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서울에서 여러 시민이 모여 기후정의를 외치던 때 창원천과 남천이 만나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갯벌에서는 시민 모니터링(감시) 활동이 한창이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초등학교 1~6학년 학생 27명 등 32명이 나선 이날 봉암갯벌 시민 모니터링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잠시 멈췄다가 오랜만에 재개했다.

가까이 공장이 늘어선 봉암갯벌은 국내에서 가장 작은 연안습지보호지역으로 법정보호종인 붉은발말똥게, 기수갈고둥, 알락꼬리마도요, 흰목물떼새 등 여러 생물이 서식한다.

2009년 시작한 모니터링은 연안습지보호지역인 봉암갯벌을 시민이 직접 보존하는 특별하고 자랑스러운 활동이다.

이날 모니터링 전문가로 나선 전홍표(더불어민주당, 월영·문화·반월중앙·완월동) 창원시의원은 참가자에게 “다음 세대에게 봉암갯벌을 고스란히 전하려면 깨끗하고 더 많은 생물이 살아야 한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매립으로 사라질 뻔했던 봉암갯벌은 120여 종 생물이 서식하는 보금자리로 마산만 회복 상징물이다.

24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갯벌에서 시민이 모니터링(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환석 기자
24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갯벌에서 시민이 모니터링(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환석 기자

이날 학생들은 △염생식물 △대형저서동물 △조류 △수질로 조를 나눠 봉암갯벌과 인공섬, 창원천과 남천 하류에서 조사를 벌였다. 모두 장화를 신고 봉암갯벌과 주변을 분주히 오갔다.

조류를 살피는 조에는 최수찬(13) 군도 함께했다. 평소 새에 관심이 많다는 최 군은 “모니터링은 지금까지 네 차례 참가했는데 항상 즐겁다”고 말했다. 최 군은 이날 깝작도요를 눈으로 찾는 데 성공했다. 등과 날개는 녹색을 띤 갈색에 목과 윗가슴에 갈색 줄무늬가 있는 깝작도요는 꼬리를 위아래로 까닥거리는 버릇이 있다.

이날 모니터링을 벌인 이들은 갈대와 큰비쑥 군락을 포함한 염생생물 9종, 갯지렁이·붉은발사각게·갯게 등 대형저서동물 22종과 더불어 봉암갯벌 가까운 두 지점의 산성도·수온·전기전도도·염분도·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을 살폈다. 조류를 살핀 조는 깝작도요 5마리, 민물가마우지 87마리 등 모두 217마리 새를 찾았다.

조류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한 최 군은 “축적한 결과를 보면 예전보다 종이나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며 “모니터링은 모두에게 중요한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오는 11월 12일 두 번째 모니터링을 벌인 다음 봉암갯벌과 주변 환경 변화상을 담은 생태지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백호경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과거 매립 위기에 놓였다가 시민 힘으로 지켜낸 봉암갯벌에서 시민 모니터링이 지속한다면 보전 의식을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정의 외침으로, 생태 모니터링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환경을 지키는 최후 보루는 역시나 시민이었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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