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대금 2조 원에 통매각 추진
유상증자 방식 조건부 투자 합의
경쟁 입찰 거쳐 최종 투자자 결정
노조 반발 등 향후 과정 험로 예고

대우조선해양이 결국 한화그룹에 매각된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당사자 참여 없는 일방적인 밀실 매각"이라며 전면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26일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 원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외 경쟁자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투자 계약은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 추가 투자자들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27일 경쟁 입찰 공고 후 실사 등을 거쳐 11월 말께 최종 투자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우선 협상자로 투자 우선권을 행사할 수 있어 상황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이후 기업 결합, 방산 승인 등과 같은 절차를 거치고, 한화가 유상 증자까지 하면 인수 절차는 끝난다. 거래 후 지분율은 한화그룹 49.3%, 산은 28.2%가 된다.

매각 방식은 통매각으로 진행된다. 대우조선 사업 분야는 크게 상선과 특수선(군함·잠수함)으로 나뉘는데, 분할 없는 매각 추진이다. 

이번 매각 추진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한화의 인수 금액 2조 원이다. 한화는 지난 2008년에도 대우조선을 인수하려 했는데, 당시 기업 가치는 6조 3000억 원가량이었다. 이에 '헐값 매각'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2001년 워크아웃(채무조정) 졸업 후 산업은행 관리를 받으며 민영화를 추진해온 대우조선이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사진은 26일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모습. /연합뉴스
2001년 워크아웃(채무조정) 졸업 후 산업은행 관리를 받으며 민영화를 추진해온 대우조선이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사진은 26일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모습. /연합뉴스

이번에 2조 원 수준으로 떨어진 배경은 적자 폭, 부채 확대 등이 꼽힌다. 2021년 기준 대우조선 매출은 4조 4844억 원이며, 1조 6998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도 매출 2조 4295억 원, 6679억 원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산은이 이번 매각을 결정한 데는 산업은행 대주주 체제 한계 등을 꼽을 수 있다. 산은은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포함한 근본 경쟁력 개선에 한계를 보였다. 산은은 그간 매각 방식, 인수 주체, 구조 조정 방식 등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

대우조선 경영 컨설팅 결과도 자력 정상화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은 자금력이 탄탄한 민간기업에 넘기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서둘러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수준으로 자력 정상화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나왔다"며 "역량 있는 민간 주인 찾기가 근본 해결책이라 본다"고 밝혔다.'

반면 한화그룹은 '육해공' 방산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한화는 미래 방산 선도를 위해 대대적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의 방산 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한화에어로디펜스로 통합했다. 지상부터 항공우주에 이르는 종합 방산기업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그룹은 최근 K9 자주포 폴란드 대형 수주를 비롯해 호주 레드백 사업 협상 등 큼직한 방산 이벤트를 성사하거나 남겨두고 있다. 대우조선까지 인수하게 되면 잠수함·군함 등 해양 방산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게 된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노조 반발, 그리고 쌓인 부채, 적자 지속과 같은 과제다.

대우조선 부채 비율은 676% 수준이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 누적 적자만 2조 원이다. 인수 후 정상화를 위해 대규모 자금 투입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 조선 수주가 급증한 것은 호재다. 조선업계의 계약 관행이 '헤비테일(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계약)'인 점을 미뤄봤을 때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적자 경영이 지속되고 있지만 지난해 상당한 일감을 확보해 미래 상황은 나쁘지 않다"며 "헤비테일 구조상 향후 1~2년 내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당장 인수 후 청사진을 내놓기보다 인수 성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인수를 긍정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맞다"며 "다만 자금 조달 방식, 인수 후 계획 등 입장은 현재 답변하기 어렵고 일괄 정리 후 정식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지산 기자
 

<대우조선 매각 향후 절차>

09월 27일: 경쟁 입찰 공고

10월 17일: 입찰 의향서 접수 마감

11월: 상세 실사 진행(기본 4주간, 최대 6주간)

11월 말: 최종 투자자 선정 후 본계약 체결(한화 우선 협상자 행사)

이후: 기업결합·방산승인 등 국내외 인허가, 유상 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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