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수도권 진출 확대 시도
경남에서는 오히려 신뢰 저하
판매 제품 선호도 여전히 저조
"애정" "특별함 없다" 공존 분위기

향토기업 무학은 한때 경남 도내 소주 시장 90%를 점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학은 2017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위축됐다. '좋은데이'를 앞세워 서울·수도권 등 전국으로 시장 확장에 나섰다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지역민들에게서도 외면받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 무학은 도민 신뢰를 회복했을까.

<경남도민일보>는 경남도민일보 후원회원들을 대상으로 무학 제품을 선호하는지 등 의견을 물었다. 온라인 설문 참여자 41명 가운데 무학 제품을 선호한다는 응답률은 29.3%로 나타났다. 무학보다는 다른 업체 소주를 선호한다는 비율은 51.2%였다. 나머지 19.5%는 '기타' 여러 의견을 제시했다.

후원회원 설문과 이와 별도로 한 취재를 종합하면, 도내에서 무학 소주를 선호하는 이들은 지역 경제와 연계성을 강조했다. 식당·술집 주인들은 상대적으로 좀 더 무학 소주를 선호하는 쪽이었다.

심상섭 마산어시장상인회장은 "식당에 좋은데이가 없으면 들여놓으라 권유하기도 한다"며 "우리 지역 소주를 지역에서 마셔야 지역경제가 산다"고 말했다. 그는 "마산어시장을 꾸준히 지원해주는 향토기업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유수열 경남유통상인협회 회장도 "무학 공장과 본사가 창원시에 있어 지역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며 "지역민이 많이 찾아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무학이 한때 지역을 홀대했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 사회 공헌 활동에 힘을 쏟고 있지 않으냐"라고 덧붙였다.

무학은 지역 상권을 중심으로 '좋은데이' 판촉과 마케팅에 계속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식당 외벽에 붙어 있는 좋은데이 홍보 문구. /남석형 기자
무학은 지역 상권을 중심으로 '좋은데이' 판촉과 마케팅에 계속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식당 외벽에 붙어 있는 좋은데이 홍보 문구. /남석형 기자

무학은 2012년 ㈜무학위드를 설립해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해오고 있다. 또한 좋은데이나눔재단으로 크고 작은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무학의 이 같은 여러 활동을 지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다.

임모(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향토기업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에 지난 수십 년간 무학 제품을 애용했다"며 "하지만 무학은 시민이 기업을 사랑하는 마음만 이용하고 지역 소비자를 우습게 여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학이 지역사랑·사회공헌 등에 인색해 수년간 이용하지 않다가 최근 태도가 바뀌는 것 같아 간간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무학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51.2%는 더 날 선 견해를 밝혔다. 

백모(44·진주시 천전동) 씨는 "무리한 서울 진출 이후 저조한 실적, 촌스러운 라벨 디자인, 시장 선도 신제품 전무, 이해하기 어려운 홍보물 등 복합적 문제가 보인다"고 말했다. 

50대 황모(창원시 진해구) 씨는 "개인적으로 목 넘김이 좋고 순한 다른 소주를 택한다"며 "이를 무학 소주가 따라가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젊은 층 공략에 대한 여러 의견도 있었다. 

유송희(25·창원시 성산구) 씨는 "상표를 따지지 않고 과일·초콜릿 등 다양한 맛이 나는 술이 출시되면 꼭 한 번은 마셔본다"며 "최근 무학이 과일 맛 탄산주를 내놓았는데 일부러 그 제품을 취급하는 영업소에 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Z세대가 선호하는 제품을 잘 만드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강모(30) 씨는 "술을 처음 접하는 20대 초반 성인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아 보인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창원에 거주하는 최모 씨도 비슷한 의견을 나타냈다. 최 씨는 "다양한 주류에 노출되는 세대는 충성심과 애향심보다 소문·홍보와 특별함에 더 끌린다"며 "고전미와 신선함 사이에 이미지 제고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무학 측은 "2017~2018년 실적과 신뢰도 면에서 모두 부진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최근 지역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완전히 신뢰를 회복했다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주성희 기자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 후원회원이 취재원으로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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