자주포는 폴란드에 익숙하다. 2014년 K9 차체 120여 대를 수출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도 52%를 차지하고 있어 성능은 두말할 것도 없다. 마리우시 장관도 "K9은 이미 검증받은 무기"라고 극찬했다.

FA-50 경공격기는 미국 최대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의 기술 지원으로 생산된다. 록히드마틴의 주력 전투기 F-16에서 파생한 경공격기라 호환성도 좋다.

K2 전차는 독일 레오파드 전차와 비교했을 때 성능은 비슷한데 가격은 더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수심 4.1m까지 잠수 도하할 수 있어 강이 많은 폴란드 지형에 적합하다는 것도 설득력을 얻었다.

무기 수출 때는 보통 수출국 환경에 따라 무기를 개조해 생산한다. 그러나 폴란드는 당장 무기 공급이 필요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폴란드는 전시에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무기 체계가 필요한데 그런 공급력을 지닌 국가는 우리나라뿐이었을 것"이라며 "이에 1차분으로 국내 제조분을 인도하고 2차분부터 폴란드 현지 생산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빨리 납품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타 국가, 기업보다 양산 체계, 성능 부분에서 탁월한 점수를 받은 것 같다"며 "아무래도 남북 분단 상황이다 보니 지속해서 무기를 양산, 성능 개선에 힘쓰는 점이 인정받은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방산업계는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국방부, 방위사업청, 국방기술연구원 등 정부 부처, 기관이 수출과 기술 강화에 노력한 것이 결정타였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잘 준비한 공로가 있으나 정부 부처 등에서 수출 노력과 마케팅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결과"라고 말했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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