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노동조합 "당사자 참여 없는 일방적인 밀실 매각" 비판
상공계 등 "한화 방산ㆍ대우조선 특수선 시너지 기대" 긍정적 반응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 소식에 거제 지역사회는 기대와 반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상공계를 중심으로 한화가 대우조선을 통째로 인수하는 데 따른 상승효과를 예상하면서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올해 초 유럽연합(EU) 제동으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 합병이 무산된 후 새로운 인수 후보가 갑자기 등장해 검증 절차와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특히 대우조선 노동조합 반발이 거세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는 이번 매각 추진을 "당사자 참여 없는 일방적인 밀실 매각"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오랜 민영화 시도 끝에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 취지에 맞는 제대로 된 주인 찾기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6일 한화그룹과 2조 원 유상 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 합의서 체결에 따른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산업은행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6일 한화그룹과 2조 원 유상 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 합의서 체결에 따른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산업은행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26일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매각 방안 발표와 관련해 "매각 진행 내용을 당사자인 대우조선지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동조합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대우조선이 한화그룹과 2조 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 증자(신주를 발행함으로써 자금을 새로 조달해 자본금을 늘리는 일)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 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유상 증자로 대우조선 경영권을 확보하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를 목적으로 다른 채권단 협조를 구해 기존 금융 지원 방안(대출 등)을 연장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이를 두고 대우조선지회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주요 당사자인 노동조합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말았다"며 정부와 산업은행을 규탄했다.

대우조선지회는 그동안 매각 문제에 당사자(노동조합) 참여 보장 등을 촉구한 바 있다. 국내 조선 산업·경남 경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구성원 생존권 등을 고려해 노동조합과 논의를 거친 매각 진행을 주장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우조선지회는 "단순히 어느 재벌에 넘길 것이냐 하는 문제로 접근한다면 한국 조선 산업은 더는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며 "재무적 측면만 생각하고 빨리 넘기면 된다는 산업은행 생각은 아주 위험한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매각을 진행한다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물리력을 동원해 전면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속노조와 대우조선지회는 27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매각 관련 견해를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지역에서 우호적인 여론도 감지된다.

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 관계자는 "산업은행 관리 체제로 계속 있는 것보다 주인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동종 업체(현대중공업)에서 인수하는 건 구조 조정도 따르고 여러 문제가 있어서 안 됐지만, 한화로 가는 부분은 주인을 찾아서 새롭게 책임질 부분은 책임을 지고 오히려 자신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어서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예전에 한화가 인수하려다 무산됐는데, 다른 곳에서 인수하는 것보다 한화가 인수하는 게 대우조선이 건실하게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한화 방위산업 부문과 대우조선 특수선 사업부가 연관이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조선 안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대우조선 직원은 "조선업이 호황으로 들어서고 있는데 연구·개발이나 직원 처우 개선, 투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대기업이 인수해 민영화되는 게 이런 부분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고, 방산을 비롯해 수소 등 에너지 가치 사슬(밸류체인)에도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지역 시민단체는 신중한 모습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올바른 매각을 위한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는 대우조선 노동조합 매각 대응 방향 등을 참고한 후 내부 검토를 거쳐 공식 견해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제시는 △상선·특수선 분리 매각 반대 △기업·노동자·시민 등 당사자 참여 보장 △산업 생태계 유지·노동자 고용 보장 등 기존 견해를 재확인했다.

시 관계자는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시민과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시에서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은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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